로컬창업 생태계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니다

by 골목길 경제학자

로컬창업 생태계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니다


정부의 로컬창업 지원 정책은 스타트업 생태계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창업 생태계라는 개념 자체가 스타트업에서 출발했고, 이제 그 경험이 로컬창업 지원의 기본 틀이 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유치하고, 데모데이를 열고, 투자 유치를 성과 지표로 삼는다. 그러나 이 모델은 로컬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로컬창업자는 고성장과 엑싯을 전제로 설계된 스타트업 생태계의 논리를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작동 원리

스타트업 생태계는 세 축으로 작동한다. 첫째, 자본이다. VC와 엔젤 투자자가 초기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둘째, 보육 주체다. 액셀러레이터가 투자와 동시에 멘토링, 네트워크, 판로를 제공한다. 셋째, 성장 목표다. 빠른 확장과 엑싯이 성공의 기준이다.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스타트업 생태계가 작동한다.


이 모델은 기술 기반 고성장 기업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투자자는 소수의 성공 기업이 대규모 수익을 돌려줄 것을 기대하고, 그 기대 아래 보육과 자본이 움직인다.


로컬에서 이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

로컬창업자는 스타트업과 다르다. 동네 베이커리, 카페, 공방, 독립서점, 로컬 편집숍은 스타벅스, 성심당과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고성장 기업이 될 수 없다. VC가 투자할 이유가 없고, 엑싯을 기대할 수도 없다. 로컬 생태계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본 논리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보육 주체도 마찬가지다. 액셀러레이터는 투자 수익을 전제로 보육 비용을 감당한다. 로컬창업자에게는 그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진입하지 않는다. 성장 목표도 다르다. 로컬창업자의 목표는 확장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HBR의 디트로이트 보육기관 연구가 이를 Scale Deep이라 부른 이유다.


대안을 시도한 사례들

디트로이트는 두 인큐베이터의 비교 연구를 통해 Scale Deep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연구진이 GREEN이라 부른 인큐베이터는 VC 투자 유치 대신 지역 내 유휴 자원을 창의적으로 재결합하는 Local Bricolage 방식으로 창업자를 보육했다. 버려진 폐타이어를 지역 디자인 학교와 연결해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 동네 편의점과 주유소를 신선식품 유통 거점으로 전환했다. GREEN은 외부 투자 없이 작업공간 임대 수익으로 자립했다. 반면 VC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한 ACCEL의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대부분 디트로이트를 떠났다. 연구진은 지역에 뿌리내린 GREEN의 방식을 Scale Deep이라 불렀다.


국내에서 이 방향을 가장 체계적으로 시도한 사례는 로컬라이즈 군산이다. SK E&S와 언더독스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군산에 거점을 두고 그 지역에서 창업할 기업을 보육했다. 대기업 사회공헌이 보육 비용을 감당한 구조였다. 창업자의 출신이 아닌 창업 장소를 기준으로 한 국내 최초의 로컬 특화 보육 모델이었다.


대안: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디트로이트와 군산 사례는 로컬창업 보육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한계도 드러냈다. 두 모델 모두 어느 정도 준비된 창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현재 지역발전의 당면 과제는 지역사회 전체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로컬창업 생태계의 성장 단계는 주민에서 시작해 크리에이터,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 로컬창업 브랜드, 로컬창업 기업, 로컬앵커 기업으로 이어진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타트업이 시작하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든다면, 로컬창업 생태계는 주민이 크리에이터가 되고, 크리에이터가 창업자가 되고, 창업자가 앵커 기업으로 성장해 다시 다음 세대 주민을 키우는 선순환 경제를 구축한다. 기존 보육 모델은 이 경로의 중간부터만 작동했다.


로컬창업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전 과정을 지원하는 단일 기관이다. 그것이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다. 장비와 공간을 제공하는 기존 메이커스페이스와 다르다. 주민부터 로컬창업 기업까지 성장 단계 전체를 지원하는 거점이다. 로컬 브랜딩을 중심축으로 지역 자원과 결합된 콘텐츠 역량을 키운다. 지역의 역사, 건축 환경, 산업 유산, 커뮤니티와 연결된 창업자를 발굴하고, 콘텐츠 역량과 유통 역량을 단계별로 지원한다.


프랑스의 제3의 장소(Tiers-Lieux)가 전 과정을 지원한 대표적인 사례다. 제3의 장소는 코뮌 단위의 농촌 지역까지 확산되어 마을 단위의 공동 작업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유 장인 작업장, 팹랩, 공동 주방, 코워킹 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며, 주민, 창업자, 협동조합, 지역 단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재건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 공공이 코뮌 단위에서 이 거점을 지원함으로써, 주민이 크리에이터와 창업자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정부도 로컬창업 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026년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은 전문투자사가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로컬기업을 보육하는 로컬창업 스튜디오를 제안했다. 지자체가 조성하는 상권혁신펀드로 자본 구조도 바꾸겠다고 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펀드 구조인 이상 성과 지표와 수익 회수에 대한 압력이 작동할 수 있다. 전문투자사가 운용을 맡는다면 어느 정도 준비된 창업자를 선발해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Scale Deep이 아니라 Scale Up 압력이다. 상권혁신펀드와 연계된 로컬창업 스튜디오가 진정한 로컬창업 보육 모델이 되려면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주민부터 전 단계를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로컬창업 생태계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축소판이 아니다. 별도의 논리, 별도의 기관, 별도의 자본이 필요하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는 그 출발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로컬창업 보육의 국내외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