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미국으로 로컬 여행을 떠난다면 행선지는 미국 중서부 산업도시입니다. 여러 번 고백했지만 저에게 미국은 중서부(Mid-West)입니다. 1979년 미국에 가서 친구 없이 지내다가, 처음으로 친구를 사귄 곳이 일리노이 게일즈버그 소재 녹스컬리지에서 운영한 고등학생 섬머스쿨입니다. 그곳에서 친구다운 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 후에도 저의 친한 친구와 지도 교수는 거의 예외 없이 중서부 출신이었고요. 드라마 초원의 집에서 나올 것 같은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제가 가진 중서부 인상입니다.
2018년 4월에 마지막으로 중서부를 다녀왔습니다. 피츠버그가 최종 목적지였고 시카고를 경유했습니다. 아래 설명하지만 제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중서부 여행 스케줄은 훨씬 더 야심적입니다. 1960년대까지 미국 산업의 중심지였고, 탈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은 지역입니다. 미국이 중서부 러스트벨트를 더 잘 관리했다면 트럼프가 상징하는 정치 양극화의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못내 아쉽습니다.
미국 중서부 도시 중 어느 도시가 다시 회생하는가? 유사한 위기에 빠진 한국의 산업도시가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중서부 여행을 계획합니다. 현재 생각하는 여정입니다. 중서부 산업 역사에 중요한 도시나 장소 추천해 주세요. Midwest Industrial City Tour. Any suggestions on where to visit? I am interested in company museums or places important in the history of major companies and industries located on my routes. Day 1 O'Hare Airport - Milwaukee (WI) 80 miles, Day 2 Milwaukee - Chicago - Indianapolis - Columbus (ID) 330 miles, Day 3 Columbus - Cincinnati - Columbus (OH) 189 miles, Day 4 Columbus - Pittsburgh 185 miles, Day 5 Pittsburgh - Cleveland 133 miles, Day 6 Cleveland - Detroit 169 miles, Day 7 Detroit - Gary - Chicago 300 miles, Day 8 To Seoul. One of these days I will carry out this plan.
미니애폴리스와 산업도시의 미래. 울산, 포항, 창원, 구미, 여수, 거제 등 우리 산업도시는 현재 상태로 ‘방치’하면 거의 확실하게 미국 중서부 산업 도시의 운명을 맞게 됩니다. 쇄락하는 기업이나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생태계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피츠버그 등 이미 실패한 후 회복한 도시보다는 미니애폴리스 같이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산업도시를 모델로 삼아야 합니다. 이 도시의 무엇이 탈산업화 성공 사례로 만들었을까요? 지난 6월 브런치 포스팅에서도 주장했지만 지역 문화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현정 박사님 지적대로 미국 중서부 도시의 특색은 스포츠 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네소타 소재 스포츠 팀들은 이름을 원산지 동물(Timberwolves, Gophers), 자연환경(Lakers – LA로 이전하기 전엔 Minnesota Lakers였습니다), 지역문화(Vikings, Twins, North Stars)에서 따왔습니다. Vikings, Twins, North Stars가 이곳 주민들이 생각하는 지역 특색입니다. North Stars – 직역하면 북극성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대도시 미니애폴리스의 주민들은 라이프스타일을 Northern 라이프스타일이라 부릅니다. 겨울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춥습니다. 추운 겨울이 Target, Best Buy 같은 대형마트가 이곳에 탄생한 배경입니다. 미니애폴리스는 1956년 미국 최초의 쇼핑몰인 Southdale 몰을, 1970년대에는 다운타운 건물을 이은 도심 쇼핑몰 Skyway를 건설합니다. 한때 미국 최대 몰이었던 Mall of America도 이곳에 있습니다. Target과 Best Buy는 미니애폴리스가 개척한 쇼핑몰 모델에 최적화된 유통 모델입니다. Twins – 미니애폴리스가 속한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중심도시는 두 도시입니다. 주 수도인 St Paul과 경제 중심지인 Minneapolis입니다. 이 두 도시의 평등한 관계를 쌍둥이라는 Twins로 표현하고 도시 이름도 Twin-Cities라 부릅니다. 미네소타는 정부-기업 관계가 좋은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기업과 주민들은 정부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대한 정부는 견제하지만 정부를 파트너로 인식합니다. Twin-Cities가 상징하는 수평적 정부와 기업 관계가 미네소타 경쟁력입니다. Vikings – Minnesota는 19세가 중반 New England 이주민이 개척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한 학자는 Minnesota를 미국 중부에서 유일하게 New England 문화 지역으로 분류합니다. New England는 시민정신이 강한 지역입니다. 이들이 이식한 시민 정신과 사회적 자본을 19세기 후반에 이주한 스칸디나비아 이민자들이 그대로 계승합니다. New England와 Scandinavia의 차이가 있다면 후자가 정부에 좀 더 우호적이라 할까요. 6월 포스팅에서 강조했듯이 미네소타 문화의 본질은 공동체 문화입니다.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 주택, 안전 경쟁력으로 외부 인재를 유치합니다. 