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은 한국 사회의 난제다. 정부가 지난 2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를 보상해 주는 문제로 분주하지만, 소상공인 위기는 코로나 위기 전에 시작된 구조적인 문제다.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의 격차는 1990년대 말부터 벌어지기 시작했고, 자영업 부분의 자본수익률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한겨레, 2018/9/13). 2018년 최저임금 파동 이후 소상공인 위기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지만 정부는 아직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 성격의 재정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 산업의 붕괴를 저지하는 데 급급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소상공인 정책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정부의 지원 방식은 다양하다. 지역 상품권이 소상공인 수요와 매출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면, 일자리 안정자금,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소상공인의 비용을 절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소상공인 산업의 운명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상공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 강화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 배달 앱 가입, SNS 홍보 등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권장하는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에서 팔 것이 마땅치 않은 사업자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돈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만이 온라인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사업자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 지원 정책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같은 소상공인 분야인 전통시장이다. 정부가 지원한 마케팅, 축제, 주차장으로 활기를 회복한 전통시장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수수께끼는 정부가 콘텐츠 부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의 일부 이론가들은 ‘정상적인’ 자본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실질적인 노동자로 인식하고 폐업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을 노동계로 ‘복귀’시키기를 원한다. 자영업을 포기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는 고용보험, 근로 조건 등 노동자와 상응하는 권리와 복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규직 근로자를 임의적으로 늘리는 것은 미래 사회 수요에 맞지 않는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면 사람은 창조적이고 공익적인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노동계의 인식은 미래가 아닌 현재 기준으로도 맞지 않는다. 정규직 진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독립적으로 하고 싶어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장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국에 많은 것도 현실로 받아 들어야 한다. 특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일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자영업과 프리랜서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일과 직업으로 인식한다.
또한 지도자들이 원하든 안 원하든 한국은 이미 탈산업화 사회로 진입했다. 삶의 질과 정체성을 중시하는 탈산업화 사회는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더 많은 소상공인을 요구한다. 미래 산업 경쟁력이 소상공인 정책을 산업 정책으로 추진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창조적인 소상공인들은 이미 충분히 잠재력을 입증했다. 전국의 수많은 골목상권뿐 아니라, 양양 서핑, 강릉 커피, 제주 화장품 등 독립적인 지역 산업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아마존, 쇼피파이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소상공인 브랜드가 늘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로컬 브랜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네이버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소상공인 정책 전환을 위해 당장 급한 것은 로컬 크리에이터, ‘강한 소상공인’ 등 창의적 소상공인 지원 사업의 확대다. 작은 동네 재생을 위해 1000억 원을 쓰면서 전국 단위 창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연 100억 원에 불과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사회적 토론을 통해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비전으로 시작해야 한다. 미래 경제 관점에서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로컬 크리에이터 등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Al 시대와 지역 차별성과 콘텐츠로 경쟁하는 탈중앙화 시대에 창조경제와 지역경제를 견인할 미래 산업이자 신성장동력이다. 지금도 창의적인 소상공인은 독자적인 브랜드로 지역을 개척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 이제 정부도 소상공인이 브랜드가 되는, 소상공인이 지역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 생태계를 소상공인 산업의 비전으로 추구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지원한다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 지원, 소비 진작, 기업 경쟁력 강화 등 단기 지원과 산업입지/공간, 인재/R&D 등 장기 지원을 포함한 산업정책의 기본 틀에 따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체적인 방향은 개인 지원에서 상권 지원, 재정 지원에서 기술 훈련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각 영역별 정책 대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금융 지원
소상공인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야가 자금 조달이다. 현재로선 제도권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자금을 확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2021년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제공하는 융자 자금은 3.7조 원인데 앞으로 이를 확대하고 이자율도 연 1%대 수준으로 공급할 것을 제안한다. 민간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소상공인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 및 임팩트 투자자를 지원하는 모태펀드를 조성, 확장성 있는 소상공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생태계 활력에 중요하다.
2. 소비 진작
현재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판로 개척을 강조한다. 하나 유의할 점은 오프라인 경쟁력을 상실한 소상공인이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낮을 가능성이다. 또한, 네이버, 카카오 등 이미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활동이 활발한데 정부의 독자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지역 소비 유도는 아직까진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문화상품권으로 예술가와 예술가 단체를 지원하듯이, 고향사랑기부제, 지역상품권 발행 등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진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기업 경쟁력 강화
소상공인 경쟁력은 소상공인 비즈니스 비용 절감,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할 수 있다. 제로페이, 일자리 안정자금,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공공 배달앱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비용 절감 정책이다.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규제 완화와 경쟁 환경의 형평성 제고가 대표적이다. 규제자유특구나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해 소상공인 산업 특화에 필요한 규제를 완화할 것을 제안한다.
