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로컬경제로 재탄생하다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왔다. 정부의 다양한 지역 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로컬경제와 로컬산업이 지역 혁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희망의 싹이 트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경제는 문화, 산업, 기술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모델로 강릉 커피, 양양 서핑, 안동 전통, 제주 환경, 완주 로컬푸드, 순천 생태 등 다른 지역이 복제할 수 없는 로컬산업을 창출한다. 로컬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로컬산업의 주역이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약과 함께 창의성과 혁신이 로컬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로컬경제의 기원은 2010년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창의성과 IC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하는 창조경제는 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창조경제의 범위를 대기업과 연계된 벤처와 기술 창업으로 좁게 설정함에 따라, 지역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환점은 2010년대 후반, 크리에이터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찾아왔다. 1인 미디어 플랫폼의 대중화, MZ세대의 부상으로 개인의 창의성과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크리에이터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크리에이터 활동은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인해 지리적 한계가 사라지면서, 지역 크리에이터들의 창의력이 꽃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지역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하는 인플루언서이자 창작자다. 온라인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SNS, 이커머스, 오프라인에서는 공간과 상권이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창조경제가 이들이 만드는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를 통해 지역에서 실현되고 있다.
로컬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을 통한 로컬산업 육성에 있다. 지역 고유의 특색과 자원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산업을 일컫는 로컬산업은 지역 특산물, 라이프스타일 기반 생활산업, 지역 자원과 연결된 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로컬상권은 로컬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전주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등 로컬산업이 집적된 골목상권은 일자리 창출, 청년 유입, 관광 활성화 등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윤석열 정부는 로컬경제와 로컬산업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기부, 행안부, 국토부, 문체부 등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브랜드 육성,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자체, 기업, 대학,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도 로컬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활동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로컬 콘텐츠 진흥원과 같은 전담기구를 설립해 로컬 콘텐츠 사업화, 브랜드 상권 조성,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공급해야 할 때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역 고유의 창조성에 기반한 로컬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역 사회가 합심해 로컬 콘텐츠 생태계를 육성할 때, 로컬경제는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모델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중앙과 지방, 민간이 협력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로컬경제를 통해, 지역이 자생적 혁신의 주체로 우뚝 서는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