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모리스를 위한 변론
윌리엄 모리스를 위한 변론
윌리엄 모리스는 다재다능한 예술가, 디자이너, 시인이자 사회주의자로서 19세기 후반의 미술 공예 운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라져 가는 수공예 기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대량 생산 대신 질 높은 공예품의 생산을 강조했다. 모리스는 직물, 벽지, 가구, 유리제품,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유한 디자인을 창작했으며, 이들 작품은 뛰어난 예술성과 공예 기술을 반영한다.
모리스 & 컴퍼니를 설립해 고품질의 수공예품을 제작, 판매하며, 이를 통해 예술과 생활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했다. 그는 또한 중세의 공예 전통과 자연을 모티브로 삼아, 산업화 시대에 저항하는 독특한 예술적 비전을 제시했다. 모리스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강연을 하고 글을 썼으며, 특히 '예술과 공예에 관하여'와 같은 저서를 통해 그의 이상과 신념을 대중에게 소개했다.
사회주의자로서 모리스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비판적이었고, 노동자 계급의 권리 증진과 사회적 정의를 위해 활동했다. 그는 사회주의 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치적 강연을 하며, 사회 변혁을 위한 글을 발표했다. 모리스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예술과 사회 변화가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리스의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활동은 그가 단순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를 넘어, 자신의 시대를 변화시키려 한 비전 있는 인물임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과 이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며, 지속 가능한 제작 방식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현대적 논의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모리스에 대한 비판
모리스에 대한 비판은 그의 19세기 후반 미술 공예 운동에 대한 중요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어져 왔다. 주요 비판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모리스가 직접 제작하거나 당시 유통되던 수공예품이 부유층의 장식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높은 예술성과 희귀성으로 인해 비싼 가격에 팔렸으며, 일반 대중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둘째, 모리스가 제안한 대안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부르주아 지식인과 사회주의자들 모두에게서 나왔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모리스가 계급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으며, 그의 사회주의적 이상이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셋째, 일부 비평가들은 모리스와 같은 19세기 영국 낭만주의자들을 현실을 벗어난 '귀족주의적 도덕사상가'로 비웃었다(p210). 이들은 중세 시대의 금욕적 사회를 이상화하고, 이를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비판받았다.
넷째, 윌리엄 모리스의 경제학적 이해 부족을 비판한다. 그의 평론과 소설은 경제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지 못했다. 자본주의를 부도덕하게 여긴 모리스는 도덕을 중시하는 시민들이 실리를 고려하지 않고 도덕적인 이유에서 자본주의를 거부할 것으로 믿었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기대 역시 개인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었다.
모리스를 위한 변론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공평한 것일까? 첫 번째 비판, 즉 모리스의 작품이 부자들의 장식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리스의 예술과 공예품이 당시 기술적, 경제적 한계로 인해 고가이긴 했지만, 그의 목표는 미적 가치와 수공예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것이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보면 공예의 가치와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두 번째로, 윌리엄 모리스의 이상과 목표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모리스의 유토피아적 사회주의 비전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 그의 이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사회주의적 사상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의 사상은 단순히 현실을 초월한 꿈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르크스주의와 모리스주의 사이에서 어떤 사회주의가 우월한지 판단하는 것은 역사의 역할이다. 사회주의자들이 19세기에 모리스의 유토피아적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면 마르크스주의자들로 인해 벌어진 20세기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사회주의 추세는 모든 계급을 포용하는 사회주의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 크리에이터 경제는 모리스의 유토피아를 실현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 유토피아는 계급과 계급투쟁이 없는, 자본을 금지하지 않는 사회주의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세 번째 비판에서 모리스를 낭만주의자처럼 현실을 외면한 귀족주의적 윤리주의자로 보는 시각은 그의 진정한 의도와 목표를 간과한다. 모리스는 중세의 이상화된 이미지를 추구했지만, 실제로는 현대 사회에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탐색하려 했다. 귀족주의적 윤리주의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부유층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리스의 귀족주의적 윤리주의는 당시와 지금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책임감을 강조한다.
네 번째로, 경제학적 이해 부족을 비판받는 것에 대해서는, 모리스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 밝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의 비전은 경제적 관계와 생산 방식에 대한 깊은 사회적, 윤리적 비판을 제시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의 단점을 지적하고, 노동의 가치와 창의력을 중심으로 한 대안적 경제 모델의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모리스의 가장 큰 유산
윌리엄 모리스의 경제학에 대한 한계는 아쉽지만, 그는 노동의 즐거움이 창의성의 원동력이라고 예견한 선견지명을 가졌다.
모리스의 기여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를 순진한 귀족주의자로 비판한 아르놀트 하우저다. 그는 모리스 덕분에 현대 건축과 디자인 산업이 공장이 아닌 스튜디오 생산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182).
현재 건축과 디자인의 스튜디오 생산 방식은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되고, 모든 사람이 스튜디오 환경에서 작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래가 가능한 것은 19세기에 모리스가 스튜디오 전통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윌리엄 모리스의 가장 큰 유산은 크리에이터주의다. 그는 크리에이터주의의 선구자로서, 진정한 인간 중심 사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에서 즐거움을 찾고, 이러한 즐거움을 예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 모리스의 비전에서는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상적인 노동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창조 커뮤니티가 중심이 됐다. 이러한 공동체에서는 각 개인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며, 자신이 원하는 커뮤니티에 자유롭게 속해 활동할 수 있다.
모리스는 이런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공예품 제작 과정에서 창의성과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그의 디자인과 제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서 작업을 하는 사람의 영혼과 창의력을 반영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과정에서 찾은 즐거움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크리에이터주의는 현대의 크리에이터 경제와 맥을 같이 한다. 오늘날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열정을 살려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삶의 의미와 만족을 찾고 있다. 모리스가 제시한 크리에이터 중심의 사회는, 각자의 노동과 창조성을 통해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모리스의 크리에이터주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며,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의미와 만족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히 예술이나 디자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창조적 노동과 삶의 방식에 적용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칙이다.
모리스가 꿈꾸었던 크리에이터 중심의 사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상향으로, 현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비판은 그의 철학과 작업을 더 깊이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모리스의 기여는 단순히 예술적이거나 이론적인 차원을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속 가능한 제작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의 유산은 오늘날의 크리에이터 경제와 사회주의적 사상의 발전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참고문헌>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창비,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