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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30. 2022

로컬 소셜라이징

로컬 소셜라이징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로컬 소셜라이징이란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과 콘텐츠로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브랜딩”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지역사회 공헌과의 차별점은 로컬 소셜라이징으로 기획한 공간이 브랜드 정체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뿐 아니라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해 브랜드와 지역에 다른 사회 공헌 사업에서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로컬 소셜라이징의 사회·경제적 임팩트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시몬스의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다. 이곳은 시몬스 침대의 역사, 기술, 철학 등 시몬스 문화를 체험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시몬스 테라스 외에도 시몬스는 해운대, 성수동, 청담동에서 로컬 콘텐츠로 지역과 상생 가치를 창출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2021년 부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부산 대표 사운드숍 발란사, 수제 버거 브랜드 버거샵 등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을 자처했다.


ESG로 대표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가 최근 기후변화, 인권 등 글로벌 이슈에 집중되어 있지만 고전적 의미는 고객, 소비자, 협력사, 지역사회, 미래 세대 등 브랜드 활동 전반에 관한 이해 당사자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일차적 경제 단위인 지역사회가 가장 먼저 브랜드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로컬과 협업하는 브랜드의 로컬 소셜라이징은 일종의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 가치 창출 활동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는 활동이라면, CSV는 브랜드의 비즈니스 기회와 지역사회의 니즈가 만나는 곳에 사업적 가치를 창출해 경제·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다.


기업이 로컬 소셜라이징에 주목하는 이유는 MZ세대의 지역 인식이다. 최근 지역은 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변화 중이다. 2010년 이후 MZ세대의 지역 이미지가 크게 변했다. 지역은 더 이상 시골, 지방, 소외 지역이 아닌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 창조적 인재가 활동하는 힙한 공간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로컬이 브랜드가 된 것이다.


지역의 브랜드화를 선도한 것은 골목 상권이다. 2000년 중반 서울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

원에서 시작된 골목 상권 현상은 현재 전국 200개 가까운 골목길을 MZ세대가 여행 가듯 찾는 크리에이터 상권으로 만들었다. 골목 상권은 2022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이 위치한 서울 시내 청담동, 2021년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자리했던 부산의 해리단길뿐만 아니라 경주, 전주, 강릉, 제주 등 전국에 분포돼 있다. 


이 외에도 기업의 지역 브랜딩 사례는 이니스프리와 제주, 상하농원과 고창, 에피그램과 하동·강진·옥천을 손꼽을 수 있다. 이제 대기업은 지역 특산물과 로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을 넘어 로컬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거나 로컬 브랜드와 콘텐츠와 브랜드를 공동 개발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로컬이 주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로컬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프라인의 미래 자체가 로컬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푸드, 동네를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근거리 베이스의 소모임 등 하이퍼 로컬 라이프가 이를 방증한다. 


동네 관점에서 오프라인 트렌드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다움이 곧 동네다움이 되고, 로컬 콘텐츠가 곧 로컬 브랜드가 된다. 상권과 동네가 로컬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로컬 상권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감성, 가치,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 지구로 진화한다. 이에 브랜드도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로컬 콘텐츠를 공유한다.


로컬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글로벌 현상이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기술사회가 초래할 수 있는 소외와 파편화의 대안을 신뢰와 정체성 자본을 창출하는 로컬에서 찾는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로컬 공급망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도 로컬화를 촉진한다.  


물론 로컬 소셜라이징은 로컬을 향한 진정성이 전제 조건이다. 로컬을 깊이 이해하고 로컬 파트너를 존중해야 진정성 있는 로컬 소셜라이징이 이뤄진다. 또 하나, 브랜드와 로컬의 진정한 상생, 즉 동등한 상호 교환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기업은 자원과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로컬 브랜드에 판로와 디자인을 지원하고, 로컬 브랜드는 공유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업해야 한다. 로컬 소셜라이징의 지속 가능성이 기업에 기반이 되었을 때 기업도, 로컬 브랜드도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며 무한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시몬스 브랜드북 준비 과정에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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