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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n 15. 2022

창조 커뮤니티 구축을 통한 시군구 경제 활성화

창조 커뮤니티 구축을 통한 시군구 경제 활성화

구축을 통한 시군구 경제 활성화 

균형발전은 불가능한 것일까? 2003년 이후 모든 정부가 균형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일부에선 균형발전 무용론이 제기된다. 수도권 집중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수도권 생활환경 개선, 수도권 산업 경쟁력 강화 등 이에 적응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균형발전이 어렵다고 지역발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역이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은 지역에 남는다. 변해야 할 것이 있다면 지역발전 방식이다. 산업단지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 중심의 기존 지역발전 모델은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모델이다. 경제 성장 모델이 물리적 자본에서 개인 상상력과 창의력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한국이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의존한 지역발전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토지, 용수, 인력, 항만 등 제조업 생산시설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 성장한 지역이 이제는 도시 어메니티, 다양성, 테크놀로지 인프라 등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문화 자원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발전 트렌드는 중앙정부에서 지역 중심으로 사회·경제적 문제 대응 방식으로 변화한다. 균형발전의 목표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이동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국가산업 지원에서 자생적 성장 역량을 갖춘 창조산업 육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이 과거 지역발전 모델에 집착해 창조도시 건설에 소홀한 사이, 지역의 창조산업과 창조인재는 창조도시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창조경제의 부상이 2010년 이후 수도권 집중이 악화되는 구조적 원인이다.


그렇다면 지역은 앞으로 어떻게 창조경제를 구축해야 할까? 창조경제는 개인과 지역의 다양성에 기반한 경제이다.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도 다양성, 특히 규모의 다양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다양한 규모의 지역이 다양한 창조 커뮤니티를 조성해 지역의 창조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 지역에서 실현할 수 있는 창조경제 단위는 광역경제권, 지역생활권, 동네 생활권 등 3개다.


이중 과거 정부가 간과한 창조경제 단위가 동네 생활권이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생활권 경제가 지역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생활 반경이 좁혀지면서 집 근처와 로컬 소비가 증가한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주민들은 장거리 출퇴근을 요구하는 근교 도시보다는 근거리에서 일하며,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도심 직주락(職住樂) 센터를 선호한다. 동네 생활권은 이제 주거지에서 생산지로 진화한다. 홍대, 성수동, 이태원 등 일부 동네 생활권은 MZ세대가 여행하는 상권을 기반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하는 소지역 기업 생태계로 발전했다.  


생활권 단위 창조 커뮤니티 건설은 시군구보다 작은 소(小)지역 경제 모델이 적합하다. 정부도 이미 상권활성화, 로컬 크리에이터(이상 중기부), 도시재생(국토부), 마을기업, 골목경제회복지원(이상 행안부), 도시재생(국토부), 관광두레(문체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동네 단위 경제를 지원한다. 


문제는 효율적인 추진 체계다. 중앙 정부 부처와 지역 정부가 서로 독립적으로 소지역 활성화를 추진하는데, 이를 어떻게 연계되고 상호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상적인 정책 결정 모델은 소지역 관할 행정 기관(시군구)이 소지역(읍면동)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 계획에 따라 다양한 중앙정부와 광역정부 사업에 지원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생활권으로 이동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지역경제 트렌드에 부응하는 소지역 활성화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상권활성화, 도시재생을 중심으로 기존의 소지역 활성화 정책을 리뷰하고, 이를 통해 소지역 활성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더 중요한 과제는 소지역 활성화 정책의 유기적인 통합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읍면동 중심의 소지역 활성화 추진 체계를 제안한다.



