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상권 부상의 원동력 중 하나가 공간 구조다. 보행 환경이 양호한 이면도로와 골목길로 연결된 7개 행정동 규모의 광범위한 저층 공간 구조가 홍대 성공의 건축환경적 비밀이다.
필자는 흔히 홍대 골목상권은 2000년대 이후 자생적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직접 조성은 안 했어도 유리한 환경을 만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홍대 지역의 기본 골격, 즉 격자형 도로로 연결된 단독주택 지역은 1960년대 서교, 성산, 연희 택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해 짜였다. 이 지역을 촘촘히 연결하는 걷기 좋은 길, 이면도로가 이때 만들어진다.
지하철 건설 또한 정부가 만든 유리한 환경이다. 홍대 상권은 2호선 홍대입구역이 개통된 1984년부터 활성화된다. 2010년대 초반 홍대가 확장한 경로도 상수동, 합정동, 망원동 등 6호선 라인(2001년 개통)이다. 2010년 인천공항철도 홍대입구역 개통으로, 홍대는 해외 여행객의 서울이 관문이 됐고 이에 맞춰 연남동 지역에 대규모 게스트하우스촌이 들어섰다. 지하철 연결망은 홍대 지역의 (외부에서 대중교통으로 홍대로 진입하는) 외부 접근성과 (내부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내부 접근성을 동시에 높였다.
접근성의 개선은 홍대 상권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홍대의 1단계 확장이 도보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2단계 확장의 기재는 지하철 탑승이다. 홍대의 힙스터 문화가 6호선 여러 역을 건너뛰며 확산하고 있다. 홍대 영향으로 응암역, 새절역, 대흥역이 청년 상권으로 부상했다.
홍대 지역의 역사는 내부 접근성을 활용한 확장의 역사다. 서교동에서 시작된 홍대앞은 내부 골목길을 통해 현재 7개 동, 8개 소권역으로 확장했다.
1. 연희동
2. 연남동
3. 서교동 동서교
4. 서교동 서서교
5. 상수동
6. 합정동
7. 망원동 망원역 망원
8. 대흥동 대흥역
확장 경로를 논의하기 앞서 홍대 상권 구분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다른 상권과 달리 홍대 지역은 개별 상권은 행정동 이름으로 불린다. 각 동에 더 작은 상권이, 특히 연남동에 많지만, 대체로 행정동이 상권을 구분한다. 하나의 이유는 홍대권은 주거지 중심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주민이 많이 사는 동네는 대체로 동 이름을 선호한다. 두 번째 이유는 공간 구조다. 홍대권과 경쟁하는 용산과 달리 홍대권은 저층 지역이 넓게 퍼져있다. 지형지물로 동네를 나누기 어려운 구조다.
홍대 상권을 동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 양화로 서쪽에 위치한 서부 서교동 지역이다.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홍대앞 상권과 다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동쪽의 서교동과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이름은 따로 없기에 필자는 편의상 서부 서교동 지역을 서서교로 불러본다. 우리가 보통 홍대앞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동서교가 된다.
홍대권은 남북으로 확장했다. 남북 확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길이 동서교에서는 와우산로와 어울마당로, 서서교에서는 동교로와 성미산로다. 건축가 김성홍이 '길모퉁이 건축'에서 주장한대로, 골목상권은 중로와 이면도로를 통해 확장한다. 다른 상권과 비교해, 홍대 지역엔 상권과 상권을 연결하는 장거리 중로(골목상권 간선도로)가 많다. 양화로, 연희로, 독막로 등 홍대 안의 대로는 상권 확장에 기여하지 못한다. 홍대 상권은 대로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또는 대로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상권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동서교의 중심 거리는 걷고싶은거리-홍통거리-주차장길-당인리발전소로 이어지는 어울마당로다. 과거 서강역에서 당인리발전소를 잇는 철길을 재생한 도로다. 홍대 문화를 대표하는 클럽들이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홍대권의 랜드마크다. 와우북페스티벌, 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상상마당 일대 주차장 거리에서 열린다.
홍대앞 상권은 말 그대로 홍대앞 거리인 와우산로에서 시작했다. 홍대 정문 앞을 통과하는 와우산로 주변에 모인 예술가 작업실과 아지트가 홍대 문화의 토대였다. 1990년대 중반 홍대의 예술가 아지트 문화가 강남에서 넘어온 카페 문화와 융합(충돌)했고, 그 결과가 현대 골목상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피카소거리였다. 와우산로 상권은 그 후 남쪽으로 이동, 상수동과 합정동을 홍대권으로 편입시켰다.
산울림소극장이 자리 잡은 와우산로 북쪽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땡땡거리로도 불리는 이 거리는 1980년대 홍대 지역 노포 음식점이 모여있던 곳이다. 2010년 이후에는 홍대 음식 문화 역사에 중요한 건강빵 베이커리(폴앤폴리나)와 비건식당(수카라)를 배출했다.
동교로는 남쪽 끝인 망원정사거리에서 북쪽 끝인 연세대북문까지 4.2km다. 고전적인 골목길은 아니지만 보행환경이 좋고 주변 건축물이 낮고 다양해 충분히 골목길 분위기를 낸다. 연희동으로 넘어오면 이름이 연희맛길, 연희로25길, 26길로 바뀐다.
공간 디자인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보행 시설이 연남동과 연희동을 연결하는 두 개의 굴다리다. 하나는 경의중앙선 아래, 다른 하나는 성산로 아래에 건설한 굴다리다. 이 두 개의 굴다리를 통해 연남동 유동인구가 연희동으로 넘어온다. 2010년 이후 연희동이 홍대권으로 편입된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간 디자인이다.
동서 확장은 남북 확정에 비해 원활하지 못하다. 동서를 관통하는 골목길 간선도로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홍대권의 동서 확장 통로는 경의선숲길이다. 현재 홍대권이 경의선숲길을 타고 대흥역, 공덕역 지역으로 확장한다. 지형적인 이유와 재개발로 골목길 간선도로가 많지 않은 다른 지역은 고립된 상권이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장한다.
홍대 모델의 공간적 교훈은 명확하다. 주민이 살고 일하며 생활하는 생활권 단위의 동네가 다른 동네와 수평적으로 연결된 공간 구조가 홍대권을 대규모 창조도시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홍대 모델은 도시계획에서 왜 마을공동체를 지탱하는 공간 구조를 보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사례다.
1차 수정 - 2022년 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