공동체 문화의 핵심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미네소타 엘리트들은 검소하기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웬만한 도시에 다 있는 최고급 백화점 Nieman Marcus와 Saks 5th Avenue가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과시적 소비를 자제하는 지역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네소타도 물론 경제 불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흑인, 히스패닉 인구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소말리, 몽 등 새로 이민 온 난민 인구의 통합도 과제입니다. 난민 인구를 많이 수용한 것도 공동체 문화에 기인합니다. 미네소타는 지역 교회 중심으로 자선단체(charity)가 발전했는데 교회 리더들이 교회 당 난민 수를 할당해 난민 인구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제 다른 출장지로 떠납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다시 돌아와야 할 도시입니다. 페친 여러분들 저와 함께 미네소타학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골목길 경제학>을 탈고해 뭘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21
시카고 도착 첫날을 보냈습니다. First day in Chicago. Wicker Park to Hyde Park to the Loop. Ended the day with Don Draper's Old Fashioned.
2018년 4월 22일
한국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가장 아픈 비판이 기독교인의 차별성이다. 과연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는가? 기독교적 삶과 관련된 인상적인 기업이 있다. 애틀랜타에 본사가 있는 패스드푸드 체인점 칙필레 Chick-fil-A. 기독교 기업임을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이 기업은 패스트푸드 음식을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주일인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우리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대해 지나치게 사대적으로 접근한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수입하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일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본질은 개인이 아닌 우리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재구현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자신이 속한 종교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칙필레를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부르고 싶다. 그래도 시카고에서 핫도그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내내 아쉬울 것 같다.
시카고가 진짜 미국이라고 하네요. People in Chicago call their city the real America. Mayor Daley's quote in the picture captures this ethos. Another quote from the pilot issue of Chicago magazine in 1953 hits the same note, "subtract what Chicago have given to it and you wouldn't recognize America." Why do they think so? According to Thomas Dyja, author of The Third Coast, Chicago's gifts to America are McDonald's, Playboy magazine, skyscrapers, rock and roll, Frank Lloyd Wright, regional theaters, labor unions, blues, May Day, etc. Chicago's self-pride reminds me of Kyoto, who thinks of itself as protector of Japanese culture, not Tokyo. Maybe, this kind of civic pride is healthy and constructive as both cities have produced great industries and companies based on that pride. The question for Korea is which city has the audacity to call itself the city of real Korea? Goodbye Chicago, Hello Pittsburgh!
로컬씬 연결자 김혁주 비로컬 대표가 찾는 로컬샵 키워드 여기 다 있어요. Local, Fresh, Neighborhood, Family! @ Zeke's Coffee Pittsburgh
2018년 4월 28일
똑똑한 앤디워홀! 여러 페친들의 요즘 심정을 이렇게 잘 표현하네요. 고마운 마음에서 콜라 한 병 바칩니다. #theandywarholmuseum
Homage. 피츠버그 East Liberty 소재 지역문화 브랜드 Homage 매장입니다. 지역 장인 제품과 디자인을 편집하는 일본 기업과 달리,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지역 스포츠팀, 음악,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티셔츠로 디자인하는 레트로 티셔츠 제작회사입니다. 피츠버그 티셔츠에 사용된 디자인은 피츠버그 프로 스포츠팀, 피츠버그대학 스포츠팀, 피츠버그 도시 심벌입니다. 현재 쓰는 로고가 아니고 과거에 인기 있던 디자인을 다시 복원한 것이 이 기업의 차별성입니다. 지역문화를 티셔츠를 통해 (미국식으로 미국 시장에 맞게) 재창조한 이 기업, 지역과 지역 라이프스타일을 살리는 기업입니다. 현재 미국 13개 도시에 진출해 있고 앞으로도 매장과 도시를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역 전통과 문화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Homage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경의를 표해야 하는 기업인 것 같습니다! P.S. 미국 전역에서 목격할 수 있는 Made in the United States 사인이 보이시죠?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지역중심 생산문화를 강화해야 합니다.
