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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21. 2024

로컬푸드 크리에이터

로컬푸드 크리에이터


로컬푸드 시장은 현재 크리에이터와 창업가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로컬 식자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과 마켓이 부족한 현실은, 사실상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려는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창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식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로컬푸드 산업의 현재 동향과 함께 크리에이터와 창업가들이 이 시장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고 성공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의 다양성,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크리에이터들이 로컬푸드를 활용해 어떻게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도전과 기회는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접근은 로컬푸드 산업이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컬푸드 크리에이터와 창업가들은 이 시장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로컬푸드와 로컬 경제

로컬푸드는 로컬 경제의 주축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로컬 운동은 환경과 로컬푸드 운동의 양축으로 움직인다. 생산자, 소비자, 유통기업, 시민단체, 정부가 로컬푸드 운동에 참여해야, 선진국 수준의 로컬푸드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공급 자원은 충분하다. 로컬 브랜드를 타 지역이 복사할 수 없는 콘텐츠를 기반해 창업한 기업으로 정의한다면, 로컬푸드만큼 로컬 브랜드 창업에 적합한 콘텐츠는 찾기 어렵다. 아무리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 해도 기후와 지리의 차이로 전국의 모든 지역이 그 지역 고유의 식자재와 식문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지역 농산물, 이른바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식당이 농산물 원산지와 재배자 이름을 표기하고 있으며,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대접하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식당도 인기다.


현재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으나, 이글에서는 로컬푸드의 대중화를 강조한다. 로컬푸드가 보편화되려면 시스템과 제도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대중적인 트렌드가 돼야 한다. 한국 로컬푸드 시장과 정책을 검토하고,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로컬푸드 대중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이글의 목적이다.     


정부는 로컬푸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015년 '지역농산물 이용 촉진법'을 통과시켰다. 세종시, 완주군 등 도농지역에서는 로컬푸드 산업을 지역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문재인 정부도 로컬푸드 확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3개년 추진계획, 지역단위 푸드 플랜 수립). 그 덕분인지 2020년 현재 전국 220여 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보유한 로컬푸드 산업이 농산물 유통의 8%를 담당한다(2022년 목표는 22%).


현재 정부 정책은 지역단위 로컬푸드 소비체계의 구축이다. 농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통합물류센터에서 수거, 학교(공공급식), 직매장, 기공/외식업체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로컬푸드 정책 논의도 정부가 추진하는 시스템과 제도 중심으로 진행된다. 윤병선과 허남혁은 로컬푸드 운동을 "농업과 식품에 관련되는 사람들이 먹거리의 안전과 안심을 위해서 접근하고 얼굴이 보이는 관계와 신뢰관계를 찾아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결집을 가능하게 하는 운동"으로 정의하고, 로컬푸드 유통주체의 건설, 지역 내 네트워크의 강화, 학교 급식에 로컬푸드의 적극적인 활용 등 활성화에 필요한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미국의 크리에이터 솔루션

한국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정부 주도의 유통 시스템으로 충분한지는 더 논의해야 한다. 로컬푸드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민간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로컬푸드 분야에 크리에이터 기업이 나와 유기농 시장을 혁신해야 한다.  


로컬푸드 파인 다이닝,  유기농 슈퍼, 로컬푸드 마켓 등 미국 사례는 크리에이터가 기여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파인 다이닝  크리에이터 - 미국의 ‘바른 음식 먹기’ 문화는 누가 시작한 것일까. 새로운 도시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뉴요커'나 친환경 소비를 옹호하는 시민단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 근교 작은 도시 버클리의 푸드 크리에이터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다.

 
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1971년, 버클리의 가정주부였던 워더스는 새로운 방식으로 로컬푸드를 보급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랑스 음식점 셰파니스(Chez Panaisse)를 창업해 기존 농산물 유통 시장을 거부하고 지역 농장의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며 양질의 유기 농산물을 확보하는 팜투테이블(Farm-to-Table) 모델을 시작했다. 이 원칙은 요리 세계에서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 많은 셰프와 레스토랑이 로컬 농부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계절에 따른 지속 가능한 재료에 중점을 두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워터스는 '음식은 정치다'라고 주장하며 버클리 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을 이끌어 나갔다. 그녀는 단순히 식당을 경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96년 셰파니스 재단을 설립해 학교를 대상으로 건강한 음식문화 교육을 시작했다. 버클리 지역 공립학교는 재단의 지원을 받아 교과 과정의 일부로 음식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활용해 요리를 체험한다. 농산물 그림과 자료는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의 수업 교재로도 사용된다. 유기농산물로 만든 급식을 제공하는 재단 사업은 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시작한 '렛츠 무브(Let's Move)' 운동의 모델이 됐다.

