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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03. 2022

홍대學

여러분이 지역에서 창조 커뮤니티 건설을 위한 학습을 시작한다면, 한국 사례 공부로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논리, 이론, 방법론, 개념은 외국 문헌에서 빌려 올 수 있지만, 실제 적용할 솔루션은 가능한 한국 경험을 바탕으로 찾아야 합니다.


한국에 좋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홍대 지역과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이 각각 한국 지역이 지향할 수 있는 도시와 농촌 창조 커뮤니티 모델로 손색이 없습니다.


우리가 포틀랜드, 브루클린, 교토의 창조 커뮤니티를 부러워하지만, 서울의 홍대만큼 지역성과 결합된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많이 배출하는 지역이 또 있을까 궁금합니다.


홍대 기업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YG, 스타일난다, 젠틀몬스터, 29cm, 라이즈호텔, 앤트러사이트, 빈브라더스, 폴앤폴리나, 어반플레이 등 실타래처럼 줄줄 나옵니다.


한국에 홍대 같은 자생적인 창조 커뮤니티를 50개(인구 백만 명 당 1개)로 늘리면 문화창조 분야에서는 다른 신성장동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태계 당 만 명을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전국적으로는 총 50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지역발전 구호가 '홍대 50'입니다.


도시문화 차원에서도 홍대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한국 도시 문화는 기본적으로 강남과 홍대 투톱 시스템입니다. 강남이 부르주아 문화를 대표한다면, 홍대가 보헤미안 문화를 상징합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골목상권도 대부분 홍대의 보헤미안 콘텐츠를 수입합니다.


2010년대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도 홍대 경제의 질주를 막지 못했습니다. 한국 도시가 창조문화와 창조산업 중심으로 발전하려면 홍대 역사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홍대의 문화적, 경제적 중요성에 불구하고 홍대 지역 연구는 부진합니다. 홍대에 비해 홍동마을 연구는 단행본 몇 권을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합니다. 홍동마을 중심의 마을학회도 운영됩니다.


홍대 연구는 아카이빙이 막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서울역사박물관(2017a, 2017b)이 발간한 홍대앞 역사와 클럽데이 아카이브 보고서가 기본 텍스트입니다. 기존 홍대 연구가 커버하지 않는 연남동의 기본 텍스트로는 어반플레이(2017)를 추천합니다. 2000년대 이전 상황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준비한 '홍대의 장소 마케팅' 보고서에 정리돼 있습니다. 2010년 이후 정보는 2009년 창간한 로컬 매거진 스트리트 H가 중요한 소스입니다.


이무용(2003), 장원호(2012), 신현준(2013), 김수아(2013), 이병민(2018)이 각각 홍대의 클럽문화, 보헤미안씬, 인디음악, 문화소비, 젠트리피케이션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논문입니다. 류재현 외(2005), 양소영(2010), 이근희 외(2011), 손남원(2015)과 같은 대중서에서도 홍대 문화를 바라보는 동시대 지식인과 예술가의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필자 관점에서 선행연구의 가장 큰 결점은 경제학 연구의 부재입니다. 홍대를 창업과 도시산업 생태계의 모델로 분석한 연구자는 찾기 어렵습니다. 문화와 공동체 관점에서 접근한 선행연구는 거의 예외 없이 홍대의 상업화와 경제적 성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홍대 기업 생태계 연구는 골목상권 연구로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자리 잡은 기업 생태계가 2000년대 등장한 골목상권에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골목길 자본론'은 2-30대가 여행하듯 찾는 콘텐츠 상권을 골목상권으로 정의하고, 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이론으로 C-READI를 제안합니다.


C-READI는 문화자원(C), 임대료 안정성(R), 기업가 정신(E), 접근성(A), 공간 디자인(D), 정체성(I)을 의미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골목상권은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임대료가 안정되며, 접근성이 좋고, 공간 디자인이 매력적이고 확장성이 높으며, 정체성이 뚜렷한 지역에 선구적인 기업가가 진출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골목상권과 같은 상권을 원한다면 대상 상권의 C-READI 6개 조건을 평가한 후 부족한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 상권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골목길의 문화자산을 확충하고,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골목 창업을 지원하고 필요 인력을 훈련·육성하고, 골목길 연결성과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며, 골목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일입니다. 홍대 역사를 보시죠. 정부가 C-READI 전 영역에서 지원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정부 사업이 홍대 성공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지구 조성에서 흔히 목격하는 정부의 한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오히려 C-READI의 작동을 보완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브런치 매거진 '홍대學 산책'은 C-READI의 각 변수가  홍대 상권과 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합니다. C-READI, 그리고 기업 생태계 이론을 통해 홍대 모델을 도출하고 이를 다른 지역에 응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 이 연구의 목표입니다.


매거진의 목차를 C-READI 순으로 정리했습니다.    


1. 홍대學 

Culture

2. 홍대 문화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기업들

3. 홍대 보헤미안의 저항

Rent

4. 홍대 위기 어떻게 시작됐나

5. 홍대 맛집의 젠트리피케이션 생존 방법

Entrepreneurship

6. 나는 홍대에서 산업을 만난다

7. 창조계급과 소상공인, 누가 누구의 일자리를 창출하는가

8. 홍대 창업 생태계의 연결자

Access & Design

9. 홍대 지역의 골목길 간선도로

10. 연남동 도시재생의 비밀

Identity

11. 연희동, 라이프스타일 기반 민간 도시재생 모델

12. 홍대 디아스포라



<참고자료>

김수아, 서울시 문화공간의 담론적 구성: 홍대 공간을 중심으로, 서울연구원, 2013

김진애, 우리 도시 예찬, 안그라픽스, 2003

류재현 외, 홍대앞으로 와, 바이북스, 2005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문화발전소 홍대앞, 2017a

서울역사박물관, 홍대앞 클럽데이 아카이브, 2017b

서울시, 신촌, 홍대, 합정 일대 산업 현황 실태조사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용역, 2016

손남원, YG는 다르다, 인플루엔셜, 2015

신현준,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2013

양소영, 홍대앞뒷골목, 그리고 책, 2010

어반플레이, 아는 동네, 아는 연남, 2017

이근희 외, 아지트 인 서울, 랜덤하우스, 2011

이무용, 장소마케팅 전략에 관한 문화정치론적 연구: 서울 홍대 지역 클럽문화를 사례로,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2003

이병민, 홍대앞 문화와 젠트리피케이션, 서울의 공간경제학, 2018

장원호, 서울과 동경의 보헤미안 씬 비교, 사화과학논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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