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산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악 국가입니다. 하지만 산악 지역을 관광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바닷가와 달리 산악 지역에 훌륭한 경관을 가진 리조트가 없다고 불평합니다. 스키장을 제외하곤 글로벌 수준의 관광 시설이 들어간 산악 지역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오랫동안 한국의 국립공원은 사찰을 중심으로 서구식 리조트 없이도 충분한 수의 관광객을 유치했습니다. 한국 특유의 등산 문화가 있어 상업 시설이 없는 산악 지역에도 사람이 많이 모였습니다. 등산을 가지 않는 여행자를 위한 시설은 국립공원 입구마을이나 계곡 음식점이었으면 충분했고요.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이 변했습니다. 입구마을 수준의 콘텐츠로는 MZ세대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운 거죠. 그렇다 보니 MZ세대가 등산이나 하이킹을 위해 산에 가도 입구마을 방문은 생략합니다. 이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저도 환경주의자들이 우려하는 대규모 (난)개발은 반대합니다. 대신 작은 알파인 빌리지를 제안합니다. 기존 입구마을이나 산촌마을을 개성 있는 '알파인 빌리지'로 재생하는 거죠. 많은 가게 필요 없습니다. 전국으로 확산하는 골목상권의 기본 업종이면 충분합니다. 커피, 베이커리,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독립서점입니다.
2019년 8월 2일
이해가 안 됩니다. 이런 위대한 자연과 문화를 갖고도 상권 하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니요. 연남장 속리산, 리노베이션 스쿨 속리산, 로컬라이즈 속리산, 플레이스캠프 속리산, 사계생활 속리산 등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의 에이스를 투입하면 되지 않을까요?
2019년 8월 20일
속리산 법주사 입구 마을은 어마어마한 자연과 문화 자원에도 불과하고 마을 이름, 마을 지도 하나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몇몇 가게가 지역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했습니다. 카페 고래의 대추죽 수준의 걸쭉한 대추차를 아침식사로 강추합니다. 좀 달긴 하지만 로터스블라썸의 대추라떼도 가능성 있어 보입니다. 로터스블라썸의 연꽃 브랜딩도 참신했습니다. 마을의 행정명은 사내리입니다. 사리단길이 오버라면 최소한 사내마을이라는 브랜드로 마을 재생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2020년 5월 22일
산악 라이프스타일 x 골목상권 - 코로나 위기 전에도 한국 골목상권의 블루오션은 산악지역이었습니다. 천혜의 자연과 문화 자원, 그리고 캠핑장을 가진 속리산 입구가 산채정식 식당으로만 채워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다른 국립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초의 가장 큰 고민이 설악산 입구라고 합니다.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은 산악도시입니다. 이 엄청난 자원으로 아담한 산악마을 하나 못 만들고 있습니다. 은평한옥마을 정도 생각납니다. 지금도 입구에는 상업시설이 모여있습니다. 개성 있는 골목상권이 아닌 뭔가 2도 부족한 먹자골목 같은 분위기입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골목상권에는 홍대, 성수동과 같이 수백 개의 가게가 모여있는 대형 상권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귀포 이중섭거리 좋아하시나요? 많아야 20여 개 가게밖에 없지만 2-3 시간 우리의 관심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농촌, 산악, 해변 지역의 작은 마을도 5개, 10개 가게로 관광지가 될 수 있습니다. 베이커리, 커피 전문점, 독립서점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암튼 밀레니얼이 등산을 가기 시작했다고 해서 등산과 도시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2020년 8월 31일
대도시 이탈의 시작 - 뉴요커가 맨해튼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고 도심 치안 등 일부는 미국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대도시 어디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도시 대형건물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뉴요커가 안전한 단독주택을 찾아 교외로 간다면, 서울라이트(서울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교외는 대안이 아닙니다. 서울의 교외는 아파트 숲입니다. 어제 홍제천 걸으며 서울의 전원도시는 북한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러가 뉴요커라면, 진관동, 평창동, 우이동, 정릉, 홍은동, 부암동, 청운동 등 북한산 자락 단독주택 동네로 이동하지 않을까요?
