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Feb 16. 2024

지역산업이 무엇인지 질문할 때

지역산업이 무엇인지 질문할 때


지역 살리기는 위기 원인 규명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자리, 학교, 병원 부족은 지역 위기의 증세 또는 결과다. 근본 원인은 다르다.


지역 위기는 2000년대 이후 중앙산업의 재편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그 전의 지역은 중앙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중앙산업은 본사와 연구소를 수도권에 두었지만, 고용을 많이 하는 공장은 지역에서 운영했다.


그러나 중앙산업이 첨단산업과 지식산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지역은 기존의 비교우위를 상실했다. 과거에는 싼 토지, 용수, 인력을 공급해 중앙산업 사업장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창조인재와 생활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생활인프라는 창조인재가 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문화시설, 친환경, 크리에이티브 리테일, 건축환경 등의 도시 어메니티다. 현재 생활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대기업도 필요한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 사업장을 수도권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일자리가 아닌 장소가 인재를 유치한다.


따라서 지역이 해야 할 일은 창조인재가 요구하는 생활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생활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도권의 창조산업과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로컬 브랜드 중심의 독립적 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중에서는 지역 미래를 위해 지역산업의 육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지역이 중앙산업과 별개로 스스로의 힘으로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이 진정한 지역산업이다. 현재 지역에 위치한 대기업 사업장은 물론 다수의 중소기업이 국가산업생태계에 예속되어 있다.


원주의 의료기기, 거창의 승강기, 대구의 패션, 부산의 수산업과 같은 지역의 독립 산업들도 과거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지역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한국의 중앙산업을 지원하는 지역산업과 지역의 독립적인 역량에 의존하는 지역산업을 구분해야 한다.


현재 특산물, 지역 문화, 관광 자원이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의존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이다. 다행히 제주 친환경과 문화콘텐츠, 양양 서핑, 강릉 커피, 전주 전통문화 산업 등 지역 자원 기반 성공 사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산업들은 공통적으로 지역자원을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게 재해석한 콘텐츠로 성장한 산업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로 시작된 경제 활동을 지역 문화로 만들고, 이를 통해 생활인프라와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육성한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되는 로컬 콘텐츠 산업화를 활용해 지역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로컬 콘텐츠 산업이 상권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이 상권을 중심으로 창조인재 생활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로컬 콘텐츠 산업의 육성은 창조 커뮤니티의 구축과 직결된다.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집적된 창조 커뮤니티가 창조인재가 요구하는 정주 여건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소지역 생활권 내에서 삶의 질과 경제의 상호작용을 높이는 창조 커뮤니티의 구축이 지역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생활인프라 구축으로 창조인재를 위한 정주여건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각 부처가 추진하는 생활권 활성화 사업을 '15분 도시'와 같은 도시 비전으로 통합해 추진해야 한다.


생활인프라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생활인프라와 생활 분야 창업 지원을 연계해야 실현 가능하다.


위기에 처한 지역은 지역산업이 무엇인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 지역산업을 국가 단위 산업과 구분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지역산업은 지역의 생활인프라로 형성된 창조 커뮤니티가 만들어 내는 자생적인 산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부 자영업자 소상공인 종합 대책에 대한 논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