1. 소지역 창조 커뮤니티의 개념과 유형

창조 커뮤니티 중 가장 큰 단위가 광역경제권이다. 지역발전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광역경제권은 수도권, 충청권, 경북권, 경남권, 호남권 등 5대 광역권이다. 여기에 제주권, 강원권을 추가한 광역경제권 지원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5+2 모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시티 정책도 광역경제권 모델의 한 유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대구경북연구원과 광주전남연구원이 5+2를 3+2 자립 권역으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5+2에서 독립 단위로 분류하는 제주권과 강원권을 각각 호남권과 수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안이다. 사실 광역경제권 구분에 공식은 없다. 2010년 이후 다른 지역과 다르다는 점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살린 제주도와 강원도를 다른 지역과 통합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광역경제권 논리는 단순한 규모의 경제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 논리를 따른다면, 전 국토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것이 지역발전 모델이 되어야 한다. 5+2 광역경제권은 500만 명 인구가 국가단위 창조경제에 적절한 규모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홍콩, 싱가포르, 덴마크 등 전 세계가 창조경제 모델로 주목하는 강소국가의 인구가 500만 명 수준이다. 5+2 모델이 성공하려면 각 광역경제권이 국가 수준의 독립적 권한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공식화한 정책이 이회창 후보가 2007년 대선에서 공약한 ‘강소국 연방제’이다.


광역경제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가산업 관리다. 현재 보유한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단위의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 것이 광역경제권의 역할이고, (국가산업 육성을 목표로 운영한다는 의미의) 국가 단위 혁신 생태계를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


규모 다양성을 요구하는 창조경제에 독립적인 조세, 산업, 문화, 교육, SOC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종합병원, 종합대학, 대형 문화시설과 상업시설 등 주민이 글로벌 수준의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편의시설을 공유하는 지역생활권도 중요한 창조경제 단위다. 박근혜 정부는 2-5개의 기초 단체를 하나의 지역생활권으로 묶어 지원했다.


지역생활권에 적합한 창조 커뮤니티는 기존 지역산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지역산업을 발굴하는 지역 단위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다. 현재 광역단체 중심으로 조직된 테크노파크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단위 혁신 생태계와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현재 한국은 지역 단위 산업 생태계를 150-1,000만 명 규모의 광역단체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30-50만 명 수준의 생활권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3만 명, 5만 명 단위의 창조도시가 경쟁력을 발휘하지만, 규모의 경제에 민감한 한국에서는 단과 대학 2-3개를 유치할 수 있는 30만 명 규모의 도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간 ‘스타트업 커뮤니티 웨이’가 성공적인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로 소개하는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인구는 10만 명이다.


개인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지리적 단위는 지역생활권보다 작은 5천-5만 명 규모의 동네 생활권이다. 창조경제의 기본 자산인 지역 문화도 정체성과 문화를 공유하는 동네 생활권 단위로 형성되고 발현된다. 상권, 문화지구, 사회적 경제 기반의 다양한 창조 커뮤니티로 구성된 동네 생활권이 많은 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창조국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창조 커뮤니티는 그 기업이 속한 상권이다. 정부도 이런 이유에서 소상공인 생태계를 상권 중심으로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지역 상권 중심의 대표적인 창조 커뮤니티가 서울시와 부산시가 육성하는 골목상권 기반 로컬 브랜드 상권이다. 창의적인 마을 생산 생태계도 상권 수준의 인구로 가능하다. 농촌 공동체의 기본 조직인 농협과 다른 농촌 협동조합은 이미 인구 5천 명 또는 더 작은 규모의 마을 단위로 조직되어 있다. 문화산업 유치보다는 예술인 집적을 목표로 하는 예술인 마을도 작은 규모로 운영된다. 문화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문화지구는 상권과 마을보다 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반드시 대도시일 필요는 없다. 문화지구는 상권과 스타트업 생태계 사이의 중간 규모인 3-5만 명 인구를 적정 규모로 제안한다.


광역경제권, 지역생활권, 동네 생활권 중 제일 중요한 창조경제 단위는 동네 생활권이다. 이곳이 다수의 국민이 창조인재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창조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동네가 많아야, 지역생활권, 광역경제권 단위 창조경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지역생활권과 광역경제권은 각자의 영역에서 동네 생활권을 연결하고, 동네 생활권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다.


동네 단위 창조 커뮤니티는 지역생활권과 광역경제권이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으로 형성되는 생태계다. 동네 단위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조산업과 창조기업이 요구하는 도시 환경, 문화 시설,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다. 동네를 창조인재가 일하고, 살며, 즐길 수 있는 직주락 센터로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 건설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이 아닐까? 동네 중심의 직주락 센터 모델은 새로운 모델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가 2019년 시작하고 2021년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에서 논의된 '15분 도시'가 바로 동네 중심 직주락 센터다.