2020년 10월 22일
남원 산내면 - 지금 페이스라면 곧 라이프스타일 성지 투어를 시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골목상권 4곳, 지역 공동체 4곳, 산업 생태계 2곳? 지역 공동체는 유기농과 협동조합의 홍성 홍동면, 로컬푸드와 교육 공동체의 완주 고산면, 명상과 공예공방의 충주 노은면, 그리고 공간과 네트워크 연결의 남원 산내면이 후보지입니다. 어제 아침 언덕에 올라 내려다본 산내면 전경입니다. 표현력이 부족해 검색하니 적당한 문장이 있네요. 웅장하면서 험하지 않은 산세, 산정에 걸치는 낮은 구름, 완만한 기복을 이루는 구릉! 지역 공동체가 뭔지 모른다고요? 키워드 정리해 드립니다. 생명, 평화, 대안, 생협, 명상, DIY, 마을, 청년, 지역, 여성, 인권, 디지털, 적정기술, 사회적 경제. 공동체마다의 특색은 위에서 정리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영혼 있는 사람이 모여사는 취향 공동체(골목상권), 마을 공동체, 라이프스타일 산업 공동체에 끌리네요. #지리산포럼 #작은변화포럼 #홍동마을 #풀무학교생협자연의선물가게 #마을카페토닥 #깊은산속옹달샘 #꽃피는아침마을 #풀무학교
2021년 3월 11일
금오산 입구마을 - 국립공원도 아닌 도립공원의 입구마을이 내가 보고 싶은 알파인 빌리지와 근접해 신기하다. 우리 세대의 추억이 담긴 1970년대 관광호텔의 모습을 유지한 금오산호텔도 나쁘지 않다. 알파인 빌리지 앞에 있는 비둘기집 건물, 1970년대 감성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2021년 4월 16일
산악지역 재생 - 이번 주는 주로 산악지역에서 체류합니다. 그러다 보니 산악마을, 농촌마을의 현실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도시의 원도심 지역과 마찬가지로 농촌지역 문제도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산업자원이 아닌 탈산업적 '산업자원', 즉 골목상권, 문화창조산업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적지 않은 농어촌 지역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골목상권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 그 원인은 문화자원 부재, 골목상권에 대한 이해 부족, 마을기업 중심의 마을재생 등 많은 장애요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농촌마을에서 관광객을 유치할만한 문화자원을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엄청난 산악자원을 보유한 국립공원의 입구마을을 낙후지역으로 방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상업시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한때 국립공원 입구마을은 번성하던 상업지역이었다. 청년세대가 산악지역 레저에 눈을 뜬 이때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골목상권 모델로 국립공원 입구마을을 재생해야 한다. 상업시설을 입구 마을에 집중하는 방식은 보존과 개발 진영의 대립을 해소하는 방식이기도 한다. 개발을 입구 마을에 한정함으로써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2021년 6월 20일
사찰 입구마을의 경제 - 범어사 입구마을 남산동에서 자란 김선영은 소설가 김정한이 '사하촌'이라고 부른 자신의 동네를 이렇게 묘사한다. "주지와 일제의 핍박은 없지만, 곤궁하고 궁핍된 모양새가 가옥구조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곳. 거기다 재개발의 광풍에 서서히 함몰되면서, 삶의 자취와 자리가 조금씩 변형되거나 말소되는 곳." 주지의 핍박? 뒤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절의 땅을 빌려 경작하고 사는 사람들." 김정한의 사하촌은 사찰 소작인들이 살던 마을이었다. 나는 한동안 국립공원 입구마을의 재생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런데 몇 분이 스쳐가듯 나에게 한 말이 있다. 국립공원 입구마을 부동산의 주인은 사찰이라고. 나는 단순히 사찰이 보수적이어서 상업적으로 입구마을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말인지 알았다. 그러나 사하촌의 대한 묘사를 들으니 입구마을 재생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을 깨닭게 된다. 다른 세속적인 마을과 달리 로컬 크리에이터를 투입해 살릴 수 있는 상권이 아닌 것 같다.
2021년 7월 6일
국내 관광 산업에 좋은 소식입니다. 이제 휴가지로 국내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끝나도 국내서 휴가'가 무려 47%, '무조건 해외' 24.2%를 압도합니다. 선호하는 휴가 형태에 대한 응답도 흥미롭습니다. 응답자의 33.7%가 ‘지방의 펜션이나 풀빌라에서 현지 맛집·볼거리 등 즐기기’를, 22.8%가 ‘호캉스(호텔+바캉스)’ 를, 18.6%가 '등산 캠핑 등 자연 속에서 휴식'을 꼽았습니다. 지역이 본격적으로 숙박시설에 투자해야 합니다. 주중 손님 없어 호텔 투자 못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요. 배드 뉴스는 응답자가 말하는 지역은 강원도와 제주도라는 사실입니다. 이건 정말 답답합니다. 전국 곳곳에 좋은 곳 많은데요. 저는 여름휴가로 구미에 갑니다. 1970-80년대 관광호텔 같은 호텔금오산에 체류하면서 유럽 알파인 빌리지 분위기의 도립공원 입구마을, 구미역 주변의 금리단길, 금오천 주변의 문화시설과 산책로, 그리고 제가 강연한 삼일문고가 제공하는 도시문화를 즐기려고요. 중심 테마는 1970-80년대입니다. 그 당시 가족과 같이 갔던 설악산 관광호텔, 속리산 관광호텔, 수안보 관광호텔 그리우신가요? 호텔금오산이 딱 그런 곳입니다.
