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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23. 2021

라이프스타일 센터에서 발견한 동네의 미래

2000년대 중반 골목상권이 사람이 모이는 새로운 상권으로 부상하자 골목상권에 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투자자의 진입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많은 사람이 투자자를 골목상권에서 발생한 급격한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주목한다.


골목길 투자자는 도시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골목상권 젠트리피케이션이 그들의 유일한 유산일까? 골목상권 발전에 기여할 여지는 없는가?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골목길 개발자의 영향은 골목상권에 한정되지 않는다. 골목상권과 관계없어 보이는 신도시에서도 골목문화에 대한 투자로 도시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신도시 상권 공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원도심 골목상권과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 상권이 신도시 상권이다. 전자가 201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후자는 거의 예외 없이 불황에 허덕인다. 특히 세종시, 위례 신도시, 혁신도시 등 새로 조성된 신도시의 공실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신도시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상가 공급의 축소를 제안하지만, 이 제안으로 이미 과잉 공급된 신도시 상가들의 문제나 미래 신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골목상권 관점에서 보면 신도시 상권의 가장 큰 한계는 콘텐츠다. 공간과 운영 모델의 제약으로 신도시 상권은 구조적으로 골목상권의 개성, 다양성, 감성,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에서 골목문화를 재현하는 상권을 개발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2014년 이후 라이프스타일과 도시문화 콘텐츠로 신도시 상권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부동산 개발회사 네오밸류다. 이 기업의 대표 브랜드는 지역밀착형 라이프스타일 센터 앨리웨이다.



2019년 개장한 앨리웨이 광교는 기술 중심의 미래가 뭔가 불편한 우리에게 사람 중심의 미래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앨리웨이가 제시하는 사람 중심의 미래는 오래된 미래, 골목문화다. 네오밸류가 앨리웨이에서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일상을 여유롭게 즐기고 이웃과 소통하는 삶이다.


신도시 상가에 골목문화를 재현하기 위해 투입된 브랜드는 80개에 달한다. 독립서점, 슈퍼마켓, 베이커리, 카페, 수제 맥주, 편집숍, 갤러리, 꽃집 등 익숙한 골목 업종뿐 아니라 DIY 워크숍, 커뮤니티 키친, 공예공방 등 창조 커뮤니티 건설에 필요한 창조 공간을 망라한다. 앨리웨이에서는 일반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


골목상권 경험을 재현하기 위해 골목에서 주목받는 독립 브랜드 중심으로 상가를 구성했다. 시장 기능을 하는 마슬마켓은 전통시장을 재현하기 위해 쌀가게, 방앗간, 정육점 콘셉트의 가게를 유치했다.


네오밸류의 앨리웨이는 개발회사가 상가를 분양하고 철수하는 전통적인 상가 개발 방식으로는 운영하기 어렵다. 개발회사가 상가를 직접 운영하고 외부 브랜드로 채우지 못하는 콘셉트의 공간은 자체 브랜드로 채운다. 앨리웨이 광교에 투입되는 자체 브랜드는 11개에 이른다. 콘텐츠만이 골목상권 세트가 아니다. 공간 디자인 자체도 골목상권을 벤치마킹했다. 상가가 여러 골목길로 연결되고 있고 보행로 곳곳에 골목길을 연상시키는 그라피티, 벤치, 천막, 노점을 배치했다. 상가 중앙에 거대한 광장을 만들어 주민이 휴식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본관과 별도로 별관을 건설해, 공간 구조의 다양성을 구현한 것도 골목길 분위기를 더한다. 무엇보다 상가를 호수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의 정면에 배치했다. 상가 중심의 생활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개장한 지 1년도 채 안 돼서 콘텐츠의 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상가의 활력이다. 일주일 내내 사람이 몰리는 앨리웨이와는 달리 주변의 다른 아파트 상가는 부동산 업소로 채워진 비워진 공간이다. 아파트 가격에서도 차이가 있다. 앨리웨이가 입점한 아이파크의 아파트 가격이 전통적인 아파트 상가가 들어간 이웃 아파트보다 10∼15% 비싸다고 한다. 광교 지역에서 아파트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앨리웨이가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기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독립 브랜드로 대형 상가를 개발하는 앨리웨이는 해외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혁신적인 사업이다. 네오밸류는 앨리웨이 모델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동네 상권의 중심인 슈퍼마켓, 어린이 관련 시설에서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상가 건축에서 시작해 콘텐츠 개발로 사업 분야를 확대하는 네오밸류는 새로운 부동산 개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콘텐츠 개발회사에서 부동산 개발회사로 이동하는 일본 츠타야와 무인양품의 궤적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누구의 전략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리테일의 미래에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로컬, 골목길 콘셉트로 오프라인 리테일을 혁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쪼록 네오밸류 같은 기업이 신도시 상권을 살리는 부동산 개발회사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태영건설과 같은 중견 건설사가 라이프스타일 센터 개발에 합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태영건설은 경기도 광명시에 뉴욕 소호를 모티프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골목형 신도시 상가는 기업은 물론, 신도시 미래에도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스타벅스가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스타벅스 임팩트로 표현한다. 네오밸류 실험이 성공하면, 많은 사람이 네오밸류의 신도시 상권 활성화 효과를 앨리웨이 임팩트라고 부를 것이다.


독립 브랜드의 대응

독립기업은 독립 브랜드, 소규모 상권개발 등 골목상권 고유의 영역에 진출하는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협업이다. 신도시에서 골목상권을 조성하는 앨리웨이 사업은 많은 독립 브랜드의 참여가 필요하다.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앨리웨이가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네오밸류가 골목상권을 조성하는 지역은 신도시만이 아니다. 가로수길, 익선동, 성수동에서도 지역문화에 기반한 골목형 상권을 개발한다. 가로수길에서 운영하는 도시형 골목상가 ‘가로골목’이 제공하는 팝업 스토어는 강남 시장 진출을 위한 독립 브랜드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네오밸류 모델은 또한 독립기업의 확장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한 지역에서 지역 청년과 주민을 위해 여러 상업시설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네오밸류 모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어떤 길을 선택해도 원천 경쟁력은 콘텐츠에 있음은 변하지 않는다. 부동산 개발업에 진출해도 다른 로컬 브랜드를 유치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국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에서 아파트 단지 상가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분야다. 현재와 같은 공동화 상황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 원도심 지역의 골목상권이 고유의 역사문화, 건축 자원으로 도시문화를 창조해 창조인재와 창조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숙제라면, 신도시의 상권은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해 주민 생활의 허브로 탈바꿈하는 것이 숙제다. 신도시 상권 재생의 방법은 의외로 명품상점이 즐비한 럭셔리 상권, 자동차 이동과 접근이 편리한 자동차 상권,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상권이 아닐 수 있다. 네오밸류의 앨리웨이 프로젝트가 보여주듯이 원도심에서 부활하는 도시문화, 골목문화가 신도시 상권의 미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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