정리하면, 창조 커뮤니티에는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혁신 생태계, 지역 단위의 스타트업 커뮤니티, 로컬 브랜드 상권, 문화지구(문화특구), 예술인 마을, 마을 공동체 등 총 6개의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이중 국가 단위 생태계는 광역경제권, 지역 단위 생태계는 지역생활권, 나머지 4개 생태계는 (적어도 시작 단계에서는) 동네 생활권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 보다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각 유형을 대표하는 창조 커뮤니티 사례를 아래 표에 정리했다. 창조 커뮤니티의 지리적 범위를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생활권으로 설정하고, 동네 생활권을 새로운 창조경제 단위로 제안한다.



2. 소지역 정책 리뷰와 대안 I: 상권활성화*

소지역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상권활성화다. 현재 상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다수의 상권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상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MZ세대가 여행하듯 찾는 골목상권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필자의 집계에 따르면, 2000대 중반 서울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삼청동 등 4 곳에서 시작된 골목상권은 2022년 4월 현재 전국 180 곳으로  늘어났다. 상권을 동 단위로 집계했기 때문에 골목상권을 보유한 읍면동이 180개면, 전체 3,500개 읍면동의 약 5%에 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골목상권 효과는 상권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관광단지, 기업 생태계로 진화한다. 경주 황리단길, 전주 한옥마을, 군산 월명동 등 일부 비수도권 골목상권은 상권활성화를 떠나 도시 전체의 관광산업을 견인한다고 주장할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다. 서울 홍대, 성수동, 이태원, 가로수길 등 1세대 골목상권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로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새로운 자생적인 지역산업을 공급할 수 있는 골목상권을 우선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이미 서울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 부산 소상공인 산업화, 인천 차세대 미래 상권 지원 등 지역 정부가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지역 정부는 어떻게 골목상권을 지원하고 이를 로컬 브랜드를 배출하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시장 변화를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지역 정부는 그동안 기존 제도의 다양한 상권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기존 제도가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합한지 질문해야 한다. 현재 오프라인 상권은 디지털 전환, 소비자 취향 변화, 커뮤니티, 경험 등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상인 한 명 한 명을 1인 브랜드로 만들고, 상권 전체를 다른 지역에 복제할 수 없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할 수 있는 상권으로 육성해야 온라인과 경쟁할 수 있다.


상권활성화 제도와 현황

현재 시행되는 상권관리제도의 모태는 2002년부터 시작된 시설현대화, 주차환경개선, 특성화시장을 통한 상권활성화 사업이다. 2010년에 제정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지원 대상 지역을 2010년 이전의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 시장이나 상점가에 포함되지 않는 다수의 점포가 밀집한 상업지역으로 확대한 상관활성화구역제도를 도입했다. 2013년에는 지원 대상 규정을 상업지역이 100분의 50 이상 포함된 지역으로 완화해 지원 대상을 주거 지역과 상업지역이 포함된 생활권으로 확장했다. 상권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된 지자체는 전통시장법에 따라 상권관리기구인 상권활성화재단을 운영해야 한다.


상권활성화 성공에 중요한 변수가 신규 사업자 유치다. 기존 사업자 지원만으로는 상권 콘텐츠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신규 사업자 유치 사업이 청년몰이다. 2011년 문화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청년몰 사업은 2017년 이후 중기부로 이관돼 정규 시장 활성화 사업이 됐다. 지금까지 전국 36개 청년몰에 672개 점포가 입점했다.


그러나 정부 상권활성화 사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활력을 되찾은 전통시장이나 상권이 어디인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청년몰의 실적도 좋지 않다. 총 672개 청년몰 입점 점포 중 2021년 8월 현재 263개가 폐업했다.


상권활성화 사업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개입 방식이다. 공모에 참여한 소수의 지역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그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전국 단위 상권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어렵다. 대부분의 상권활성화구역이 정부 지원이 끝나 면 자생적인 재정 구조를 확보하는데 실패한다. 사업 내용도 문제다. 기존 상인이 주도하다 보니, 기존 상인의 민원성 요구 사항이 사업의 주를 이룬다.


정부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8월 지역상권법을 공포했다. 상권 내몰림을 방지하고, 소상공인을 살리는 제도로 홍보한다. 지원 대상은 임대료가 급격히 상생해 주민 협력을 통해 임대료를 관리해야 하는 지역상생구역, 자율 협력과 정부 지원을 통해 쇠퇴 상권을 활성화해야 하는 자율상권구역으로 구분한다. 지역상생 구역은 임대료 인상 제한, 지방세 감면, 대수선비 융자로, 자율상권구역은 지역상생구역 특례, 온누리 상품권 가맹과 상권 특성화 사업으로 지원한다.