 

슈퍼마켓 크리에이터 - 미국 유통시장에서 로컬푸드를 개척한 초기 기업은 파머스마켓과 생협(Co-op)이었다. 파머스마켓은 로컬푸드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생협의 중심 상품은 유기농과 로컬푸드다. 생협 모델을 대기업화한 기업은 1980년 미국 오스틴에서 창업한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마켓이다.


홀푸드를 창업한 존 매키(John Mackey)는 유기농 식품 생협에서 일하면서 생협 체제로는 유기농과 로컬푸드를 활성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과감해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형 유기농 슈퍼마켓을 창업했다. 초기부터 전국 시장에 진출해 2017년 아마존에 인수되기 전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유기농 푸드 기업으로 성장했다. 홀푸드가 있어야 '살기 좋은 동네'로 인정받을 만큼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기업이었다.


매키가 홀푸드마켓을 위한 모델을 통해 유기농 제품과 건강 지향적 제품에 중점을 둔 소매 식품업을 혁신했다. 그는 동물 복지, 지속 가능한 해산물, 비유전자 변형 제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며 대규모 유기농 소매업의 선례를 마련했다.


파머스마켓 - 미국 로컬푸드 유통의 세 번째 축은 파머스마켓이다. 포틀랜드와 같이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한 도시를 가면 유기농 슈퍼마켓과 더불어 파머스마켓이 지역 농부, 공예 장인, 메이커, 예술가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1992년부터 시작된 포틀랜드 파머스마켓은 포틀랜드 스테이트 유니버시티 캠퍼스에 매주 일요일 열리면, 매주 200 명 이상의 로컬 농부가 참여하는 이 지역 최대 파머스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포틀랜드 파머스마켓을 시작한 Craig Mosbaek, Dr. Richard Hagan, 그리고 Ted Snider는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에 창의적으로 대응하여 파머스마켓이라는 크리에이터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 마켓은 로컬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단순한 식품 구매 장소를 넘어, 교육 및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미국 로컬푸드 사업은 이처럼 혁신적인 크리에이터와 창업 기업에 의해 대중화되고 사업화됐다. 이 사례들은 각 창업자들이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초기 활동이 그들의 사업을 신뢰성 있게 만들고, 시장의 요구를 이해하며, 로컬푸드 주변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물리적 존재와 커뮤니티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필수적이었으며, 나중에는 온라인 및 더 넓은 시장 전략으로 확장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의 로컬푸드 크리에이터

최근 한국에서 로컬푸드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파인 다이닝과 요리 프로그램(쿡방)의 인기로 인해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스타 셰프와 음식 산업 종사자들에게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양평의 '프란로칼', 시흥의 '바오스앤밥스', 제주 안덕의 'iiin테이블:사계부엌', 옥수동의 '로컬릿' 등은 로컬푸드 운동을 선도하는 팜투테이블 식당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유기농 슈퍼마켓, 예를 들어 한살림, 초록마을, 올가 등은 아직 로컬푸드 시장에 완전히 진입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에서 로컬푸드의 대중화를 위해 유기농 슈퍼마켓이 로컬푸드 마켓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대형 마트가 로컬푸드 판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혜화동 마르쉐, 양평 리버마켓, 양평 두물뭍 농부시장, 연희동 채우장과 같은 민간 직거래 시장은 로컬푸드 유통의 빈 공간을 메우고 있다. 이러한 시장들이 상설시장으로 발전하면 로컬푸드 상권이 형성되어 청년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로컬푸드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전국단위 농산품 유통 구조의 견고함과 로컬푸드 크리에이터의 부족이 주요 요인이다.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로컬푸드 채널

로컬푸드 시장에서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전망하는 데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을 의미하는 딥택트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 전국 기업이 로컬푸드 유통을 독점할 것으로 가정할 필요는 없다. 딥택트 기술을 구비한 로컬 기업도 옴니채널을 활용해 지역 내 로컬푸드 유통의 앵커기업이 될 수 있다. 성공의 관건은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의 구축이다.


