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5 대기업에도 크리에이터가 왔다
대기업들이 MZ세대 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부업 활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언론에서는 그 원인으로 MZ세대의 개인주의 문화와 경제적 불안감을 지목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MZ세대에게 크리에이터라는 매력적인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크리에이터 현상은 대기업과 무관하다 생각했지만, 이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기업에도 크리에이터가 왔다.
실제로 2024년 4월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자의 16.9%가 본업 외 부업을 병행하는 N잡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N잡러 중에서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비율이 28.4%로 가장 높았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호는 Z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초등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상위권에 유튜버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크리에이터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유튜브를 필두로 한 동영상 플랫폼의 성장이 이를 뒷받침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일하며, 때로는 대기업 직원 못지않은 수입을 올린다. 자유로운 삶의 방식까지 누릴 수 있으니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각광받는 것은 당연하다.
크리에이터의 영역은 이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과 도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웰니스, 아웃도어, 양조, 복합문화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창조적 사업가들이 등장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도시와 공간을 창조적으로 설계하는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이런 크리에이터 열풍은 직장 내에서도 감지된다. MZ세대 직장인들은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확대, 휴가지에서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 부업 허용 등을 요구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며 상사의 지시를 받아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기보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갈망한다.
더 나아가 기업 내에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회사의 브랜드 아래 묻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인정받고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독립적인 브랜드,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길 열망한다.
크리에이터 시대를 맞은 기업은 이런 직원들의 크리에이터 욕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단순히 마케팅에 외부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모든 직원을 잠재적 크리에이터로 인식해야 한다. 직원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다.
넷플릭스는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문화를 '프로스포츠팀'에 비유한다. 넷플릭스에서 직원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고, 코치진은 그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직 내 위계는 최소화되고,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극대화된다. 스타 선수를 키워내는 프로스포츠팀처럼, 직원 개개인을 크리에이터로 성장시키는 것이 조직의 목표인 셈이다.
이런 크리에이터 중심 경영은 다른 혁신 기업에서도 발견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지속적 학습과 도전을 장려한다. 워드프레스 기업 오토매틱은 완전 원격근무 도입으로 직원들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는 창의적 환경을 제공한다.
앞으로 기업은 사업부서를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캠페인 등 창의력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사내 외 크리에이터들이 협업하는 플랫폼 형태로 일하되, 이들의 결과물을 전통 조직에서 제품화하고 사업화하는 식의 하이브리드 운영이 유효할 것이다.
직원 안의 크리에이터를 발견하고 그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것이 기업이 크리에이터 시대를 선도하는 길이다.
그 방법은 이미 선도 기업들이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이 크리에이터 중심 경영 시대를 이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