지역상권법은 모법인 전통시장육성법의 상권활성화구역 사업의 연장이다. 가장 큰 차이는 추진 체계다. 전통시장법에서는 지자체가 상권활성화재단을 만들어야 했는데 지역상권법에서는 주민과 상인이 조합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다. 지역상권법은 그동안 임시법(특별법)과 지자체 조례로 추진하던 상권활성화사업을 공식 법체 계로 제도화하고, 쇠락 상권에 한정한 상권 관리 자격에 임대료가 상승한 상권을 포함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상권법으로 충분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기존 상인과 임대인 중심의 정책으로는 상권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이 반복된다면 지역상권법 사업도 주차장 건설, 대기업 규제 등 기존 사업자가 원하는 사업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상권법으로 상권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정부는 '사람과 돈을 모으는' 골목상권과 백화점의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권관리기구 없이 성장하는 골목상권과 상권관리기구의 체계적인 개입으로 성공하는 백화점, 즉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상권관리 성공의 비결이다.


콘텐츠 상권의 부상

골목상권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상권운영체계를 가동해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골목상권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일까? 골목상권의 국내외 사례를 분석한 '골목길 자본론'은 골목상권의 OS(운영체계)를 C-READI로 요약한다. 성공한 골목상권의 OS는 공통적으로 문화 인프라 (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공간 디자인(Design), 정체성 (Identity) 등 6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C-READI는 또한 골목상권 성공의 조건이기도 하다.


정부가 골목상권과 같은 상권을 원한다면 상권 관리를 통해 6가지 조건의 실태를 평가한 후 부족한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 상권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골목길의 문화자산을 확충하고,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골목 창업을 지원하고 필요 인력을 훈련·육성, 골목길 연결성과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며, 골목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C-READI 모델은 단순하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기존 연구가 문화자원, 임대료, 거리 디자인, 접근성을 강조한다면, C-READI 모델은 기업가 정신, 정체성 등 새로운 성공 요인을 제시한다. 영역별 성공 가능성은 다르다. 저층 건물과 걷기에 편한 거리, 주거지와 상업 시설 공존 등의 복합적 공간 디자인과 편리한 대중교통 구축을 통한 접근성 개선은 정부가 비교적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나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는 미술관과 공방, 적정 임대료의 유지, 개성 있는 가게를 창업해 골목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일궈내기 힘들다. 주민, 상인, 예술가, 청년창업가 등 골목길 주체들의 협력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내외 성공 사례는 골목상권 지속 성장의 핵심이 골목문화 유지와 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에 있음을 보여준다.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고 싶은 정부에게 C-READI는 상권 현황의 체크 리스트이기도 하다. C-READI 각 영역에서 현재 상태가 어느 수준에 와있고, 이를 더욱 만족하려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처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경험을 볼 때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거리 조성과 문화시설 유치다. 지역 정부가 매력적인 골목상권을 원한다면 두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한다. 걷고 싶은 길을 열어주고, 동네 정체성에 맞는 문화시설을 배치하는 일이다.


지역 정부가 직접 상권 개발에 나서야 한다면 지역관리회사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2019년 오픈한 군산의 영화타운은 전통시장 재생의 성골 모델이다. 영화타운 사업의 차별성은 추진 방식이다. 청년몰 사업이 기획자를 먼저 선정한 후 기획 자가 기초 공사를 하고 개별 운영자를 모집하는 기획자 모델이라면, 영화타운은 운영자를 먼저 선정한 후 그가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장기 운영하는 지역관리회사 모델이다. 건축도시연구원이 운영자 모델을 군산시에 제안하고 지원했으며, 군산의 민간 사업자인 ㈜지방이 사업의 시행을 맡았다.


