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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19. 2020

플랫폼 경제의 미래는 창업 플랫폼

노마드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자크 아탈리는 2005년 '호모 노마드'에서 모든 기업을 노마드 기업으로 설명한다. 기업 간 차이가 있다면 연속성이다. 일부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모여 그 일을 마치면 해체하는 '유랑극단' 기업이고, 일부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조직을 유지하는 '서커스단' 기업이다. 플랫폼 기업이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유형의 노마드 기업이 출현했다. 플랫폼 기업과 더불어 플랫폼 시스템 안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이다.


탈물질주의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미래에는 탈물질주의 문화에 적합한 플랫폼 기반의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기업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플랫폼 경제의 기본 인프라다.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가 존재해야 일반 소상공인뿐 아니라 보헤미안, 힙스터, 히피, 보보가 프리랜서와 1인 기업으로 자신의 커리어와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다.


문제는 플랫폼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는 공유 플랫폼이다. 현재 공유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져 공유경제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공유 플랫폼이 고려해야 하는 대안이 공공성의 인정이다. 특히, 우버와 리프트와 같은 시장지배적 노동 기반 공유 플랫폼은 사회 공공재를 창출하면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공유 플랫폼에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공공재는 고용과 창업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이미 소상공인의 창업과 경영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유 플랫폼도 서비스 공급자의 훈련, 혁신, 창업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창업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공유 플랫폼의 부상과 한계


공유경제에서 규모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기업은 공유 플랫폼이다. 2007년 우버가 창업한 이후 에어비앤비, 리프트 등 수많은 공유 플랫폼 유니콘이 탄생했다. 공유경제의 당위성은 명백하다. 지구는 과도한 생산과 소비로 신음하고 있다.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 운전자 한 명으로 움직이는 고속도로의 차, 비어져 있는 주택과 방은 모두 자원 낭비다. 유휴 공간과 자원을 활용하는 공유경제는 현재로선 자원을 절약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공유경제에서 각광을 받는 직업이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역사는 오래됐지만 공유경제의 부상으로 미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도 공유 경제 하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직업이다. 일반적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수입과 처우가 플랫폼 노동자보다 우월하지만 일부 시장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시장이 요리사 시장이다. 일부 스타 셰프를 제외한 대부분의 셰프는 저임금 노동자로 일한다.


플랫폼 서비스에 가입해 프리랜서로 일하면 오히려 정규적 요리사보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2019년 9월 뉴욕타임스는 플랫폼 요리사 크리스토퍼 모텐슨(Christopher Mortenson)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정규직 요리사로 일할 때는 일주일에 50시간 일해도 시간당 17달러 밖에 벌지 못했지만 호스피탈리티 플랫폼 페어드(Pared)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시간당 25 달러를 번다는 것이다.  


공유 플랫폼이 지속가능한지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막대한 규모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2019년 4월 상장에 성공한 1세대 대표 기업 우버의 주식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규제 압력으로 인건비는 상승한다. 우버 모델이 성공하려면 우버 드라이버를 자율 운행 차로 대체해야 하는데 우버 자율 운행차의 개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NYT, 8/26/2019). 후발 기업인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실적 부진으로 상장 자체를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다.


공유 플랫폼의 미래에 더 위협적인 요인은 부정적인 여론이다. 부정적인 여론을 촉발한 원인은 공유 플랫폼의 노동정책과 조세정책이다. 대부분의 공유 플랫폼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가 아닌 계약자로 고용한다. 피고용인이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에게 연금,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임금도 근로자만큼 주지 않는다. 공유 플랫폼이란 명분으로 다른 운송이나 호텔 기업에 적용되는 안전, 보건, 소비자 보호 규제도 면제받는다. 세금도 많이 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활동가를 중심으로 공유 플랫폼을 탈세와 무복지에 기반한,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비판한다.     


여론이 나빠지면서 정부도 공유 플랫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2019년 9월 우버, 리프트 노동자를 계약자가 아닌 근로자(피고용인)로 판정했다. 과연 우버와 리프트가 고용주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근로자 처우 문제는 하이테크 산업 전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하이테크 기업은 평균 50%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우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개인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배송 서비스 협력 업체를 고용함으로써 플랫폼 노동자 규제를 피하고 있다.


순다라라잔은 근로자와 계약자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룬 순다라라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 우버와 리프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스스로를 개인 사업자로 인식한다. 근로자 대우를 제공해도 거부할 서비스 제공자가 많다는 것이다. 학계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방안이 제3의 근로자 범주를 만드는 것이다 (순다라라잔, p 359). 기존에 없는 ‘종속 계약자’ 또는 ‘독립 근로자’를 추가하는 방안으로 플랫폼 노동자에게 각종 복지 혜택과 보호 장치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3의 노동자를 대우하는 것은 이론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제3의 영역에도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사회안전망을 보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고용주에게 근로자를 위한 건강 보험, 산재 보험, 연금 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프리랜서, 1인 기업, 플랫폼 노동자 등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를 위한 보호 장치는 미미하다. 공유경제가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대신 정부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시장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를 정규 직원으로 고용하는 플랫폼 기업이 독립 계약자로 고용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기면 된다. 플랫폼 노동자를 정직원으로 고용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순다라라잔에 따르면 2015년 공유 경제 플랫폼에 대한 집단 소송이 늘어나자 십, 럭스, 에덴(Eden), 인스타 카트 등 많은 플랫폼 기업이 서비스 제공자를 상근직 또는 시간제 근로자로 재분류했다고 한다. 재분류한 기업 중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창업할 때부터 직원 모델로 시작해 성공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 시장을 통해 노동자 지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마드 창업가를 보육하는 공유 플랫폼


또 하나의 대안은 서비스 제공자를 창업자로 성공시키는 일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80%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모든 노동자가 창업가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에게 창업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더 나아가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창업 플랫폼과 커뮤니티로 성공하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상당 수준 누그러질 것이다.


이미 플랫폼에서 ‘창업’한 노동자가 적지 않다. 투로에서 차량 여러 대로 운송 사업을 하는 사람, 엣시(Etdy)에서 판매자로 활동한 후 새로운 기업을 창업한 사람, 스코틀랜드 기가(Gigha) 섬에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 등이 순다라라잔이 소개한 사례다(p 350). 공간 소유자가 공간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간 기반 공유 플랫폼은 이미 창업 플랫폼 기능이 활성화됐다. 창의적으로 공간을 이용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거나, 스테이를 창업하기 전에 에어비앤비 공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는 호스트가 늘고 있다.


공유 플랫폼이 창업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참여 노동자의 혁신과 학습을 지원하고, 창업 지원과 창업가 커뮤니티 구축 등 독립적인 사업자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호스피탈리티, 리테일, 제조업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위노루(Wonolu)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노동자들이 실제로 스킬과 경험을 쌓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 9/1/2019).


공유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정직원 고용과 창업 플랫폼 구축으로 그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소비자 보호, 독과점, 로컬 기업 상생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을, P2P 비즈니스가 기업을 대체하는 미래 경제에서 프리랜서, 1인 기업, 초소 기업,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사업적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공유경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그 기업이 생산하는 서비스와 제품은 편리해서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NYT, 9/19/2018). 현재로선 공유 플랫폼이 창업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 공공성을 신장하는 것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 방법이다. 공유 플랫폼의 미래는 이처럼 서비스 공급자의 인적 자본과  창업 능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창업 플랫폼으로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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