온/오프라인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 중심의 경쟁정책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정부의 경쟁정책은 건물주 규제에 집중돼 있지만, 소상공인에 불공정한 경제 주체는 건물주뿐이 아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부에 의한 불공정 상거래 관행도 경쟁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온/오프라인 간 공정 경쟁 환경도 중요하다. 영국과 인도에서 논의하듯이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 사업자를 차별하는 조세, 금융, 노동, 환경, 공정거래 제도 발굴하고 시정해야 한다.
4. 입지/공간 정책
현재 정부 정책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소상공인 입지 정책이다. 정부가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위해서는 산업단지를 통해 사업장 공간을 공급하고 외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조성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중복 투자, 상가 과잉 공급 등 공간·지리 리스크에 열악한 소상공인 산업의 입지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의 입지 정책은 그들의 '생태계'로 생성된 상권 중심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이 활동하는 상권을 로컬 브랜드를 배출하는 ‘산업단지’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상권과 상권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잡혔기 때문에 상인과 주민도 상권 경쟁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 상권 지원 단체인 ‘메인 스트리트 아메리카(Main Street America)’도 “소상공인 기업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역 상권 회복을 지원하는 전체론적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체계적인 상권 관리는 온라인 확대와 거리문화를 파괴하는 도시 난개발로 위축된 오프라인 상권을 살리는데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상권을 현재와 같이 전통시장 중심으로 정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시장, 골목상권, 대로변 상권 등 생활권에 포함된 상권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권의 범위와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생활권 단위인 읍면동을 상권 단위로 선택할 것을 제안하다. 읍면동에 상권 관리 및 지원 권한을 부여해 일관된 상권 재생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현재 행정 시스템 하에 인력과 권한이 부족한 읍면동이 주도적으로 상권을 관리하기 어렵다면 기초단체에 권한과 예산을 집중하는 것도 대안이다. 소상공인 주무 부서인 중기부가 상권 재생을 독립적으로 추진할 필요는 없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상권과 도시 재생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읍면동의 수는 약 3,500개에 이른다.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상권의 수가 그 정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읍면동에 상권 재생을 위한 예산으로 평균 100억 원을 배정하면 총 35조 원(100억x3,500개)이 소요된다. 전국 단위의 상권 사업을 추진한다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를 추정한 숫자다. 실제 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문화 자원과 잠재 수요를 상권 재생의 조건으로 설정한다면 이 기준을 만족하는 상권이 3,500개에 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35조 원 규모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전체 고용의 1/3에 달하는 분야에 필요한 투자로서는 지나치게 큰 규모가 아닐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예산에 50조 원 예산을 투입한 것을 고려할 때 국토 전역을 포함하는 상권 관리 시스템 구축에 사용되는 35조 원이 과도한 규모라고 말하기 어렵다.
상권 재생은 크게 상권 환경 개선, 상권 공동체 지원, 상권 경쟁력 강화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골목길 정비, 옥외영업 허용 및 공간 확보, 실내 환기 시설 강화 지원 등의 상권 환경 개선 사업이 쾌적하고 걷기 좋은 가로 공간을 공급하고 오프라인 공간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임차인·임대인 상생 지원, 상권 공동 브랜드 개발 등으로 공동체 문화를 배양하는 사업도 중요하다. 전략적 상업 공간 개발, 로컬 브랜드 지원 및 육성, 상권 단위 온라인 유통망 및 배달 서비스 구축, 지역관리회사의 로컬 크리에이터 유치와 훈련 등이 상권 경쟁력 강화 정책이다.
공공 주도 또는 민관 협력 지역관리회사를 통한 상권 관리는 이미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제도다.* 미국은 비즈니스개선지구(BID)를 통해 상권을 관리하고 지원한다(동아일보, 2019/12/12). 뉴욕은 1980년대부터 상권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권 관리 시스템’인 비즈니스개선지구(BID)를 운영했다. 2019년 현재 건물주, 상인,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해 상권 마케팅, 치안 및 거리 미화, 투자 등을 담당하는 비영리조직인 ‘비즈니스개선지구(BID)’ 76개가 활동한다. BID는 주민 과반수가 동의로 설립되며 대형 BID의 연간 예산은 500만 달러(약 60억 원) 수준이다. BID 예산은 부동산 소유주들이 재산세와 함께 납부하는 특별부과금으로 약 74%를 충당한다. BID 운영이사회에는 건물주 상인 주민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한다. 2018년 기준 BID 예산은 청소와 미화(25.0%), 마케팅 및 행사 개최(21.2%), 공동 안전(15.3%), 직원 인건비(9.9%), 기타(28.7) 활동에 투입된다.
미국 포틀랜드는 상권 관리를 넘어 ‘동네 경제 개발 전략(Neighborhood Economic Development Strategy)’으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Portland Development Commission, 2010). 커뮤니티 주도 동네 경제 개발 전략은 주민, 기업, 커뮤니티의 ‘부의 창출’ 목표 설정, 지역 맥락에서 동네 경제 이해, 동네의 현재 자산과 저활용 자산 발굴, 동네 단위 경제 개발 계획 수립, 이행 사업의 우선순위 설정, 전략적 틀 안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투자 등의 과정을 통해 수립한다. 소상공인 지원, 신규 비즈니스 유치, 상업 부동산 개발, 마케팅과 브랜딩, 비즈니스 지구 관리 및 활성화, 지역 노동인구 개발, 다른 공동 투자와 연계 등이 동네 개발 전략의 주요 사업이다.