로컬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

상권 개발보다 더 시급한 정책은 로컬 크리에이터 공급 정책이다. 보다 많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해 지역 상권에 공급해야 기존 기업과 상권이 브랜드로 탈바꿈할 수 있다. 골목상권을 로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로컬 크리에이터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세부 사업으로는 첫째, 지역 대학과 연계해 대학이 로컬 크리에이터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에 로컬 크리에이터 교과과정을 보급해 지역 대학 학생이 학교에서 로컬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이 로컬 창업에 대한 인식과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도 대다수의 지역대학 학생을 대기업 취업 준비 중심으로 교육한다.


둘째, 예비 창업자를 위한 현장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역 가치를 차별화된 콘텐츠로 구현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양성을 위한 체계화, 전문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훈련 단계에서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기반으로 한 사업 아이템의 기획, 상권 필드 리서치, 현장실습,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실행계획 수립까지 마스터할 수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셋째, 공간 기획 중심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훈련해야 한다. 골목상권에서 성장하는 로컬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매력적은 공간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자원을 연결해 성공한다. 공간과 커뮤니티 기획 능력이 없이는 오프라인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간 창업 훈련의 필수 요소가 창업 공간의 지정이다. 기존 상권에 빈 공간을 확보하고, 지역 청년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창업하면 좋을지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창업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훈련하지 말고, 공간을 미리 지정한 다음 그 공간에서 창업할 팀을 선정해 훈련하는 방식으로 지역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로컬 브랜드 상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지원 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주락 근접 라이프를 중시하는 창업가의 주거와 커뮤니티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코리빙, 청년 주거, 창업공간 공급과 중개를 통한 상권 내 거주와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 커뮤니티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 행사, 축제 등 로컬 브랜드 상권 단위의 커뮤니티 활동도 중요하다.


다섯째, 장기 발전 계획이다. 상권 활성화 사업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이를 통해 어떤 동네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이다. 입지 조건이 좋은 상권은 직주락 센터와 로컬 브랜드 상권을 지향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생활 반경이 좁아져 많은 사람이 동네 중심의 생활을 하고 이에 익숙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역은 주민이 동네 안에서 직주락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생활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자생력에 달렸다. 홍대, 성수동 골목상권이 단계적으로 도시산업 생태계로 진화했듯이, 앞으로 구축해야 하는 동네 중심 생활권도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하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 상권의 미래는 골목상권 구축에 있다. 상권과 상권이 경쟁하는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확장하는 상권이 골목상권이다. 성공적인 골목상권 조성을 위해서는 안정된 로컬 크리에이터 공급이 필수다. 지역대학, 전문 양성기관, 앵커스토어, 지역관리회사 등 다양한 자원과 연계해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창업 기업을 공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권관리의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적인 목표는 상권활성화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상권과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랜드의 지속적인 배출이 되어야 한다. 상권 기반 소상공인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소상공인 지원을 복지가 아닌 산업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업을 산업단지로 관리한다면, 상권 경쟁력과 구성이 중요한 소상공인 산업은 지역상권으로 관리해야 한다.


3. 소지역 정책 리뷰와 대안 II: 도시재생

상권활성화와 더불어 소지역 활력에 중요한 사업이 도시재생이다. 상권활성화가 소지역 내의 상권을 재생하는 사업이라면, 도시재생은 상권을 포함한 소지역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5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에서 볼 수 있듯이, 예산 규모만 보면 도시재생이 상권활성화보다 더 중요한 소지역 활성화 사업이다.


문제는 도시재생의 목표다. 상권활성화의 목표는 상권의 경제적 성과로 쉽게 설정할 수 있지만, 도시재생의 목표는 경제 수치로 단순히 정의하기 어렵다.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문학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인간의 삶, 가치,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으로 정의하면,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를 인간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 중심의 도시로 재생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왜 도시재생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일까? 만약 회의론자가 맞다면, 도시재생 위기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글은 인문학에서 출발한 도시재생, 특히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위기라면, 그 원인 또한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인문학적 가치와 주민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은 것이다.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인문학적 가치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에서 어떤 인간적 가치를 추구한 것일까?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ㆍ사회적ㆍ물리적ㆍ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추진 원칙 또한 중요한데 도시재생을 처음 도입한 서울시가 선택한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주민 주도 도시재생이다. 도시의 문제점을 주민 관점에서 파악해 주민이 원하는 공공과 생활 시설을 공급하는 것을 원했다. 둘째, 기존 것의 보존ㆍ개선이다. 낙후 건축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것을 지양하고 기존 것을 보존ㆍ개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사회적 가치, 주민 참여, 삶의 질, 문화유산 보존 등 도시재생 정책에서 부각된 가치는 사회 정의, 삶의 질, 지역사회 참여, 정체성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표현한다. 서울시 도시재생 정책을 실제 설계한 정책가 또한 약자 보호, 삶의 질,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피력한다. 2012년 서울시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의 동기는 뉴타운 출구전략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서 소외된 주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세입자와 저소득층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했다.


