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08. 2022

자영업 정체성과 정치

중도 시리즈 이어갑니다.


2030과 더불어 올해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자영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2030과 달리 자영업 정치는 아직 이념화 수준이 낮습니다. 자영업자는 한 정당을 꾸준히 지지하지 않고 그때그때 지지 정당을 바꿉니다. 과거 대선에서 항상 승자를 선택할 정도로 투표 성향이 유연하고 흐름을 잘 탑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 지지의 스윙폭이 큽니다. 작년 말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시점에 윤석열 후보를 대폭 지지한(윤석열 54%, 이재명 30%) 자영업 유권자는 12월 말에 가면 그 반대로 이재명 후보를 10% 차이로 지지합니다(윤석열 35%, 이재명 45%). 


윤석열 후보에 대한 자영업자 지지율 하락은 12월 초에 시작됐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하락 원인이 이재명 후보의 12월 20일 자영업 지원 공약에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 후보의 공약이 자영업 유권자에 먹혔다는 거죠.


그런데 윤 후보도 이 후보 못지않게 대규모 재정과 금융 지원을 공약했습니다. 50조라는 숫자도 윤 캠프에서 먼저 나왔고요. 지원 규모 차이로 두 후보의 자리 바꿈을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레토릭의 차이였을까요? 이 후보는 12월 공약에서 '소상공인이 강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반면, 윤 후보는 준비 중인지 아직 자영업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후보의 자영업자 고전은 전체 지지율 감소와 동일한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자영업 지지율의 낙폭이 유난히 크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자영업 공약과 전략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양당이 자영업 정치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합니다. 2030과 달리 자영업에서는 집토끼, 산토끼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중도 이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거죠.


자영업 정치 역사에서 실마리를 찾아봅니다. 자영업의 정치화는 2018년 최저임금 파동으로 시작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자영업자는 정부의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반발했지만, 진보 소상공인 단체는 최저임금 인상을 오히려 지지하거나 이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시작되면서 이념과 무관하게 다수의 자영업자가 정부의 '불공정' 방역 정책을 비판합니다. 영업제한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죠. 작년 12월 이전 윤 후보 지지 기류가 방역정책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12월 방역이 대폭 강화됐는데도 자영업자 지지가 이재명 후보로 돌아섰다는 사실입니다. 100% 손실보상이 보장되는 분위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손실보상을 해주는데 굳이 방역정책을 후보자 선택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없죠.


저는 노선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진보는 자영업자를 노동자로, 보수는 기업인으로 인식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자영업자를 약자로 보는 진보 노선을 유지했고, '강한 자영업자' 개념을 수용함으로써 노동자-기업가 스펙트럼에서 중도로 이동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서구 보수 노선, 즉 자영업자를 기업가로 대우하는 노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윤 후보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 보수는 서구 보수와 달리 자영업자를 약자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영업자를 기업인으로 인식하면 그에 상응하는 산업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정통 보수 노선으로 여당과 차별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로 이동하는 것의 의미도 모호합니다.


산업정책의 내용은 이미 다른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보수 정당이 산업정책까지 못 간다면, 적어도 비즈니스 환경은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률, 지역화폐 발행 규모와 일정, 손실 보상 대상 기업의 범위 등 향후 5년 자영업 환경에 중요한 변수에 대해 선제적으로 공약해야 합니다. 현재 같은 위기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자영업자에게 최소한 집권 5년의 연도별 최저임금 목표액 정도는 제시하는 것이 예의라면 예의입니다.


자영업자 중도 문제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자영업자 전체가 잠재적 부동층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중도를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찾는다면 저는 기존 정치 구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창조기업 성격의 자영업자가 중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좋아서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창조 노동자고, 그 콘텐츠로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의미에서 기업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MZ세대 누가 중도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