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술과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개인이 대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개인 중심 경제가 도래할 것이다. 일부 영역에서는 개인 중심 경제가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외식업이다.
외식업에서 개인 중심 경제를 견인하는 업종은 1인 레스토랑이다. 오너 셰프 1명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유사한 유형이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다. 개인 중심 경제 관점에서는 1인 경영 방식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고용인을 둔 레스토랑이라도 셰프가 자영업 형태로 운영하는 곳은 실질적인 1인 레스토랑으로 간주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주요 상권에서 1인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다. 1인 레스토랑 현상은 특정 요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식, 일식, 양식 등 전 분야에서 1인 레스토랑이 미식가의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외식 트렌드를 선도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과거에도 물론 1인 레스토랑이 존재했다. 분식점, 시장 가판 식당, 포장마차 등 1인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이글에서 주목하는 파인 다이닝급 1인 레스토랑이 전통적인 자영업 식당과 다른 점은 대기업 경쟁력이다. 이들은 외부 투자가 투입된 기업형 레스토랑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음식으로 그들과 동등하게 경쟁한다.
1인 레스토랑 현상은 사회과학 질문을 요구한다. 왜 대기업 경쟁력을 갖춘 1인 레스토랑이 증가할까? 1인 레스토랑 트렌드가 계속되면 외식업은 앞으로 1인 레스토랑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식업이 다른 산업보다 먼저 1인 경제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필자는 1인 레스토랑의 경쟁력을 조리기술, 조리 보조 기술, 비즈니스 운영 기술 등 1인 레스토랑에 공급되는 다양한 기술의 진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인 레스토랑 현상의 동력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면서 1인 레스토랑의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증가한다. 1인 레스토랑 창업을 원하는 크리에이터형 세프와 1인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개성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만큼 중요한 변화가 기술의 변화다. 콘텐츠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마찬가지로 외식업의 셰프도 기술의 힘으로 1인 기업을 운영하고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개인 셰프가 의존하는, 즉 1인 레스토랑에 공급되는 기술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기본 창작 기술인 요리 기술이 1차 기술이라면, 요리 활동을 보조하는 장비와 식자재 구매 관련 기술이 2차 기술, SNS, 위치기반 서비스, 소상공인 플랫폼 등 식당의 비즈니스 운영을 지원하는 다양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술을 3차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1차 기술 상승의 계기는 2010년대 초반 스타 셰프 붐이다. 미디어가 스타 셰프를 주목하자 많은 청년들이 셰프 커리어에 관심을 갖고 수준 높은 1차 기술을 습득을 위해 해외나 국내 요리 전문 교육기관에 진학했다. 국내 레스토랑 산업이 전문화되면서 현장 교육을 공급할 수 있는 식당이 늘어나고 온라인에 다양한 요리 교육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도 1차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3차 기술의 힘도 작용했다. SNS와 위치기반 서비스의 발전으로 1인 레스토랑은 굳이 광고를 하지 않고 위치가 좋은 곳에서 운영하지 않아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 카카오, 당근마켓과 같은 소상공인 플랫폼은 예약, 온라인 쇼핑몰, 배달 등 1인 레스토랑과 같은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온라인 설루션을 제공한다.
1차 기술과 3차 기술과 달리 2차 기술의 역할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차 기술의 상당 부분은 인력 대체 기술이다. 글 쓰는 셰프로 유명한 박찬일 셰프는 오너 셰프가 2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요즘 나오는 오븐은 사람 손이 훨씬 덜 간다. 곱게 갈아주는 장치는 훨씬 다양한 기술로 갈아준다. 새로운 장비에 대해 눈을 넓힐 필요가 있다. 직원 걱정을 덜러면 주방을 좀 더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끝없이 공부를 해야만 알 수 있다"(심가영, p.266-267).
단지 인력 관리 문제만은 아니다. 1인 레스토랑이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2차 기술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다행히 박찬일 셰프가 설명한 대로 2차 기술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 호텔이나 기업형 레스토랑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많은 식자재, 조리 장비와 도구가 이제 1인 레스토랑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2차 기술의 도입이 수제 기술의 대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2차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손으로 만드는 음식을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파인 다이닝 분야에서는 오히려 수제가 기계를 대체하는 추세다. 2차 기술은 수제 기술을 보조하고 보완하는 기술이다.
1인 레스토랑 현상이 두드러진 분야가 이탈리안이다. 10년 전에 비해 글로벌 수준의 이탈리안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늘어났고, 상당 수가 1인 레스토랑이다. 대전과 광주의 이탈리안 셰프에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질문했다.
대전 비스트로 퍼블릭의 최민영 세프는 셰프 공급과 식자재 수입을 주목했다. 유학을 다녀오고 경험을 많이 쌓은 수준 있는 셰프가 늘어났고, 유럽 식자재 수입의 규모와 다양성이 신장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예전엔 프레쉬 치즈라면 모차렐라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부라타, 스트라키노 등 유통기한이 짧은 프레쉬 치즈도 항공으로 바로바로 들어온다. 올리브 오일도 대기업의 유명 오일 정도만 수입됐었는데 이제는 소량으로 수입되는 부티크 오일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치즈나 샤퀴테리도 이제는 직접 만드는 셰프와 전문샵이 많이 생겼다.
김선명 광주 퍼블릭마켓 셰프는 파스타 쿠커, 숙성고, 수비드 기계, 컨백션 오븐을 2차 기술을 혁신한 조리 보조 기구 사례로 꼽았다. 파스타면을 삶아 주는 파스타 쿠커는 온도를 일정하게 맞춰주고 간편하게 면수를 채워줄 수 있다. 예전에는 호텔에서만 사용했던 컨백션 오븐도 개인 업장에서 많이 사용한다. 장비나 기계의 직구 구매가 편리해진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1인 레스토랑의 성공은 정부에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첫째, 외식업 경쟁력을 디지털 전환과 프랜차이즈화에서 찾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배달 서비스나 프랜차이즈 기업보다 1인 레스토랑의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클 수 있다. 개인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경제를 원한다면 1인 레스토랑이 그 이상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다.
둘째, 크리에이터의 2차 기술도 1차 기술, 3차 기술만큼 지원해야 한다. 현재 크리에이터 정책은 1차 기술을 훈련하는 크리에이터 양성, 3차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 진출에 집중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크리에이터의 생산기술, 즉 2차 기술의 지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크리에이터가 어떤 소프트웨어, 장비를 사용해 경쟁력을 유지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해 이들 기술이 크리에이터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푸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해 인덕션, 싱크대 등 주방 시스템과 아일랜드 테이블을 구비한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광주도 민간의 2차 기술 지원 사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는 같은 장소에서 푸드 크리에이터가 전문가 수준에서 오디오와 비주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대여한다.
우리 모두 프리랜서, 1인 기업 시대를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가 활동하는 IT산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산업인 외식업에서도 1인 기업 시대가 시작됐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1차 기술, 2차 기술, 3차 기술 등 적절한 기술이 크리에이터에게 공급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참고 문헌>
심가영, 젊은 오너셰프에게 묻다, 남해의봄날,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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