도시재생에 우호적인 건축가들은 원도심을 대체하는 신도시의 비인간성, 특히 사람 보행보다는 자동차 이동을 중시하는 도시 디자인을 비판하면서 기존 커뮤니티와 보행 환경을 유지하는 원도심 재생을 지지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20세기 중반 등장한 뉴어버니즘도 도시 창의성, 공동체, 다양성 등 도시재생으로 강화할 수 있는 가치를 강조한다.


도시재생 단위와 휴먼 스케일

그렇다면 한국 도시재생 사업, 특히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간과한 인간 가치는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도시재생 단위, 그에 따른 규격화가 도시재생의 인문학적 목적과 일치하는지 질문하게 된다. 도시재생 뉴딜은 재생사업을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로 분류한다. 경제 기반 확충, 상권 활성화, 공동체 활성화, 주거지 정비, 생활시설 공급 등 도시재생의 다양한 목적을 각기 다른 지역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인문학적으로 본 도시와 동네는 모든 측면의 공동체 활동이 진행되는 유기체다. 도시재생 목표를 구분하고 이에 맞게 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인문학 관점에선 지나치게 임의적이다. 물론 어떻게 도시재생 지역을 구획해도 임의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좀 더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적어도 도시재생 지역을 생활권 단위로 지정해 생활권 활성화에 필요한 모든 사업을 유연하게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서울시는 이미 지역을 1개 또는 2-3개 동으로 구성된 생활권으로 구분해 놨다.  


도시재생 규격화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사업 제안을 공모하는 추진 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러 도시재생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도시재생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해야 한다(변강훈, 2021). 지역 정부가 상시적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면, 사업 단위를 자연스럽게 생활권 중심으로 설정할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 지원과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각 생활권에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생활권 행정기관 그리고 생활권에 이미 형성된 주민자치 조직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좋은 동네에 대한 욕구

인문학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쉽게 비판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주의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욕구도 인간적 가치고, 이를 무시한 정책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공개적으로 홍보하지 않더라도, 지속가능성을 원한다면 주택과 상가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아니라도 완만한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상가 가격을 억제하고 또 한편으로는 주택 가격을 방치한 것이 시장 관점에서 도시재생이 주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다.


더 깊게 고민해야 하는 비판이 좋은 동네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인문학은 인간 고유의 가치를 찾는 학문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기표현 욕구와 능력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주민에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명확한 동네 비전을 제시해야만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 과연 도시재생을 추진한 지도자들은 낙후 지역 주민에게 어떤 동네 비전을 제시하는가? 정부는 주민이 원하는 것을 하면 자신의 동네를 자연스럽게 좋은 동네로 인정할 것으로 가정하는 것 같다. 한국 현실에서 처음 도시재생을 추진한 은평구 산새마을과 노원구 장수마을의 성과로는 주민의 좋은 동네 욕구를 만족하기 어렵다.


대규모 재개발을 배제한 도시재생 사업으로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수의 한국인이 좋은 동네 모델로 소위 브랜드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특히 어렵다. 하지만 한국에 아파트 단지 동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도 일정 수의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저층 주거지 중심의 좋은 동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 일부는 민간 재생을 통해 살고 싶은 동네가 됐다.


낙후지역이 좋은 동네로 재생된  대표적인 생활권이 홍대 중심의 서울 서부 지역과 성동구 성수동이다. 성수동이 강남 접근성으로 일반화할 수 없는 특별한 사례라면, 홍대권의 망원동, 연남동을 도시재생 모델로 제시했어야 했다. 지역에서 모델로 제시할 수 있는 동네는 부산 망미동, 전포동, 통영 봉숫골, 광주 양림동이다.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단편적인 외국 사례만 제시하고 한국 사례를 모델로 고려하지 않는다.


