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 않나요? 마산, 목포, 인천, 군산, 부산의 바다와 근대 건축물을 보유한 원도심이 좀처럼 '뜰' 조짐을 보이지 않은 것이요. 군산이 예외라면 예외지만, 군산도 해변은 거의 잊힌 관광 자원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원인은 건축환경입니다. 근대 도시는 예외 없이 매립지 도시입니다. 매립지 위에 세운 도시이기 때문에 자연 항구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는 거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도쿄가 항구 도시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매립을 많이 한 도쿄만은 항구 도시 경관을 상실했습니다. 오다이바라는 인공섬에서 자연 해변을 재연하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사진). 매립지 도시 재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매립지 도시 회생의 좋은 사례가 요코하마입니다. 요코하마는 역설적으로 매립지 탈피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가능한 거죠.
이런 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마산, 목포, 인천, 부산, 군산의 원도심 항구 지역을 재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역 정부도 이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합니다. 수변 공간 복원이 근대 도시 원도심 재생의 필수 조건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도시 요코하마는 대규모 매립의 한계를 해변 보행로로 극복했습니다. 평지 보행길이 어려울 때는 이렇게 고가길을 만들어서라도 신도시 미나토미라이와 구도심 문화지역 모토마치쥬카가이를 연결했습니다. 요코하마시가 해변 산책로 없는 항구도시에는 매력적인 라이스타일이 불가능함을 이해한 것 같습니다.
광역시가 창원의 미래인가요? 근대문화와 향토기업 자원으로 경남의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갈길이 바쁜 창원이 아쉽게도 몸통 불리기 함정에 빠졌습니다. 저라면 많이 훼손된 수변 공간의 복원에 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굿모닝 목포! 원도심과 달리 수변지역이 잘 보호된 목포 해안입니다. 계획대로 영산강 북단 산책로가 완성되면 신도시와 구도시가 도보로 연결됩니다.
마산, 지역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작은 도시 큰 기업'을 주목했습니다. 지역의 대기업은 경제적보다는 상징적으로 지역에 중요합니다. 미래인재에게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불어넣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대기업을 보유한 작은 도시는 많지 않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무학소주, 몽고간장의 본사가 위치한 마산입니다. 마산은 1980년대까지 경남을 대표하는 도시였습니다. 결국 흡수된 창원도 마산이 개발한 도시입니다. 문화적으로도 마산은 한국 현대 예술에 중요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마산이 창원에 합병된 후 창원에 대한 편견이 생겼습니다. 돈으로 문화를 샀다? 창원, 진해, 마산을 통합해야 광역단체가 될 수 있다는 산업사회 논리도 싫었고요. 그런데 창원을 방문해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마산은 창원에 문화적으로 졌다. 마산은 1990년대 들어와 활력을 상실합니다. 돌이켜보면 수변지역을 주상복합으로 난개발 한 것이 패착입니다. 그에 비해 창원은 전원도시의 매력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벽돌 단독주택단지, 엄청난 골목상권 자원을 보유했습니다. 거기에 하천, 가로수, 3차선 넓이의 보행로, 공원이 더해져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도시경관을 연출합니다. 마산이 경제적인 활력을 회복한다고 해도 창원을 이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도시문화 격차가 너무 큽니다.
창업 휴양지?"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자연스럽게 지역에 살다 보면 창업도 할 수 있다." 공감, 공간, 커뮤니티가 필요한 밀레니얼을 위한 밀레니얼 감성의 로컬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괜찮아마을(dwvil.com)의 철학입니다. 오늘 홍동우 대표의 안내로 원도심과 괜찮아마을 공간 6곳을 돌아봤습니다. 어쩌죠. 저도 목포 살면서 창업하고 싶어 졌습니다. #공장공장 #오거리식당 #유달동 #목원동 #만호동
중깐, 중식은 로컬이 강합니다. 이번 목포 방문의 수확 중 하나가 목포 중식의 발견입니다. 목포 중식의 대표 메뉴는 중깐이라는 목포식 짜장면입니다. 채소를 갈아 만든 소스와 소면 같은 면이 특징입니다. 면 위에 올려놓은 계란 오이 해물도 인상적입니다. 중식은 로컬이다, 라는 믿음 하에 모임 장소 앞에 있는 중식당에 들어갔는데 운 좋게 중화루 더불어 중깐 양대 산맥을 이루는 태동식당이었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오늘 중화루를 방문했어요.