5. 인재/R&D 정책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이 단기 과정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창의적 소상공인을 훈련하는 상황이다. 지속 가능한 양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문대학, 직업학교를 포함한 지역 학교를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장인대학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컬 크리에이터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 창의적 소상공인 육성과 소상공인 기술 개발 사업 예산을 지원해 학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기초 기술과 더불어 전문 경영 기술이 필요한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영국에서 현재 실험 중인 소상공인 기업인을 위한 12주짜리 미니 MBA과 같은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Help to Grow)을 도입할 수 있다. 현재 전통시장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특강 중심으로 체계적인 경영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동아일보, 2121/6/16).
소상공인 창업 교육도 오프라인 경쟁력을 결정하는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 기술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 구체적인 훈련 방식으로는 창업 지원자에게 창업 공간을 정해준 후 기술 교육을 제공하거나,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기존 상인을 지원하는, 또는 공동 브랜드 개발 사업, 공동 행사를 조직하는 창업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등 현재 지역에서 실험 중인 다양한 ‘장인대학’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소상공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할까? 심층 연구가 필요하지만, 대략적인 추정치는 가능하다. (5년간 최대) 35조 원 규모의 상권 재생 사업은 내년 새로운 정부가 임기 중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기성 사업이다. 소상공인 정책이 상권 중심으로 전환되고 이에 필요한 초기 인프라가 구축되면 상권 관리 시스템은 지자체 예산과 자체 수입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상권 재생 사업의 일부와 나머지 사업은 매년 운영해야 하는 연속 사업이다. 중기부가 2021년 연속성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예산이 4.9조 원(소상공인 융자 3.7조, 전통시장 지원 1.1조, 경쟁력 강화 0.13조) 규모다. 위에서 제안한 연속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7.0조 원(소상공인 융자 5.0조, 시장 지원 및 경쟁력 강화 2.0조) 안팎으로 예상한다. 현재 예산에서 2.0조 원 증가한 액수다.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 중심의 정책 추진 체계의 개편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조직 구도 하에서는 소상공인 정책은 중기부 내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도 자영업비서관 한 명으로는 대기업과 국가산업 중심의 일자리수석실과 정책실의 정책 방향을 움직이기 어렵다. 소상공인정책실을 중기부 산하 독립 청으로 분리하고,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위원회를 신설 또는 지역발전위원회를 소상공인 정책 중심으로 재편, 범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추진할 것을 건의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추진하면,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관광벤처, 농업 스타트업,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 현재 여러 부처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관련 창업 지원 사업을 단일 추진 체계로 통합할 수 있다.
상권관리시스템과 산업정책의 도입이 소상공인 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한다. 중기부 상권활성화구역 지원, 서울시 생활상권 지원, 경기도 상권진흥지구 지정, 부산시 상권 기반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 등 정부가 그동안 도시재생과 민간 개발 사업을 통해 상권 개발 지식을 축적했고, 민간에서도 상권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 사업을 추진할 만큼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전국 단위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뿐 아니라 시민단체, 상인회, 주민회의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대규모 상권 재생 사업은 충분한 규모의 인재를 양성한 후 현장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 인력 양성은 도시재생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정부가 지난 4년 추진한 주민 주도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정부와 민간의 역량이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권을 재생하면 불가피하게 골목길, 가로, 건물, 그리고 생활 인프라를 재생해야 한다. 상권 활성화에 상주인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택 공급까지 고민해야 한다면 상권 재생은 도시재생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소상공인 문제는 소상공인이 사업하기 좋은 도시 문제, 소상공인 산업을 매개로 한 창조도시 건설 문제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상권과 도시 재생을 지원할 범사회적인 커뮤니티 운동을 가동해야 할지 모른다. 한국 사회가 1960년대 이후 국가산업 지원을 위해 중앙 집중 정책을 추진하며 경시한 지역 사회 참여가 인구가 감소하는 한국 지역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농가 소득 증가와 농촌 마을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한 새마을운동 수준의 지역 활성화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소상공인과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상공인 산업의 위상과 환경이 이처럼 한국 사회의 최대 현안인 창조산업 육성과 창조도시 건설 문제와 맞물려 급속하게 변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논의는 아직 타성적인 '소상공인 구제' 수준에 머물렀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상공인을 복지 대상으로 인식하고, 소상공인 단체도 혁신 못하고 정부 지원만 요구하는 이익 단체가 되고 있다. 소상공인을 독립적인 협상력을 갖춘 창조 인재로, 소상공인 중심으로 창조도시를 만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 중심의 창조산업과 창조도시 건설, 한국이 더 늦게 전에 선택해야 할 미래 전략이다.
*윤주선 외, 지역관리회사와 마을재생, 건축공간연구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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