Ace Effect.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좋은 동네'의 기준은 스타벅스, 홀푸드마켓, 그리고 니만마쿠스 백화점이었습니다. 당시 3개 상점을 보유한 도시는 미국 전역에 30여 개에 불과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분위기가 luxury에서 hip으로 바뀌면서, 고급 힙스터 문화의 아이콘 에이스 호텔이 '동네 수준'을 결정하는 상업시설로 부상했습니다. 동네를 바꾸는 가게도 에이스호텔이라고 합니다. 에이스호텔이 의도적으로 미래 성장 잠재력이 있는 장소를 선택하기 때문에 에이스호텔 진입 후 주변 지역에 호텔 취향과 비슷한 가게들이 몰리는데 이를 에이스 이펙트라 합니다. 스타벅스가 한 거리를 바꾼다면, 에이스호텔은 동네 전체를 바꿉니다. 에이스 팬에게는 아쉽게도 현재 에이스호텔은 전 세계에 10개에 불과합니다 (미국 8, 영국 1, 파나마 1). 아시아에서는 2019년 교토가 처음으로 에이스호텔을 오픈한다고 합니다. 1-2년 한 매장을 오픈한다니 당분간 호텔 수를 크게 늘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이스호텔의 매력은 로컬문화 체험입니다. 입지 선정, 스토리텔링, 인테리어, 레스토랑과 바 메뉴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로컬 예술가, 크리에이터와 협업합니다. 고객이 한 곳에서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호텔을 디자인하는 거죠. 피츠버그 에이스호텔도 한때 쇠락했으나 역사와 건축 자원이 풍부한 East Liberty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에이스호텔이 2015년 오픈한 후, 예상대로 이 지역은 피츠버그의 새로운 재생지역이 됐습니다. 매력적인 가게뿐만 아니라 구글 오피스, 스타트업이 몰리는, 문화와 산업이 선순환하는 창조도시로요.
콜럼버스, 2017. 파친코, 애프터 양으로 유명한 코고나다 감독의 데뷰작이다. 2017년 선댄스 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됐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독립영화 분위기가 물씬 난다. 사실 영화 자체에는 큰 관심 없다. 배경 도시가 콜럼버스라고 해서 보게 됐다. 건축 다큐멘터리인지, 성장 드라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을 건축물 중심으로 촬영했다.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 인구 5만의 이 작은 도시는 건축가의 도시다. 1940-1960년대 지어진 67개 건축물이 문화재로 인정받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다. 도시재생, 도시재생하는데 콜럼버스처럼 공공 건축물을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의뢰해 건축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도시재생이 있을까? 다른 도시는 몰라도 경주, 전주, 안동, 강릉, 수원 등 전통문화도시는 콜럼버스 모델로 재생하면 좋을 것 같다. 공공 건축물이 아름다워야 주택도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콜럼버스 건축물이 전부 공공 건축물은 아니다. 은행, 교회 등 민간 건물도 건축가가 설계했다. 궁금하지 않은가?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더 궁금한 건 실천능력이다. 이런 원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한 사람이 누굴까? 콜럼버스는 '작은 도시 큰 기업'이다. 세계적인 디젤엔진 기업 커민스를 배출한 소도시다. 커민스는 지역공헌 사업으로 건축물 지원 사업을 했는데 이 사업을 통해 문화재급 건축물이 탄생했다. 공공이나 민간 기관이 건축물을 지을 때, 커민스 재단에 지원하면 재단이 새 건물의 설계비용을 지원한다. 단, 신청 기관은 재단이 추천한 설계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심박하지 않나요? 경주의 한수원, 전주의 효성, 안동의 풍산, 수원의 SK, 강릉의 테라로사가 커민스 모델로 원도심 건축물 재생을 지원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