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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28. 2024

로컬 ESG

로컬 ESG


ESG(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 경영)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이 기준들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ESG 공시 의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환경주의자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ESG를 반기업 세력의 음모나 유럽의 보호무역주의로 포장된 환경주의라고 비판하는 시장주의자들도 있다. 이렇게 양극화된 시각 사이에서 ESG 운동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ESG 운동은 이런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글은 ESG 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국제기구, 글로벌 금융기관, 글로벌 대기업 중심의 글로벌 협력으로는 부족하다. ESG 정신을 지역 생활 문화 운동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ESG 운동을 지역사회 단위 로컬 ESG 운동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ESG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고전적인 의미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객, 소비자, 협력사, 지역사회, 미래세대 등 기업 활동과 관련된 이해당사자에 대한 책임이다. 글로벌 협력 차원에서 진행되는 현재의 ESG 논의는 글로벌 사회에 대한 책임 중심으로 논의되고 제도화된다.


그런데 기업의 이해당사자 중 기업이 사업장을 운영하는 지역사회만큼 중요한 이해당사자를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일차적인 경제 단위인 지역사회가 가장 먼저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글로벌 ESG 기준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로컬 ESG 가치는 훼손되거나 경시되지는 않을까? ESG 기준 강화도 다른 규제 영역과 마찬가지로 생활권 단위에서 발의되고 실천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ESG 논의가 로컬, 즉 지역사회에 눈을 돌려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ESG 경영의 진정성과 일관성이다. 필자는 기업 ESG의 진정성이 궁금하다면 기업의 로컬 ESG 상황을 볼 것을 조언한다. 로컬에서 ESG에 충실하지 않은 기업이 글로벌 사회에서 좋은 시민 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로컬 ESG 경영의 가능성

기업도 기업에게 인재와 입지를 제공하는 지역과 상생해야 하는 충분한 경제적 유인이 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쇠락한 지역사회가 기업에 건강한 기업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비자와 고객이 활동하는 모든 지역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미치는 영역이다.


특히, 지역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지역의 사회적 기반이 약화된 한국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지역을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은 기업을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됐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은 수도권 정부도 상생을 모색한다. 서울시는 서울 청년을 지역 기업에 파견하는 도시 청년 지역상생 일자리 프로그램, 서울 청년의 지역 정책을 지원하는 넥스트 로컬 사업을 통해 지역을 지원한다. 목적과 취지는 다르지만 미국의 Teach for America(낙후지역 교육 봉사)과 평화봉사단(개도국 개발 봉사)과 같은 정신의 사업이다.


그러나 기업이 기부, 봉사, 사업장 이전 등 전통적인 사회 공헌(CSR) 방식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지역이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지역의 문제가 자원 부족의 문제 아닐 수 있다. ‘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과 콘텐츠 개발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지역사회와 협업해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로컬 소셜 라이징의 부상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로컬 ESG 경영을 추진해야 할까? 로컬에서도 정부나 투자자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으나, 좀 더 혁신적은 방법이 필요하다. 규정 준수를 넘는 자발적인 로컬 ESG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로컬 소셜 라이징이다.


기획재정부 경제e이야기는 로컬 소셜 라이징을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과 콘텐츠로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의 브랜딩”으로 정의한다. 전통적인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과 다른 점은 로컬 소셜라이징으로 기획된 공간이 브랜드 정체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뿐 아니라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해 기업과 지역에 다른 사회 공헌 사업에서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는 대기업의 로컬 소셜라이징은 일종의 공유 가치 창출(CSV) 활동이다. CSR이 선행을 통해 사회에 기업의 이윤을 환원하는 활동이라면, CSV는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와 지역사회의 니즈가 만나는 곳에 사업적 가치를 창출해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다.  


현재 대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로컬 소셜라이징 사업을 추진한다. 첫 번째가 로컬 브랜드 개발이다. 지역의 이미지가 힙하게 변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도 중요했다. 아모레의 제주 브랜드 오설록, 이니스프리가 제주가 지금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에는 크게 기여했다. 전북 고창을 브랜드로 만드는 매일유업의 상하농원도 좋은 사례다. 고창에서 만든 육가공, 치즈, 쨈, 된장 등을 전국적으로 유통한다.


두 번째 방법이 로컬 브랜드 플랫폼이다. 패션 브랜드인 코오롱의 에피그램도 로컬 큐레이션을 통해 고창, 강진, 옥천, 영월과 같은 소도시를 힙플레이스로 브랜딩 한다.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이마트 재발견 프로젝트, 롯데백화점 띵크어스도 지역 특산물을 큐레이션해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한다.


로컬 상권 진출이 세 번째 로컬 소셜 라이징 모델이다. 시몬스 코리아, 켈로그 코리아, LG전자가 골목상권에 팝업 스토어를 운영, 지역을 브랜딩 하고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한다. 지역 로컬 브랜드와 콜라보하지 않아도 특정 상권에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도 로컬 소셜라이징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컬 소셜 라이징의 사회·경제적 임팩트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시몬스의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다. 이곳은 시몬스 침대의 역사, 기술, 철학 등 시몬스 문화와 더불어 대전 퍼블릭마켓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로컬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시몬스 코리아는 시몬스 테라스 외에도 해운대, 성수동, 청담동에서 로컬 콘텐츠로 지역과 상생 가치를 창출하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었다. 2021년 진행된 부산 스토어에서는 부산 대표 사운드숍 발란사, 수제 버거 브랜드 버거샵 등 로컬 브랜드들과 협업했다.


네 번째 방법이 IT 기업의 하이퍼로컬 서비스다. 당근마켓,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등이 작은 지역 단위 소비자, 기업, 주민, 상인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다.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통해 지역과 동네는 연결되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지속가능성이 요구하는 로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의 로컬 소셜 라이징은 단순한 과제가 아니다. 이는 로컬과의 진정한 상생을 바탕으로 한다. 기업은 로컬을 깊이 이해하고 로컬 파트너를 진심으로 존중해야만 진정성 있는 로컬 소셜 라이징을 실현할 수 있다.


대기업과 로컬 기업 간의 상생은 동등한 상호 교환 관계를 전제로 한다. 대기업이 자신의 자원과 브랜드 파워로 로컬 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로컬 기업은 대기업에 고유한 로컬 콘텐츠를 제공하여 협업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로컬 콘텐츠가 로컬 기업의 독특한 영역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기업과 지역사회의 관계 역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대기업이 지역 활동가로부터 배우는 것처럼, 지역 활동가도 대기업의 로컬 ESG 활동에서 전략적 접근, 혁신적 파트너십 구축, 목표 설정 및 성과 측정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의 성과 측정 방법을 통해 활동가는 자신의 활동의 실제 영향력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로컬 소셜 라이징의 성공은 지속 가능성에 달려있다. 로컬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로컬 소셜 라이징 활동을 통해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기업 가치와 지역 가치 모두를 증진시키는 공유 가치 창출(CSV)의 장으로 작용할 때, 대기업은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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