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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y 18. 2024

나를 지켜주는 지역애

나를 지켜주는 지역애


책이 쌓여갑니다. 독립서점을 좋아해 들어가면 읽고 싶은 책을 들고 나옵니다. 관심사가 지역이다 보니 쌓인 책 중에는 지역에 관한 책이 많습니다.


지역이 나에게 왜 중요한지 질문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답한다면, 나다움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은 나다움을 찾는 과정, 그리고 나다움을 지키는 과정에서 모두 중요합니다.


나다움을 결정하는 요소는 지역, 종교, 직업, 성, 취미, 철학 등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지역 정체성은 다른 요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내가 특정 지역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역애는 영구적인 속성을 지닙니다. 지역 내부의 구성 요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지만, 지역 그 자체는 불변합니다. 이러한 지역의 불변성은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개인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이처럼 지역애의 중요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유교 사회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가 선비로 살아가는 낙향 문화가 이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여겨졌고, 이는 곧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이 임기를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권력과 명예 외에도 삶의 근간을 이루는 또 다른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애란 이처럼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의 가치를 지켜주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애와 나다움, 앞으로 제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목록입니다:

강신주 등 , 『한우물에서 한눈팔기』

용진, 『서울중독』

김희주,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허지수 둥, 『신도시 키-드』

우정, 『서울사람들』

주혜진,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나는 이래서 쓴다』

안민영 등,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희서,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콜린 마샬, 『한국 요약 금지』


이들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을 공유합니다:


"창의? 통섭? 인문학? 모두 사랑입니다. 안다고 해서 내 삶이 변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사랑하면 내 삶이 변해요. 그게 바로 통섭의 출발점입니다." (강신주, 한우물에서 한눈팔기)


"중심에 오면 중심이 될 줄 알았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살아보니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중심에 오니 중심이 흔들린다. 과연 서울이 중심이 맞을까?" (용진, 서울중독)


"오마에 겐이치라는 작가는 책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건 세 가지뿐이라고 했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김희주,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에게 "지역을 사랑하시나 봐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셔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해서 하는 거예요." (허지수, 신도시 키-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논외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의 자기 증명은 중얼거림으로 남는다." (우정, 서울사람들)


"당신은 이 도시의 주인이 되어본 적이 있었나? 혹시 주인이 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방해 온 것은 아닐까? 모방 끝에 결국 그 도시를 '노잼'이라 느낀 것은 아닐까. 직접 주체적으로 장소성을 만들고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나만이 알고 느낀 것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노잼 도시'는 없다." (주혜진,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나는 이처럼 정체성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일치하는 동시에 여전히 임의적이라는 바로 이점이 예술과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나는 이래서 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지방의 힘이 강조된다. 전환의 시기에 지방의 도시들은 새로운 상상을, 상상력에 권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안민영,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할 보통의 한국인이란, 한국에 거주하는 중장년 남성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희서,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


"당시 난 호순이에 앉아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하지만 딱 집어서 어떻게 다른지 나 자신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다. 물론 서울에 산지 10년이 다 되어가도 지금도 나는 한국만의 분위기가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콜린 마샬, 한국 요약 금지)


* 단, 여기서 말하는 지역애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어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지역주의와는 구분되는 개념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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