이미 시흥에서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 빌드가 온라인 기반으로 로컬 농산물과 지역 소비자를 연결하는 팜닷을 시작으로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을 통합하는 '동키마켓'을 실험한 경험이 있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실험은 앞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네 슈퍼가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온라인 식품 유통은 기본적으로 배달 서비스 기반이다. 로컬푸드 기업이 온라인 유통을 시작한다면 어떤 배달 서비스를 채택할 것인가? 로컬푸드 기업은 현재 진행되는 전국단위 배달 서비스 시장의 혁신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국단위 배달 서비스는 환경과 공동체의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포장 쓰레기와 탄소 배출 때문에 환경 문제를, 동네 상권과 상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동체 문제도 극복하지 못한다. 현재 배달 서비스 중에 이 두 문제를 해결할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은 GS다. GS는 투 트랙으로 가고 있다. GS프레쉬를 통해 새벽 배송을, GS25 매장을 통해 도보 배달 기반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을 운영한다.


GS가 이 두 서비스를 통합하면 환경과 공동체 기준을 상당 수준 만족하는 동네 배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즉, GS프레쉬에서 주문한 상품이 동네 GS25 매장으로 배달되면, 소비자가 걸어 나가서 아니면 '우딜'을 통해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동네 배달 서비스 하에서는 GS25 매장이 GS프레쉬의 픽업 스테이션 기능을 한다. 동네 배달 서비스가 환경과 공동체 기준을 완벽하게 만족하지는 않지만 전국 단위 배달 서비스보다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피해가 적다. 앞으로 더 혁신적인 로컬 기술이 나오면 GS 동네 배달보다 환경과 공동체 기준을 더 높은 수준에서 만족하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편의점이 로컬푸드 분야의 옴니채널 앵커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편의점의 미래'로 불리는 미국의 폭스트롯(Foxtrot)의 행보가 흥미롭다. 동네 시장을 겨냥한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편의점이지만, 로컬 브랜드를 편집해 제공하고 카페를 통해 동네 사랑방 모델을 추구한다. 매장에 진열된 모든 상품을 배달하는 옴니채널 유통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폭스트롯 제품의 10-15% 정도가 로컬 브랜드라고 하는데 이중 로컬푸드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해야 하지만, 대기업 편의점이 로컬 브랜드 유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로컬푸드의 미래에 긍정적인 사인이다.    


로컬푸드의 생활화와 산업화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주제이다. 농산물 유통 구조와 현황, 로컬푸드에 대한 시민 의식, 유기농과 건강식품과의 관계 등 로컬푸드 운동의 다양한 측면들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로컬푸드 시장 현황, 로컬푸드 직매장, 학교 급식 등 정부 주도 프로그램의 가능성과 한계, 민간 사업자의 사업 모델과 경쟁력, 팜투테이블 레스토랑의 운영과 애로사항도 중요한 토론 주제이다.


이러한 논의에는 농업 전문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 지자체 실무 담당자, 유기농 및 로컬푸드 운동을 이끄는 시민단체 대표, 로컬푸드를 산업화하는 기업 대표,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운영자 등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정책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로컬푸드를 비즈니스화하려면 대중적인 트렌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에서는 환경 트렌드가 어려운 만큼 프리미엄과 저가 트렌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로컬푸드를 프리미엄 또는 저가 푸드로 산업화해야 한다.


한국에서 로컬푸드 시장이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프리미엄 푸드화가 유망하다. 이를 이끌 주체는 크리에이터와 창업기업이다. 로컬푸드 파인 다이닝, 유기농 슈퍼마켓, 로컬푸드 마켓을 통해 로컬푸드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의 활약이 기대된다.


*2020 제주 지역혁신 싱크탱크 협의제 발제자료

**윤병선, 허남혁, "지역순환 농식품체계와 로컬푸드운동," 열린충남, 2011.


***이미지는 OpenAI의 DALL-E를 통해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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