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스토어 기반 도시재생 전략

by 골목길 경제학자

사람과 돈이 몰리는 골목상권을 글로벌 대기업들이 그냥 둘리가 없습니다. 최근 다수의 대기업이 오프라인 상가와 유통에 진출합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진입으로 발생하는 전쟁이 정말 무서운 골목 전쟁입니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까요? 저는 동네를 바꾸는 앵커 스토어에 한 표를 던집니다.


골목길로 밀려오는 대기업 중 가장 위협적인 기업은 아마존입니다. 최근 아마존은 아마존고, 아마존 북스토어, 홀푸드마켓 합병을 통해 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마존뿐만 아니고 우리 가까운 데 있는 스타벅스도 요즘 동네 사랑방 되겠다고 합니다. 회원제 운영하고 회의실 임대해주고, 그리고 동네 커뮤니티와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애플도 애플스토어를 타운스퀘어, 동네 광장이라 부릅니다. 호텔도 동네, 커뮤니티 호텔이 되겠다고 난리입니다.


왜냐하면 무얼 하든지 특색과 개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색과 개성으로 경쟁하는 라이프스타일 경제에서, 유통, 숙박 기업들이 지역 문화에서 그 정체성을 찾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소비자도 항상 묻습니다. 이 동네 특색이 뭘까, 이 동네는 다른 데에서 체험할 수 없는 어떤 경험을 제공할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가게와 기업은 사람을 모을 수가 없습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 두 가지 시장 수요를 만족하려고 노력합니다. 하나는 가격, 편리성, 효율성에 대한 욕구, 또 하나는 자아실현, 문화체험, 심미 추구, 사회적 가치 실현 등 탈물질주의에 대한 요구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하이테크로 첫 번째 욕구를 만족시키고, 하이터치로 두 번째 욕구를 만족하려고 노력합니다. 온라인, 이커머스를 통해 하이테크 서비스를 장악한 아마존이 이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이터치 서비스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아마존이 다른 기업과 다르다면, 하이터치 부분에서도 하이테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신규 진입자들의 공통점은 혁신적인 수익 모델입니다. 일단 돈을 많이 벌어야 하니까 수 모델을 개발한 후 진입합니다. 동시에 지역의 대장, 사랑방, 플랫폼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문화 중심지가 되려는 노력입니다. 모두 문화 랜드마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종합해보면 모두 지역상권의 새로운 앵커스토어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앵커 스토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스타벅스, 홀푸드마켓, 반스 앤 노블스, 백화점이 지역 상권과 쇼핑센터의 앵커 시설로 기능했습니다. 새로 앵커스토어를 창업하는 기업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커뮤니티 호텔을 표방하는 에이스호텔입니다. 스타벅스가 한 골목을 살린다면, 에이스호텔은 한 지역을 살린다고 할 정도 파급효과가 큰 기업입니다. 처음에 입지를 선정하고 건축할 때부터 지역의 예술가와 크리에이터와 협업합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기간이 깁니다. 한번 호텔을 기획하고 입주하는데 평균 5년 걸린다고 합니다. 완공하고 난 후에도 지역 독립 브랜드와 계속 협업을 합니다. 지역 독립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를 호텔 안으로 갖고 들어오는 것이 경영 방식입니다. 동네 문화를 체험하고 싶으면 우리 호텔로 와라, 고객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본의 디앤디파트먼트는 지역의 50년 된 이상 된 브랜드를 편집해 소개하는 기업입니다. 47개 일본 도도현 지점이 있고 서울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한남동 서울 지점도 우리나라의 오랜 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합니다. 아피스 만년필, 모나미 펜, 말표 구두약 등. 일본 기업이 우리가 잊어버린 오래된 브랜드들을 다시 소개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속상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브랜드의 소중함을 일본 기업이 깨우쳐주니까 자존심 상합니다.