"목포가 혁신의 시작이다"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근대 역사 문화 팝업 전시관을 장식한 이 사인이 인상적이네요. 전시관의 작은 공간에 음식, 케이블카, 문학과 예술 전통, 근대건축, 근대화 유산 등 목포의 무궁한 로컬 콘텐츠가 정리돼있습니다. 여기에 목포의 상인 전통을 추가하면 어떨까. 행남자기, 조선내화, 보해양조 등 목포는 굵직한 향토기업을 배출한 몇 안 되는 지역 도시입니다. 깊은 연구를 하지 않아도 거리를 걸으면 큰 상인들이 활동했고 지금도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산업이 건어물 산업입니다. 우리가 로컬 콘텐츠 소재로 지역문화, 지역특산물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막상 지역에서 이미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에는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 X 로컬크리에이터 어떨까요. 태극당, 삼진어묵 사례가 이미 보여주듯이 전통적인 중소기업도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새로운 로컬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목포가 부러운 것은 재생지원센터뿐만 아니라 괜찮아마을팀, 관해장팀, '손혜원팀' 등 많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쉽다면 세대소통입니다.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목포의 기성세대는 원도심을 두고 계속 신도시를 건설합니다. 하당, 남악, 그리고 새로운 신도시로. 거듭되는 신도시 건설로 원도심에 이어 1기 신도시 하당의 상권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토건 문화를 원망하기 전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좋은 집, 좋은 공동체, 좋은 도시, 좋은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바뀌면 건설산업도 변하지 않을까? 도시재생과 임팩트 투자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건물주가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와 협력의 필요성을 이해해야 하는데요. 현재로선 외부 투자자를 설득해 건물을 매입하게 한 후 그와 협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니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중깐 포스팅에 대한 반응이 좋아 떠나기 전 목포가 강한 또 하나의 노포 메뉴 양념갈비를 체험해야겠습니다~~
2020년 8월 18일
마산 문화동 - 마산에서 바다가 보이는 골목상권이 가능할까요? 오늘 후보지를 탐방했습니다. 문화동, 개항 시대 일본인이 거주한 신마산의 중심지였습니다. 당시 일본과 러시아 영사관이 여기에 있었다고 합니다. 강점기 명칭은 본정. 일본식 건물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대저택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경남대 후문과 연결된 저층 주택지이기 때문에 골목상권으로서 잠재력이 보입니다. 이미 카페들이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4월 24일
아 목포 - 19세기 말 호남 선교사들의 증언입니다. "나는 이제 목포에서 살 수 있게 되었으므로 매우 흡족하고 기뻤다. 목포는 새롭게 번성하는 신흥도시로서 모든 물가가 상당히 높다. 토지 값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390 은화를 지불하였지만 나는 곧바로 그곳을 팔면 $500을 주겠노라고 제의를 받았다." "1896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광주가 전라남도의 행정중심지로 확정되어 각 주요 행정기관 이전하였다. 인구 규모가 10,000명으로 증가하고 나주와 목포를 능가하는 도시로 발전한다." "광주는 전라남도 인구의 중심지이다. 비록 목포에서 얻을 수 있는 문명의 편안함은 없다 할지라도 우리들의 사역으로 가장 적합한 장소이다." "당시는 선교사의 신변 안전이 보장되는 지역을 우선으로 외국인 거주지로 지정된 특별 관리구역이 있는 개항도시를 선호하였으며, 또 하나는 출입과 접촉이 비교적 수월한 상업 도시여야 선교부 설치를 결정했다. 발전하는 광주는 농업 지역기반으로 한 남장로교 선교사들에게 고향 유사한 지역적인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마산에서 합포문화동인회 초대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강연했습니다. 2014년 8월 '작은 도시 큰 기업' 주제로 강연했으니 7년 만의 재방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역 연구의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의 강연을 한 장소에서 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를 동인회에 추천한 서울대 전상인 교수, 중앙대 마강래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7년 전 저를 초대해주신 조민규 전 이사장님이 역까지 마중 나오셨습니다. 지금 이사장은 강재현 변호사님입니다. 동인회는 순수 민간단체로 1976회 설립 후 500여 회의 강연을 주최한 마산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입니다. 공부할 책도 많이 주셨습니다. 특히, 박동훈 교수의 통치술은 두고두고 탐독해야겠습니다. 마키아벨리, 한비자와 다른 인사이트를 줄 것 같습니다. 서론에서 등소평과 중국인을 가장 존경한다는 말씀에 비상함을 느꼈습니다. 마산, 로컬 자원을 보면 전국 최강입니다. 이은상, 문신 등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를 배출하고, 무학소주, 몽고간장 등 다른 소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향토기업도 왕성하며, 마산역 부근에 경남은행, 창원MBC, 경남도민신문 등 '영혼 있는' 기업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런데 마산 로컬이 현재 강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골목상권 목록에 등재된 상권이 없고, 로컬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도 알지 못합니다. 워낙 대기업과 문화예술이 강해 소상공인 산업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아닌지 추측해봅니다. 마산의 정체성도 모호해졌습니다. 창원과 통합되면서 근대도시, 문화예술도시, 항구도시 등 전통적인 정체성이 약해진 거죠.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마산도 코로나 시대에 동네 상권에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중심부에서 모이지 않고 퇴근 후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기회를 활용해 낙후된 거리 한 곳에서 로컬 브랜드 육성 사업을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순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정원도시에서 정체성을 찾은 도시입니다. 늦지 않았으면 인공섬에 마산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해 그 시설 중심으로 정체성을 살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시장 주변이 흥미롭습니다. 장어거리, 복국거리, 아구찜거리가 있는데 이번에는 복국을 체험했습니다. 저녁은 1948년에 창업한 삼대초밥에서 했고요. 역사 깊은 일식과 해산물 식문화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산 자원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작년 방문한 문화동 일대, 신세계백화점이 건재한 오동동, 250년 역사의 창동 골목길과 예술촌도 추천합니다. 마산 경제의 가장 큰 충격은 한일합섬 도산입니다. 수출자유공단도 활력을 잃었고요. 아무쪼록 마산이 현재 보유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창조도시로 재도약하길 바랍니다. #합포문화동인회 #삼대초밥 #복국거리 #남성식당 #스카이뷰호텔
한국 항구도시 중 원도심에 해수욕장이나 자연 해변이 남아있는 곳이 있나요? 인천 원도심에서 해양도시의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은 내항에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해변길이나 해수욕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월미도 해변로도 높은 둑 위에 조성되어 우리가 보통 기대하는 쾌적한 해변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항구도시가 원도심 해변을 매립을 통해 공장, 부두 등 산업자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 자원을 남기지 못한 거죠. 인공섬 신도시 송도에도 딱히 추천할 만한 해변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