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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조직, 크리에이터를 키워내는 게 진짜 혁신

by 골목길 경제학자

#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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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조직, 크리에이터를 키워내는 게 진짜 혁신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전환의 현장은 어도어와 하이브뿐만이 아니다. 김선태 주무관과 충주시도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미래에 중요한 실험장이다.


충주시는 12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유튜버 김선태 주무관을 배출한 기관이다. 관료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공무원 조직에서 인플루언서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과 정부 기관이 어더오와 충주시와 같은 크리에이터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개인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받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이 선순환하는 사회 모델이다.


사실 90년대 후반부터 수평조직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권위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수평조직으로 진화하려면 직원 개개인을 브랜드이자 크리에이터로 인식하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실험한 대표적 기업이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자포스(Zappos)다. 자포스는 2013년 '홀라크라시(Holacracy)'라는 혁신적 조직 운영 모델을 도입했다. 위계와 직책을 없애고 구성원 모두가 자율과 책임 하에 일하는 것이 골자다.


자포스의 CEO였던 토니 셰이(Tony Hsieh)는 기업을 도시처럼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도시가 성장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기업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도시가 두 배로 커질 때마다 거주자의 생산성이 15% 증가한다"는 그의 말은 이러한 비전을 잘 보여준다. 홀라크라시는 이러한 도시와 같은 자율성과 회복력을 기업에 구현하려는 시도였다.


자포스는 홀라크라시를 통해 '셀프 매니지먼트' 조직을 구현하고자 했다. 부서 대신 독립적 팀 '서클'을 만들어 자율 운영토록 했고, 내부거래 활성화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도 도입했다. 고객 접점 팀에 더 큰 자율권과 보상을 부여해 수평조직의 완성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팀워크는 약화됐다. 개인의 자율만 강조하다 보니 전체 목표를 놓치는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자포스는 홀라크라시를 포기하고 중간관리자제를 부활시켰다.


근본 원인은 직원 개개인을 진정한 브랜드이자 크리에이터로 인식하지 못한 데 있다. 자포스는 직원들이 조직의 주인으로 성장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했다.


진정한 수평조직이란 모든 구성원이 독창적 콘텐츠와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조직이다. 직원 개개인이 조직의 브랜드 자산이 되어야 한다. 개인의 역량을 브랜드로 키우고 이를 조직 전체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물론 전 직원을 일시에 크리에이터로 전환시키긴 어렵다. 하지만 마케팅, 연구개발 등 창의성이 핵심인 부문부터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외부 크리에이터 영입, 파격 인센티브 등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


유튜브 스타 공무원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기업도 임직원이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살려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크리에이터 조직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지속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다.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혁신적 공무원들이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그들의 창의성을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미래, 기업과 정부가 먼저 견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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