한국에서도 지역 브랜드를 소개하는 가게가 생겼습니다. 연남동에 위치한 연남 방앗간입니다. 이 가게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참기름, 마늘소금, 명란 등 지역의 장인 제품을 수집해 서울 소비자에게 소개합니다. 한국의 유통기업, 숙박 기업, 호텔 등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한국에 로컬 자원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외국 사람들한테 보여줄 게 없습니다. 문화 정체성 구현을 위해 로컬 브랜드를 지원하고 이들과 협업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상생입니다. 영업시간 규제하고, 노 브랜드로 소상공인 제품 판로를 열어주는 것은 피상적인 상생 방식입니다. 대기업 스스로가 로컬 장인이 없으면 우리가 장사를 못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로컬 브랜드 육성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가 어디일까요? 한국에 많지 않습니다. 연희동의 사러가쇼핑센터가 대표적인 로컬 독립기업입니다. 사러가쇼핑센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백화점과 할인마트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독립 슈퍼마켓입니다. 시흥 월곶 지역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가게를 운영하는 빌드도 혁신적인 지역 기업입니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지역 차별을 통해서 지역에 들어갔다면, 지금은 지역 상생, 로컬 장인, 독립 기업과 협업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제일 꿈이 큰 기업이 위-워크인데, 위-워크는 자기네들이 도시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공언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로 시작했지만, 코-리빙, 학교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업이 직원을 위-워크에게 맡기면 됩니다. 주거, 일, 즐기기 모두를 위-워크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제 가는 서울시가 위-워크한테 시 운영을 맡길 수가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도시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인프라와 소상공인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글로벌 대기업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독립 기업들입니다. 우리가 지역에서 혁신가를 육성해야 되는데, 동네를 살리는, 도시를 살리는 앵커 스토어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동네를 바꾸는 데 성공한 기업을 찾는다면, 아까 말씀드린 연희동 사러가쇼핑센터, 그리고 제주도 원도심을 재생하는 아라리오 미술관입니다. 이 미술관은 네 개의 미술관을 세워, 탑동 지역을 재생합니다. 1번 미술관에서는 상업시설을 직접 운영을 합니다.


지역 기업으로 가장 성공한 기업이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대전 원도심의 한 거리 전체가 성심당 거리라고 할 만큼 성심당 가게들이 모여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성심당은 대전 시민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홍대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홍합밸리도 동네를 바꾸는 혁신적인 기관입니다. 홍대에서 홍대 다운 기업을 육성하는데 홍대 정체성을 아티스트-스타트업-소상공인의 협업에서 찾습니다.


우리가 골목 상권에서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독립 가게를 더 많이 키워야 합니다. 이런 독립 가게들은 나만 잘하겠다고 하면 절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동네를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창업을 해야 합니다.


동네를 새롭게 창업하는 골목길 기획사도 늘고 있습니다. 1세대 기획사는 신동엽의 신장개업, 백종원의 골목식당 모델입니다. 단위 가게를 리모델링해주는 사업입니다. 신동엽의 신장개업은 1999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가게 하나가 아니고 한 지역의 여러 식당을 리모델링해줍니다. 하지만 식당 리모델링으로 골목길을 살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골목길 자본론>은 C-READI, 6가지 조건, 16가지 소조건을 제시합니다. 이 많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업이 골목길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 장진우, 용산 열정도, 익선동 익선 다다 등이 동네길 전체를 기획하는 2세대 기획사입니다. 이들이 지금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골목상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3세대 모델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개발사입니다. 이지스자산 운용이 인사동 쌈지길, 가로수길 스와치 빌딩을 인수해 골목형 쇼핑센터를 조성했습니다. 대림산업의 디 타워, 디 뮤지움도 실질적으로 골목형 쇼핑센터 사업입니다. 부동산 개발사는 JOH는 동네 지역을 인위적으로 개발하는 사운즈 한남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모델은 4세대, 제주 원도심 창업 생태계 조성사업입니다. 제주 도시재생센터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도시재생센터에서 유효 공간을 확보해서 주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 공간에 입주할 기업들을 모집하고 훈련합니다. 혁신적인 점은 이들 기업에 투자할 벤처 캐피털 회사와 선정된 사업자를 6개월 동안 훈련할 교육기관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제주 모델은 세세한 비즈니스 모델까지 완성시킨 다음, 현장에 투입하는 모델입니다. 우리나라 골목 산업이 불안한 이유가 사실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창업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주 모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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