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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Nov 20. 2021

자영업의 본질

자영업 미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는 해법은 자영업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에세이에서 자영업의 본질을 한 문구로 정리해봅니다. 자유주의적 콘텐츠 크리에이터.


자영업 수수께끼 1 - 불공정하게 적용되는 경제학


자영업 5년 생존율에 대해 언론은 보통 20%, 30%라고 말합니다. 지나치게 낮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신생 기업 전체의 5년 생존율이 30%입니다. 자영업이 많은 숙박음식점업이 20%, 도소매업은 28%입니다. 정부가 열심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도 30%에 불과합니다.


자영업 영업이익률도 비판합니다.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4%, 자영업이 많인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의 영업이익률은 1.2%입니다.


영업이익률이 더 높으면 좋겠지만, 낮다고 문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이익률이 낮아도 동네 인프라 차원에서 필요한 업종이 있고, 숙박음식점업을 그런 산업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진입장벽 낮다? 이건 왜 문제인가요? 학교에선 진입장벽 낮은 것이 좋고, 기업가 정신을 장려해야 하고, 창업 실패도 응원해야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데, 이 모든 경제 상식이 자영업, 소상공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나 봅니다.


자영업자와 자영업 단체도 정부 지원만 요구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논리를 개발하고 개진하면 좋겠습니다.



자영업 수수께끼 2 - 부르주아인가, 보헤미안인가


지난주 북클럽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고 현장에서 저도 느낀 것이지만, 요즘 오프라인은 보헤미안 성향의 기업가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 같습니다.


제주나 다른 지역에 이주한 이주민 중에서도 예술가 기질의 이주민이 적응을 잘한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감수성이 높은 사람이 오프라인, 그리고 지역에서 만족하고 혁신도 주도합니다.


그렇다면 자영업의 미래도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자영업자 중 보헤미안 성향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05년 미시간대 세계가치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의 물질주의자는 무려 86%에 달한다고 합니다. 선진국은 보통 50%, 북유럽은 40%,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일부 개도국도 50%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희망 있습니다. MZ세대의 상당수가 보헤미안, 힙스터 성향입니다. MZ세대가 자영업을 접수하면서, 자영업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래서 원도심, 골목길, 거리문화, 보행환경 등 자영업 환경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호해야 합니다.



자영업 수수께끼 3 – 노동자인가, 자본가인가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인간을 자본과 노동으로 나누고 싶어 하는 산업사회 지식인이 묻는 질문이라서요.


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답은 노동자도, 자본가도 아닌 크리에이터입니다.


물론 탈산업사회에도 노동자, 자본가 성향의 자영업자가 있습니다. 노동 기반 저숙련 사업자는 노동자, 자본 기반 고숙련 사업자는 자본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대세는 콘텐츠 기반 크리에이터입니다.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업종인 방송 작가를 보시죠.


산업사회 기준으론 모두 방송국 정규직이나 독립 기업가를 원해야 정상이지만, 절대다수의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로 활동합니다.


물론 일부는 방송국 정규직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친구에 의하면 프리랜서 중 적어도 50%는 프리랜서 지위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일부 ‘잘 나가는’ 방송작가는 프리랜서가 경제적으로 유리합니다.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아도 자유롭고 독립적인 일을 원하는 작가는 프리랜서로 남기를 원합니다.


포인트는 모든 사람이, 특히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가 대기업 정규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자동화와 AI 발전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미래라면, 자영업을 줄여 가능하지 않은 대기업 정규직을 늘리는 것보다, 자영업자 훈련 지원, 자영업 환경 개선, 자영업자 권리 강화 등 자영업 활성화 정책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정책입니다.


노동자냐, 자본가냐 논쟁을 들으면 19세기 사회주의자 윌리엄 모리스가 생각납니다. 그 열악했던 19세기에도 영혼 있는 수공업(현재 기준으론 창의적 소상공인)을 노동의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기술 발전으로 경제 환경이 개인에게 훨씬 유리해진 지금 왜 청년을 노동자로 만들려고 애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영업 수수께끼 4 - 보수인가, 진보인가


11.12-13일 실시된 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61.3%가 윤석열 후보를, 29.3%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압도적으로 보수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항상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19대 대선에선 35%가 문재인 후보를, 27%가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민주화 이후 7번 선거에서 자영업자는 항상 승자를 지지했다는 사실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자영업자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승리한 거죠.


왜일까요? 자영업은 한국 사회의 중산층입니다. 자본과 노동의 갈등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위치고, 실제로 대선을 통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했습니다. 매번 예외 없이.


다른 나라에서도 자영업자는 두 얼굴을 가진 유권자입니다. 일본과 같은 국가에서는 보수정당의 핵심 지지층이고, 유럽에서 진보 정당을 뒷받침합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이 선거 때마다 다른 성향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지식인 사회가 자영업자를 자본과 노동의 갈등을 중재하고, 중산층의 상식을 대표하는 균형추로 칭송할까요?   


당연 아닙니다. 보수 지식인은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진보 지식인은 중립적이거나 일부는 적대적입니다.


일부 진보 지식인의 자영업자 혐오, 역사가 깊습니다. 자영업자를 쁘띠 부르주아로 '조롱'한 마르크스를 계승한 사회주의 학자들은 더 강한 표현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난합니다.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도 이런 혐오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가당찮게 자본가 행사하며 노동자 계급을 적대시한다가 공통적인 인식입니다.


이번 대선에 보수 지지층으로 돌아선 자영업, 앞으로도 계속 보수 정당을 지지할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보수 지지층으로 자리 잡기엔 보수 정체성이 약합니다  반진보정당 정체성은 강해졌을까요?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 둘 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자영업자를 자신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양당이 공통적으로 의존하는 포퓰리즘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영업 수수께끼 5 - 자유주의 정체성으로 개인이 성공하는 세상 만들어야


자영업자의 핵심 경쟁력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남이 쉽게 복사할 수 없는 콘텐츠입니다. 중세 수공업자, 현대 장인과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자영업 본질에 가장 가까운 자영업자입니다. 필자가 연구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도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덕업일치, 더 정확하게 덕업소 일치를 추구하는 로컬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지배하는 산업사회에서는 콘텐츠 기반 자영업자의 입지가 좁았지만, 개성과 다양성, 그리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탈산업사회에서는 자영업자에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특히, 인터넷과 플랫폼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판매 등 자영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공급 측면에서는 자영업 비용이 현격히 떨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광고와 장소 비용입니다. SNS와 위치 기반 서비스만 잘 활용하면 따로 광고할, 그리고 비싼 공간을 임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플랫폼에 입점하면 온라인 쇼핑 인프라 구축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요.


물론 자영업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온라인-오프라인 평평한 운동장 건설,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본부 규제, 상권관리, 장인대학 등 자영업 업무 환경 개선과 자영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면, 자영업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AI시대에 중산층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는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습니다.


정치 현장에선 자영업에 대한 큰 관심을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전통시장을 제외한 자영업 산업이 이익단체로 활동하지 않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대표성 있는 이익단체 결성에 나서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 추구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자영업 정치가 성공하려면 정체성이 명확해야 합니다. 다시 반복하지만 업으로서 자영업의 본질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입니다. 자영업의 가장 큰 적은 국가주의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국가주의자로부터 개인과 자영업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자영업 정치의 어젠다가 돼야 합니다. 국가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자유주의 정체성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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