생활권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전환해야

한국에서 좋은 동네로 부상한 저층 거주지는 공통적으로 상권으로 시작해 직주락 시설이 근접 거리에 밀집된 생활권으로 발전했다. 상권이 뜨면서 청년층이 모이고, 청년층이 모이자 청년과 창조인재 중심의 창조산업이 진입하고, 생활과 업무 환경이 개선되면서 배후 지역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상주인구가 들어갔다.


도시재생에 희망적인 뉴스는 원도심 중심의 골목상권은 계속 증가한다는 점이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는 2021년 3월 현재 170개 가까운 골목상권, 즉 MZ세대가 여행 가듯 찾는 상권을 소개한다. 모든 골목상권이 언론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한다고 비판하는 상업 부동산 개발 모델, 즉 경리단길 모델을 따른 것이 아니다. 서교동에서 시작한 예술가 마을, 가로수길로 불리는 카페거리, 삼청동과 전주 한옥마을이 선도하는 한옥마을, 연희동이 대표하는 로컬 콘텐츠 플랫폼, 사당동이 첫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청년공동체, 그리고 시흥 월곶이 시도한 시민자산화 상권 등 다양한 상권활성화 모델이 있다.


생활권 도시의 부상은 도시재생 모델의 전환을 요구한다. 현재의 주민 주도의 생활환경의 개선에서 일, 주거, 놀이가 한 지역에서 가능한 생활권 도시의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활권 도시의 건설이 목표라면 도시재생 주체와 범위의 재조정이 중요하다. 도시재생의 주체를 주민에서 민간으로, 범위를 낙후지에서 생활권으로 확대해야 한다.


도시재생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해서 도시재생을 포기할 순 없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도시재생 정책을 리뷰하고 있다. 도시재생 커뮤니티는 다양한 논리와 자료로 도시재생의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내 성공 사례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재생한 지역과 더불어 민간 중심으로 추진한 골목상권에서 성공 사례를 찾고 이를 정부 도시재생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순리다.  


4. 읍면동 중심 소지역 활성화 추진 체계

소지역 활성화 주체로서 중요한 행정단위가 읍·면·동이다. 읍면동은 주민 최접점 행정기관으로서 민관이 협력을 통해 지역 문제 해결을 이루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서, 2014년 복지허브화, 2015년 책임읍면동, 2018년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등을 통해 그 기능이 확대되는 추세다.   


읍면동 사무소가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지원, 상권활성화, 마을기업 지원 등 중간지원조직 중심으로 추진하는 소지역 경제활성화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읍면동이 창조 커뮤니티 기본 계획을 수립, 그 계획하에서 다양한 중앙정부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읍면동이 배제된 현재 시스템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중간지원조직이 해산되면 축적된 노우하우(Know-How)와 자료가 유실된다.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읍면동 로컬브랜딩 마스터플랜 수립’을 세부 과제로 선정했다. 읍면동을 창조커뮤니티 기반이자 로컬브랜딩 지역단위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골격이다. 읍면동이 주도적으로 로컬브랜드 상권, 문화지구, 예술인마을,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지구 등 다양한 창조커뮤니티 건설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추진 체계도 개선될 것이다. 읍면동은 중앙과 지역 정부가 지원하는 소지역 활성화 사업을 마스터플랜에 따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중앙 정부도 읍면동에서 필요한 주요 정부 정책의 사업대상 지역을 ‘읍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지역 활성화는 정부 지원 정책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소지역 활성화를 지원할 범사회적인 커뮤니티 운동을 가동해야 할지 모른다. 1970년대 농가 소득 증가와 농촌 마을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한 새마을운동 수준의 지역 운동을 해야 상권과 도시 재생에 필요한 주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체계적인 소지역 활성화 추진 체계로 정부 지원을 통합하고, 이를 매개로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중심의 창조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것이 한국이 더 늦게 전에 선택해야 할 지역발전 전략이다.




*희망제작소 목민광장(2022년 5월 2일 발행) 기고문을 기반으로 작성했다.


<참고 자료>

변강훈, 아마도, 그래도, 조금도, 도서출판 기역, 2021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다산북스, 2017

모종린,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알키, 2021

윤주선, 지역관리회사와 마을재생, 건축공간연구원, 2020

"죽어라 뛰는데 답이 없다, 백종원, 이미트 파워도 안 먹히는 청년몰, " 조선일보, 20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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