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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Feb 18. 2020

히피 로드


히피 로드(Hippie Road) 포틀랜드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가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2020 1 16 포틀랜드에 도착해 여행을 시작했고, 2020 2 1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쳤다. 여행 테마는 카운터 컬처다. 히피뿐 아니라 힙스터, 스케이트보드, 거리문화  카운터 컬처와 서브 컬처 관련 장소를 찾았다.


 

1. The Hoxton, Portland

유난히 진정성과 차별성을 고집하는 포틀랜드 힙스터 문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캘리포니아의 히피문화? 포틀랜드 문화를 풍자한 드라마 포틀랜디아의 첫 장면의 제목이 "The Dream of the 90s is Alive in Portland"다. 여기서 90년대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시애틀의 그런지(Grunge) 뮤직이 지배한 시대다. 캘리포니아만큼 시애틀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2. Powell's Books, Portland

힙스터 성지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독립서점이다. 카운터 컬처 서적의 보고일 것으로 예상한 이곳의 서가 분류에는 카운터 컬처 카테고리가 없다. 다행히 한 직원의 추천으로 이 책을 구입했다. 미국 카운터 컬처의 기원을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문학에서 찾아야 하고, 무기로 무장한 보수진영의 폭력적 저항을 피하려면 사회주의보다는 카운터 컬처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3. Society Skate Shop, San Carlos, California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북>은 스케이트보드, 서핑, 힙합, 펑크를 하위문화로 간주했다. 그중 스케이트보드와 서핑은 노매드의 일부로 다뤘다. 다른 하위문화는 몰라도 스케이트보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힙스터보다 더 영향력이 클지 모른다. 스케이트보드의 성지는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라고 한다. 드디어 스페인 갈 이유가 생겼다.



4. Salt & Straw, Downtown Palo Alto

로컬 브랜드의 확장. 자존심 강한 팰로앨토 중심가에 진출한 포틀랜드 아이스크림 브랜드 Salt & Straw 매장이다. 아쉽게도 매장 어느 곳에서도 포틀랜드 출신임을 언급하지 않는다. 협력업체 상품을 소개할 때 포틀랜드 단어가 나오는데 잘 모르는 사람은 이것으로 브랜드의 고향이 포틀랜드인 것을 추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포틀랜드 브랜드니까 고향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5. Stripe Design Group, Santa Cruz

히피 시크. 하이트-애쉬베리에서 탄생한 히피문화는 북가주 전역으로 퍼진다. 자동차를 빌려 Boulder Creek-Felton-Santa Cruz- La Selva Beach-Big Sur로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 남부 히피 로드 여행을 떠났는데 산타 크루즈에서 중단했다. 다운타운 상가의 매력에 붙들린 것이다. 히피 패션을 시크하게 표현한 Stripe Design Group, 옆에 남성복 가게가 있는 줄 알았으면 모자라도 샀을 텐데 아쉽다.



6. The Haight, San Francisco

히피 음악 3대 거인. 히피 탄생지 하이트-애쉬베리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대 거인의 벽화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제리 가르시아(그레트풀 데드)다. 경영학의 3대 브랜드론이 생각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비재 산업에서는 공통적으로 3개 브랜드가 시장을 과점한다고 한다. 한국 탈산업화를 이끌 3대 브랜드가 누군지 궁금해진다.




7. Ben&Jerry's, The Haight, San Francisco

히피 지역에선 히피답게. 히피의 탄생지 하이트-애쉬베리의 벤앤제리스 매장을 찾았다. 가게 안에는 이 회사의 고향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버몬트 번호판을 단 폭스바겐 밴의 벽화가 있다. 두 명의 히피가 버몬트 벌링턴에서 창업한 벤앤제리스는 히피 가치를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가가 비폭력 평화운동을 지지한다는 사인도 인상적이다.




8. The Booksmith, The Haight, San Francisco

사회학의 시대. 샌프란시스코 독립서점 북스미스가 각 학문 분야에 배정한 서가의 수다. 사회학 4, 역사학 4, 과학 3, 정치학 3, 비즈니스 1. 사회학이 사회주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생각해서일까. 적어도 히피 지역에선 경제학과 경영학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9. The Booksmith, The Haight, San Francisco

카운터 컬처 서가. 드디어 카운터 컬처 책을 독립된 서가로 진열한 서점을 찾았다. 히피의 탄생지 하이트-애쉬베리의 독립서점 북스미스다. 독립성의 강한 미국 도시는 지식 소비에서도 자신의 것을 고수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카운터 컬처 하면 1960년대 히피운동을 연상해서인지 히피 중심지에서 독립된 카운터 컬처 서가를 만날 수 있었다.

 



10. City Lights Books, North Beach, San Francisco

비트 문학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 카운터 컬처의 중심지는 North Beach-The Haight-The Mission으로 이동한다. 히피가 하이트에 모이기 전인 1950년대 샌프란시스크 보헤미안 문화의 중심지는 이탈리안 이민자 로렌스 펠링게티가 창업한 노스비치 지역의 독립서점 City Lights Books다. 역사 때문인지 이 서점은 비트 문학 작가의 책으로 채워져 있다.  



