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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09. 2020

아직도 골목상권이 미래다

[2020년 12월 7일 방영된 KBS 2 호모 이코노미쿠스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대본입니다. 실제 방송은 다른 질문지로 진행됐습니다.]


1>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많이 바꾸고 있습니다. '언택트'가 부상하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성장했습니다. 미래는 스마트 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교수님은 도시 모습을 하이테크가 아닌, 하이터치에 주목을 하고 있으시죠?


스마트 도시의 역할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도시도 인간 감성의 하이터치도 제공해야 합니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이상적 결합이 미래 스마트 도시의 모습입니다. 구체적으로 편리함을 제공하는 온라인이 하이테크라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오프라인이 하이터치입니다. 언론에서는 언택트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코로나 이후 실제로는 홈택트와 로컬택트, 즉 집과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하이테크 활동도 늘었지만, 하이터치 활동도 동시에 늘어난 거죠. 집과 동네는 신뢰, 연대, 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하이터치 영역입니다.      


2> 포스트 코로나 시대, 왜 로컬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건가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0년대 이후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퍼졌으며,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로컬 지향을 동반했습니다. 로컬 지향은 귀농귀촌, 제주이민, 골목상권, 핫플레이스, 고향 지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삶의 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환경과 공동체인데, 로컬에서 친환경적이고 친공동체적인 삶이 가능합니다. 코로나 위기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고, 홈택트와 로컬택트가 늘어나자 로컬 지향도 자연스럽게 증가했습니다. 대거 대도시를 탈출하는 선진국보다는 약하지만 한국에서도 교외와 농촌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로컬 지향으로 간다면, 우리의 숙제는 우리가 사는 지역과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3> 코로나19로 경제가 심상치 않죠. 어디서부터 경제를 일으킬 것이냐 고민이 많은데. 골목상권으로부터 활성화시켜야 한다고요?      


네, 우리가 사는 동네를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려면 우선 동네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동네 경제의 중심은 골목상권입니다. 지금과 같은 골목상권의 침체가 계속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의 질은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동네상권의 혜택을 당연시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살기 좋고 안전한 나라인 이유 중 하나가 동네상권입니다. 집 밖으로 걸어 나가면 바로 병원, 약국, 보건소, 슈퍼마켓, 식당을 찾을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온라인만 존재하는 도시는 기본적으로 택배도시입니다. 나와 물류센터 사이에 택배 전용도로, 택배 터널, 택배 드론길만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우리 중 과연 몇 명이 동네 상권이 없는 삭막한 택배도시에 살고 싶어 할까요? 극소수라 생각합니다.


4> 골목길은 이미 핫했죠. 홍대에서 시작된 '힙 타운' 문화는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거쳐 지금은 성수동, 을지로로 확산. 사람들이 백화점, 쇼핑몰 이런 곳보다 골목길을 찾게 된 이유가 뭘까요?     


라이프스타일이 변했습니다. 다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로 돌아가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상권의 하이테크는 온라인 쇼핑, 하이터치는 골목상권입니다. 백화점, 쇼핑몰, 할인마트는 하이테크도 아니고 하이터치도 아닌 어정쩡한 상권이라 쇠락합니다. 우리는 보통 골목상권에서 경험, 감성, 문화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하이터치 욕구를 만족하는 상권인 거죠.     


5> 골목상권의 조건으로 'C-READI'을 말하시던데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 문화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삼청동 등 서울 골목상권의 역사를 보면,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임대로가 저렴한 지역에 한 기업이 들어갑니다. 이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고 다른 가게들이 들어가 상권이 형성됩니다. 문화자원, 임대료, 기업가 정신이 상권의 초석이 된 거죠. 이 상권이 뜨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추가적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보행, 자동차, 대중교통 접근성을 의미하는 접근성, 확장될 수 있는 골목길 자원을 의미하는 도시 디자인, 그 지역만의 특생과 개성을 의미하는 정체성입니다. 이렇게 6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한 골목상권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6> 힙한 곳으로 유명했던 경리단길.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난 상인들이 많아. 홍석천 씨도 그렇고. 동네가 뜨면 임대료도 뜨는 현상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골목상권의 주역은 창의적인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입니다. 높은 임대료 지역에 진출하기 어려운 사업가입니다. 골목상권 활성화하는 것은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유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상권에서는 기존의 소상공인을 유지하고, 새로운 소상공인을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로 임대 기간을 10년을 늘렸고, 임대료 상승을 연 5%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이런 제도적 보완으로 앞으로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청동, 경리단길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쇠락한 상권은 다시 살리기 어렵습니다. 골목상권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문화자원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정체성에 있음을 고려할 때,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문화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청동에는 전통공방, 경리단길에는 외국인 문화시설이 적합합니다.      

 

7> 떴다가 쇠퇴한 골목상권들도 있는데요. 지속가능한 골목상권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요?


앞에서 말씀드린 C-READI 조건이 중요합니다. 더욱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상주인구, 예술인, 스타트업, 소상공인 등 다양한 기업의 진입입니다.      


8> 골목이 뜨면 원래 살았던 분들은 괴롭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도 해결하면서 골목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상권과 주거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용도 규제에 따르면 주거전용지역에도 상업시설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동네의 모든 주택이 상업시설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주거전용지역의 용도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10> 코로나19로 개인적인 삶, 단절된 삶의 형태가 심화될 것 같은데요. 이런 현실에서 로컬 중심이란 게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미래 도시와 삶의 모습을 단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고, 말씀하신 대로 단절된, 기계 같은 삶의 형태로 갈지 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너무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 10개월의 경험을 보면 오프라인도 진화하고 재편합니다. 보다 자연친화적인고 공동체 친화적으로 변하는 거죠. 여기서 공간 안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환기 시스템과 더불어 루프탑, 테라스, 아웃도어 다이닝 등에 투자해야 하고, 정부도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를 지원해야 합니다.        


11> 소상공인들 정말 어려운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 분들이 골목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면 좋을까요?


공간의 경쟁력과 안전이 중요합니다. 공간과 콘텐츠 혁신으로 본연의 비교우위인 감성과 경험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제공하고, 환기 시스템과 야외 공간의 확대로 공간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소상공인의 공간 경쟁력입니다. 오프라인에서 경쟁력 없는 상인이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커버 사진 - 인천 개항로 지역에서 지역 노포와 콜라보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개항로 프로젝트의 노포 아카이브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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