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을 발견하는 방법? 나는 도시를 브랜드로 접근한다. 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로컬을 그 도시가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이해한다. 도시에서 발현되는 그 도시만의 독립적인 문화가 로컬이다.
도시의 로컬은 복합적인 요소의 총합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로컬, 다시 말해 로컬이 발견되고 재발견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가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다. 로컬이 강한 도시는 도시가 중시하는 가치와 이를 일상에서 구현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를 구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로컬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여행을 가야 한다면 준비 없이 떠나 발견의 우연성에 맡겨야 할까? 아니면 도시의 정체성을 사전에 조사해야 할까?
도시가 표방하고 싶은 이미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든 도시가 도시의 자원, 역사, 문화를 도시의 매력으로 마케팅한다. 도시 경쟁력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품력’과 더불어 ‘의미’를 팔려고 노력한다. 도시 브랜딩이라는 분야가 학문 분야로 자리 잡을 정도로 공공의 도시 브랜딩 활동이 활발하다.
하지만 도시의 로컬은 궁극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이다. 공간과 나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장소의 의미가 만들어지고 발견된다. 필자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숨겨진 도시의 로컬을 발견하는 곳은 문헌과 미디어가 아닌 도시의 거리와 상가다. 발견 도구는 보행이다. 도시 거리를 오래 걸으면 도시의 로컬이 드러난다.
거리에서 도시와 로컬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는 기업의 콘텐츠와 브랜드다. 도시의 기업과 소상공인이 도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업화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도시의 로컬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로컬의 발견은 주민에서 시작된다. 내부로 향하는 지역 기업가의 활동이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주민의 콘텐츠를 재발견할 뿐이다. 여행자의 역할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여행자가 적극적으로 도시 발견에 참여해야 도시 브랜드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로컬의 중요성은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 기업, 도시, 국가 모두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에 지역이 의존할 수 있는 차별적인 콘텐츠는 로컬이다.
로컬의 가장 가시적인 소비자는 여행자다. 여행자는 어디에 가든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뻔'한 콘텐츠가 아닌 그곳만의 경험과 자극을 찾는다. 고객이 브랜드의 의미를 소비하듯, 여행자는 도시의 의미를 소비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에게 의미를 주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도시 여행의 재미와 즐거움이 배가한다.
로컬은 주민에게 더 중요하다. 자신과 자신이 사는 도시를 정의할 수 있는 정체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주는 경제적인 효과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지역이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여행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컬 콘텐츠가 지역 경제에 수시로 찾아오는 외부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지역산업의 기반이 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형성된 지역 산업이 타 지역이 복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로 지역의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중요한 관광 산업과 소상공인 고용을 창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다. 로컬 산업이 지역 산업으로만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하이테크와 대중문화 산업에서 볼 수 있듯이 로컬 콘텐츠로 시작된 산업이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지역이 독자적인 문화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다. 1960년대 이후 지역의 역할은 국가산업 지원에 한정되었다.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텍사스, 포틀랜드, 스페인 바스크, 독일 베를린, 호주 멜버른, 덴마크 코펜하겐과 같이 로컬 정체성이 뚜렷한 글로벌 도시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이들 도시는 로컬 문화를 글로벌 문화로 만드는 데 성공한, 가장 높은 단계의 로컬(이 강한) 도시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 대도시에서 로컬이 지역 문화로 뿌리내리는 곳은 골목상권이다. 골목상권에서 사회 전반의 획일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대안을 찾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이 견인하는 골목상권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확장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일부 동네에서 시작된 골목상권은 이제 전국 200여 곳으로 늘었다.
한국 도시의 로컬화는 골목상권 중심으로 로컬과 로컬 브랜드로 진화하는 단계다. 현재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제주, 강릉, 전주, 경주, 순천 등 문화자원이 풍부한 일부 도시가 로컬로 브랜딩하고 차별화하는 로컬 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 상황에서 도시 전체를 커버하는 로컬 브랜딩은 대도시보다는 소도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로컬의 다음 프런티어는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의 소도시다. 소도시가 생존하려면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는 주민과 여행자에게 나의 도시가 어떤 곳이고 어떤 것이 가능한 곳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다행히 소도시의 발견은 시작됐다. 소도시에서도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과 이들이 모이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 이들의 활동이 지역의 라이프스타일과 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로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이들 브랜드가 모여 도시의 의미를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로컬 도시로 가는 과정이다.
지역이 로컬화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기를 원한다면 지역 발전 전략과 브랜딩을 정체성과 차별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이 지역 브랜딩을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면 개인과 기업의 로컬 발견이 원활해진다. 기업 지원의 틀은 로컬 콘텐츠 생태계다. 개인의 발견과 라이프스타일로 시작된 경제 활동을 지역 문화로 만들고, 이를 통해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생태계 구축에서 하드웨어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 지원이다. 현재 진행되는 로컬화를 보고서와 교재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공과 개인의 로컬 콘텐츠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로컬 분야에 더 많은 연구자와 교육자를 공급해야 현장의 교육과 훈련 수요를 만족할 수 있다. 개인의 발견으로 시작된 로컬화를 지식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