11. The Beat Museum, North Beach, San Francisco

비트 문학의 지배. 노스비치에 가면 아직도 비트 문학의 정신적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1960년대 히피문화가 새로운 작가를 배출하지만, 히피 그리고 그 이후의 카운터 컬처 팔로워의 다수는 비트 문학을 바이블로 읽는 것 같다. 특히, 힙스터 문화에는 별다른 고전이 없다. 힙스터는 공부를 안 하나 보다.




12. Russian Hill Bookstore, Russian Hill, San Francisco

히피 로드의 영혼 있는 중고서점에서 스티비 잡스가 70년대의 구글이라고 극찬한 히피 라이프 매뉴얼 Whole Earth Catalog의 한부를 구매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잡지를 판매하는 서점도, 이 잡지를 발행한 스튜어트 브랜드를 우상화하는 동네도 찾기 어려웠다. 기대했던 러시안 힐에도 없었다. 혁명을 하려면 예술가나 운동가가 돼야 하는 걸까.



13. Clarion Alley Mural Project, The Mission,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의 저항문화가 어느 시점에서 하이트에서 미션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마크 저커버그 저택이 있는 도로레스 공원과 한국에 진출한 타르틴 베이커리의 본점이 있는 곳이다. 저항문화의 전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클래리언 앨리 뮤럴 프로젝트다. 비자발적으로 퇴출된 세입자 실태를 묘사한 벽화다. 과연 샌프란시스코는 지속 가능한 도시일까.



14. Japan Town, San Francisco

스트리트 컬처가 K-Pop의 미래? 거리에서 힙합,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자주 접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친구는 스트리트 볼과 힙합을 흑인 문화, 스케이트보드는 백인 문화로 구분한다. 우리의 거리문화는 무엇일까.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에서 맞닥뜨린 K-Pop 군무. K-Pop 댄스를 우리의 거리문화로 만들면 어떨까. K-Pop을 거리문화로 생활화하면 저변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15. Downtown Project, Las Vegas

2015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이커머스 기업 자포스 창업자 토니 셰이의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현장이다. 우려 4억 달러를 투자해 낙후된 다운타운에 상업시설을 건설한 사업인데 무엇이 남았을까? 사업을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벌판처럼 텅 비어있다. 신도시를 건설하지 왜 도시재생을 추진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환경의 장소다.




16. The Writer's Block, Downtown Las Vegas

사막의 오아시스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운타운 프로젝트 사업장에서 남쪽으로 서너 블록 가면 만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The Writer’s Block이다. 새장 테마의 독립서점, 단아한 카페, 주민을 대상으로 작문을 교육하는 학원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맞다, 도시재생은 이렇게 예술가 성향의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맡겨야 한다. 도시재생을 재개발 사업으로 진행한 다운타운 프로젝트와 대비되는 공간이다.  



17. Embarcadero,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궁금하다. 1960년대 히피와 신좌파 운동으로 미국의 탈근대를 이끈 이 도시가 이제 플랫폼과 공유경제로 개인이 해방되는 히피 공동체를 완성하려고 한다. 왜 샌프란시스코일까 질문하게 된다. 수많은 가설을 생각할 수 있지만 기후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새벽,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가 몽환적인 사고를 배양한 건 아닌지.



18. Telegraph Avenue, Berkeley, California

텔레그래프 공화국. 공화국을 포한 도시는 본 적 있는데 거리는 처음이다. 1964-65년 언론자유운동을 시작한 거리답다. 1960년대 버클리는 신좌파, 샌프란시스코는 히피의 중심지였다. 히피 밴드 제퍼슨 에어플레인은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의 차이를 불평자와 행동가로 설명한다. 비트 작가 앨랜 긴즈버그는 이를 정치꾼(Politico)과 히피로 표현한다.



19. Moe's Books, Berkeley, California

나의 꿈은 드디어 버클리 모스 북스에서 실현됐다. 역시 Whole Earth Catalog를 보유한 서점은 버클리에 있었다. 히피 로드에서 수많은 독립서점을 방문했다. 나에게 가장 훌륭한 서점은 친절한 큐레이터가 있고 카운터 컬처 책을 많이 보유한 하이트의 북스미스, 산타 크루즈의 북샵 산타 크루즈, 버클리의 모스 북스였다. 아쉽게도 포틀랜드 파웰 북스는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에 가깝다.




20. Mrs. Dalloway's, Berkeley, California

강연에서 하이테크 산업과 하이터치 산업은 공존할 수 있고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를 서점에 적용하면 앞으로 서점 유통은 하이테크 아마존과 하이터치 독립서점으로 양분될 것이다. 중간영역의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독립서점의 상생은 자동적으로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독립서점이 적절하게 저항해야만 가능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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