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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r 01. 2021

30대 여성의 행동에 달렸다

한국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57%로, 평균 63%인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육아 기간에 해당하는 30대 여성의 경제 참가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여성 고용률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GDP를 연 1%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의 경제 참여가 한 국가의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육아 부담이다. 현재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은 주로 어린이집 확충과 교육비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 지원만으로는 맞벌이 부부의 보육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녀를 맡길 수 없는 한 30대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에 전념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가사・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 가사와 육아에 따르는 여성의 부담을 덜어주는 해법이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가사도우미 고용비용은 30대 중산층 맞벌이 부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형성되어 있다.

비입주 가사도우미의 일급은 7만 원 수준이고, 입주 가사도우미의 경우 내국인은 200~250만 원, 조선족 동포는 180~2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육아도우미를 고용한다면 한 자녀 가정은 140만 원을, 두 자녀 가정은 16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지불해야 한다. 금전적인 측면만을 따질 때 젊은 부부가 맞벌이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요일을 맞아 시내 공원에 모여 휴식하는 홍콩의 이주 가사도우미들의 모습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 영유아 가구의 2.5%만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다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저임금 국가 출신의 외국인에게 가사 노동시장을 개방해 거의 모든 맞벌이 가정이 이주 가사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도 현재 내국인과 재외동포만 합법적으로 참여하는 가사 서비스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면 입주 가사도우미 고용 비용을 홍콩 수준인 월 60만 원 수준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

물론 가사・육아 노동시장을 개방하기 위해서 정부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가사도우미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보호대상자가 아니라 특별 관리 대상에 속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가사도우미로 일할 경우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이주 가사 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법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근로 조건, 고용주와 노동자의 책임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게 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 그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가사도우미의 임금 역시 중요한 문제다. 고용 가정에 동거해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이주 가사 노동자에 대해 내국인 기준의 최저임금(월 120만 원)을 적용하면 중산층 맞벌이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금을 지불해야 하므로 시장 개방의 의미가 사라진다.

이주 가사노동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되 임금 수준은 개방된 시장 가격에서 크게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의 핵심이다. 하나의 대안으로서 홍콩과 같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한해 내국인과 다른 기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부적격 인력의 유입과 불법 체류자 발생 등 가사도우미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자격 요건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허가제를 보완해 한국어 교육이나 도움 훈련 등을 이수하게 함으로써 적절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불법 체류 문제에 대해서는 이주 가사도우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국가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홍콩은 이주 가사노동자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여비를 고용주에게 부담시키고 체류 기간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강력하게 추방을 실시함으로써 이주 가사노동자의 불법 체류 비율을 1% 미만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동거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한 사람이라면 외국인과 동거하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주거 센터를 만들어 고용주 가정으로 출퇴근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사도우미 시장 개방 논의에서 의아스러운 점은 월 60만 원에 이주 가사도우미를 고용했을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을 30대 워킹  맘들의 무관심이다. 어느 곳에서도 가사도우미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30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노동력 공급에 가장 목말랐던 중소기업과 농민단체가 제조업과 농업의 노동시장 개방을 주도했듯이, 가사 서비스업 시장에 대한 논의에서는 30대 여성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의 개방은 궁극적으로 30대 여성의 행동에 달려 있다.



출처: 조선일보, 포스트모던 이코노미,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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