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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r 19. 2021

브런치북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출간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 3부작 완결판

브런치북 <로컬 창업가의 일>을 출판했습니다. 신작 타이틀은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입니다. <골목길 자본론>,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에 이은 로컬 비즈니스 3부작의 완결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책 모두 브런치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전작에서 다뤘던 화두를 함께 아우르며 골목에서 동네로, 동네에서 도시로 로컬이 제공하는 인사이트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로컬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었는가?

 

힙 하다고 말하면 힙하지 않다? 언제부터일까요. 개성 있고 독특한 패션, 장소, 혹은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렌드를 사람들이 ‘힙하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힙스터에서 연유한 이 말이 새로운 말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들어서 일상어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힙하다는 게 뭘까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막상 정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습니다. 트렌디한 문화를 힙하다고 표현하긴 하지만, 마냥 그렇게 퉁치기에는 어딘가 애매합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단순히 ‘인기 있는 것’뿐 아니라 ‘자기주장 강한’ 개성적인 패션이나 분위기를 발견했을 때도 힙하다고 말하거든요. 그만큼 힙스터에 대한 정의는 다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의 힙하게 사는 친구들에게 ‘도대체 힙한 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너무 힙하면 힙하지 않다’라고 동문서답을 하더군요. 이게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이 말에 트렌드의 핵심이 숨어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성’과 ‘갬성’의 함수 관계


힙하다는 건 ‘인싸’들이 즐기는 ‘대세’라는 뜻을 가지는 동시에, ‘개성 있는 감각’을 말하기도 합니다. 개성이란 본디 대세와 무관한 자신만의 특별함이죠. 그런 의미에서 힙이 대세로 떠오른 건 ‘개성과 다양성’ 그 자체가 트렌드가 된 것으로 봐야 하지 싶습니다. 힙하다고 말하는 순간 힙하지 않다는 말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게 아닐까요. 무언가로 강하게 규정지으면, 그 특별함이 옅어지니까요.


힙이란 개성 있고 특색 있을수록 강해지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외려 쿨하지 않습니다. 개성과 대세, 촌스러움과 세련됨, 편리함과 불편함, 오래된 것과 새 것, 감성과 갬성 그 어딘가에 ‘힙’이 숨어 있는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골목상권이 오프라인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현상은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저는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전통적 리테일 산업과 오프라인 상권의 붕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단지 코로나가 가속화했을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유난히 강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자신에게 충실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역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을 보면, 한국에서 로컬의 미래가 밝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로컬을 시골이나 지방, 변두리로 취급하지 않는다.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여긴다. 미래 세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며 로컬에서 그 일을 찾는다. 로컬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알맞은 공간이다.
-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모종린, 알키, 2021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담겨 있는데요. 바로 로컬과 라이프스타일입니다. 탈물질주의 사회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세대들이 ‘나다움’을 중시하게 됐습니다. 전통 상권 대신 을지로나 성수동 등과 같은 지역에 청년들이 모이는 건, 획일화되지 않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나다운 삶’을 영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대형 상권과 획일화된 상품이 힘을 잃고, 힙하다는 말이 일상어로 자리 잡은 이유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는 다르기 때문인 것이죠. MZ세대는 남이 정해준 기준, 사회적으로 정형화된 삶의 형태가 아닌 내가 바라는, 나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 #플라스틱 챌린지와 관련한 인스타그램 피드, MZ세대는 공동체 정신, 지역상생,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 의식이 강합니다.



가장 공동체적인, 가장 환경친화적인


나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청년들은 단순히 소비자로 멈추지 않습니다. 더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산업 모델, 가치관에 반하는 기업문화의 대안으로 크리에이터로서 로컬에 창업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독특한 지역자원을 콘텐츠의 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과 상생하려고 합니다.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로컬에 부정적이고, 공동체 의식이 약하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오해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로컬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가치와 환경문제를 중시하며 공동체 의식도 강합니다. 일반적인 언론 보도와 달리, 서울과 고향에 대한 지방 청년들의 인식은 과거와 다르다. 리서치코리아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대구 출신 서울 청년의 42%가 귀향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실제 MZ세대가 많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사회적 기업이 발표한 상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자는 챌린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플라스틱 프리, 제로 웨이스트 등과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MZ세대의 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장단점을 논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환경문제가 심각하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소비생활에 적용하는 것이죠. 밀레니얼에게는 ‘내가 있는 공간이 나를 보여주는 곳’이며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곧 나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밀레니얼의 시대정신은 다양성과 개성, 상생을 중시하는 로컬 비즈니스의 미래를 밝게 합니다.


▶ 지역의 독특한 자원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 됩니다.



‘○리단길’은 대박 나고 ‘△리단길’은 망하는 이유


나다움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 전통적 리테일 산업의 하락과 골목상권의 부상까지. 이런 현상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잘 나가는 상권들을 살펴보면 모두 하나같이 ‘○리단길’ 내지 ‘○로수길’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전국의 지자체서 상권을 살리기 위해 ‘○리단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곤 하지요. 그러나 성공한 상권은 모두 ‘리단길’이라 부르지만, 모든 ‘리단길’이 성공하진 않습니다.


로컬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에 대한 이해 없이 네이밍이나 공간 디자인만 치중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주차장이나 간판, 도로경관 개선에 힘을 쏟지만, 이 방식으로 전통시장이 살아나리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 반경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언택트, 홈택트와 더불어 ‘로컬택트’가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로컬은 ‘생활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앞으로 오프라인 시장과 우리가 사는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로컬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골목’에서 ‘동네’로, ‘동네’에서 ‘도시’로 확장하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더 상세히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북 토크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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