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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14. 2022

세계화 리더십

가열되는 대선 정국에서 세계화 의지를 찾을 수 있으신가요?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인 대기업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세계화를 지지한  보수 언론과 지식인도 반세계화 정서에 수세적으로 대응합니다. 한 지식인이 비판한 대로, 한국 지도자들이 실제로 '한류로 세계화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1960년대 이후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한 한국은 앞으로도 세계화 외에는 다른 성장 대안이 없습니다. 반세계화 진영도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뚜렷한 세계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요. 세계화를 통해 개방과 경쟁 사회를 구축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에 가장 필요한 창의 인재와 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창의성은 개방적, 다문화적, 경쟁적인 문화에서 발현합니다.


한국 세계화 후퇴의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저는 리더, 그중 대통령의 비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이후 대통령 취임사 트렌드를 보시죠. 세계화 분야를 해외진출, 시장개방, 지식발신, 지식수용으로 나누고 이에 관련된 키워드를 정리했습니다.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박정희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 특히, 전두환,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화 전분야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세계화의 급격한 후퇴는 18대 박근혜 대통령에서 시작됩니다.  2013년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화 또는 국제화 관련 단어와 과제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이명부 정부가 ‘글로벌 코리아’ 기치 하에 추진한 녹색성장, 해외 자원개발, 영어공교육 강화, 이민자 유치 등의 사업과 거리를 두는 등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전방위적인 세계화 정책에서 후퇴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세계화 관련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세계화를 무시한 것은 아닙니다. 취임사에서 세계화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수출진흥, 중동진출 등 해외진출 확대, 중견국 협력 기구인 MIKTA의 출범, FTA 네트워크의 확장 등 과거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시장개방과 글로벌 리더십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지식발신 사업으로는 새마을운동을 개도국에 보급하는 사업을 한국형 ODA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이후 세계화의 우선순위가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정부가 집중해야 할 세계화 과제는 무엇일까요? 세계화 수준이 아직 미흡한 분야에서 찾아야 하는데, 세계화 평가기관들은 인력이동(인재유치)이 한국에서 가장 부진한 세계화 분야임을 지적합니다. 인력 이동성의 부진은 정부가 지금까지 국내 노동시장의 개방성보다는 해외진출 등 민족주의적 국내 정서에 부합되는 분야의 세계화에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미래 세계화 비전은 인적자원의 세계화를 통한 소프트강국 건설이 돼야 합니다. 이는 국내 인재의 세계화, 혁신, 창의기업의 선순환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국내 인재의 세계화는 경험과 문화의 다양화를 불러오며, 이는 혁신으로 이어져 창의기업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창의기업과 창조산업의 확산은 역으로 국내 인재가 세계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외국인 사회, 다양성, 혁신, 그리고 창의기업의 선순환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외국인이 증가하는 사회는 다양화되고, 이는 곧 혁신을 통한 창의기업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게 됩니다.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인적자원 세계화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국내 인재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교육, 다문화교육, 해외취업교육, 창의교육 등을 강화하여 한국 인재의 세계시장 진출과 성공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상호 경쟁적인 다문화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외국인학교시장 활성화(한국형 국제학교 모델 개발)나 외국교육기관 유치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둘째로, 외국 인재의 유치와 활용을 들 수 있다. 고숙련 전문직, 해외동포 등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외국인재를 적절히 유치하고 활용하는 스마트 외국인재 정책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개방, 규제완화를 무비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인적자원 중심의 소프트웨어 세계화의 중요성은 오히려 2008년 전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제조업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창조산업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하루빨리 창조산업과 창조도시 중심의 소프트강국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소프트강국은 리더의 비전과 의지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차기 정부에서 세계화 리더십이 회복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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