2021년 9월 23일
아웃도어 브랜드 생태계의 최적지는 의외로 서울일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 도시가 아웃도어 브랜드를 배출한다고 주장하는데, 국립공원 북한산을 필두로 수많은 산에 둘러쌓은 서울은 누가 봐도 세계적인 아웃도어 도시입니다. 그런데 서울이 아웃도어 브랜드 창업 생태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 어딘가에 아웃도어 스타업과 소기업이 모여있겠지만, 사실 아웃도어 창업 생태계의 최적지는 국립공원 입구마을입니다. 우이동, 수유리, 구기동, 도봉동 등 그 많은 입구마을 중 한 곳에 아웃도어 마니아들이 모여 아웃도어 브랜드도 개발하고 아웃도어 라이프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서울시 '로컬 브랜드 촉진 지구' 사업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여러 친구들 도움받아 생태계 구축 추진 방안을 만들어봤습니다. 누군가가 빨리 시동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9월 28일
이 소년이 어떻게 자라길 원하세요? 아기 나이인데 정말 민첩하게 트랙맨 올라갑니다. 많이 해본 실력입니다. 주민인 것 같아요, 국립공원 설악산 입구마을에 사니 아무래도 아웃도어 문화에 노출될 기회가 많겠죠. 이 체험시설이 있는 곳은 속초 국립산악박물관입니다. 바로 옆에 국립등산학교가 있습니다. 삐딱한 제가 물었어요. 국립산악메이커스페이스는 없냐고요. 박물관 앞 포스터 보세요. 산악이 알고 싶은 사람 오세요, 산악 장비 발달사 알고 싶은 사람 오세요, 저라면 '산악 장비 한번 같이 만들어 보세요'라고 초대하겠습니다. 등산하면 장비 고마운 줄 알고, 장비 고마운 줄 알면, 누가 어디서 만드는지가 궁금하고 나도 한번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창업 문화 별거 아니라 생각합니다, 직접 만들어 보는 문화(DIY)로 시작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다시 소년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체험 시설 즐기는 아기가 국립산악박물관 다른 전시 보면 아웃도어 브랜드 창업이 나의 길이라 생각할 가능성 제로입니다. 히말라야 등정, 소개한 인물도 산악 엘리트입니다. 한국에도 꽤 큰 아웃도어 기업 많은데, 기업인도 산악 역사에 못 낍니다. 왜일까요? 한국 산악 서사는 왜 생활문화로 쓰이지 않고 히말라야 등정 신화로 쓰일까요? 사정이 이러니 아웃도어 산업의 최적지 속초에 이렇다 할 아웃도어 산업이 없습니다. 지역문화를 생활화해야 자생적인 지역산업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2021년 10월 23일
알파인 빌리지의 귀환 - 페친 신지혜 상무님의 타임라인에서 발견한 반가운 소식입니다. 우이계곡 입구에 도심 리조트 파라스파라가 오픈했다는군요. 다음 과제는 아웃도어 브랜드 생태계입니다. 강북구청장님, 빨리 '로컬 브랜드 촉진 지구' 지정 신청해주세요. 아파트, 신도시 열풍에 동네 다움을 잊어버린 서울, 서울 강북 지역의 많은 동네가 외국의 알파인 빌리지로 재생될 수 있습니다. 지난주 평창동 기억나시죠? 친구들이 예술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데요, 1990년대 평창동이 그대로 있었으면 마을 만들기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들 잊었지만 평창동 북악터널 입구에 산악 호텔 분위기의 호텔이 두 개 있었습니다. 올림피아호텔과 북악파크호텔요. 당시 평창동엔 가든, 회관 형태의 갈빗집이 많았고요. 지금보단 훨씬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동네였다 생각합니다. 구파발, 구기동, 평창동, 정릉, 우이동, 도봉동 모두 국립공원을 품은 리조트 동네로 재탄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