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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May 22. 2024

로컬 크리에이터가 하는 일

로컬 크리에이터가 하는 일      

      

오래된 매력을 팔다

박경아 지음 / 200쪽 / 19,000원 / 포르체    


로컬의 신

이창길 지음 / 332쪽 / 19,800원 / 몽스북      


로컬 혁명

윤찬영 지음 / 140쪽 / 15,000원 / 스탠다드북스      


로컬 크리에이터는 일반적으로 지역 자원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자로 정의된다. 프랜차이즈, 대기업 브랜드 매장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사업자와 구분되는 분류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사회에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지역 자원 활용이다.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으로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고 지역에 뿌리내릴 가능성이 높다. 로컬 문화를 찾는 여행자에게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의 기여다.      


두 번째는 지역 순환 경제의 가능성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와 연결되지 않은 독립기업이다. 독립기업으로서 지역에서 버는 수익이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투자되거나 소비되는 지역 순환 경제에 기여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이 특정 콘텐츠 중심으로 집결되어 기업 생태계를 이루면, 지역이 염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된 지역산업의 모태가 될 수 있다.    

 

2010년 이후 로컬 창업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 분야는 지역을 응원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규모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학계와 언론이 로컬 크리에이터 현상을 다룬 책과 글은 많지만, 로컬 크리에이터 리더들이 직접 쓴 책은 최근에야 나왔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부여 자온길을 조성한 박경아  ㈜세간 대표의 『오래된 매력을 팔다』, 인천 개항로를 개척한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의 『로컬의 신』, 익산 중앙동에 둥지를 튼 윤찬영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의 『로컬 혁명』을 꼽을 수 있다.     


이 책들은 로컬 크리에이터가 어떻게 자신들의 역할과 가치를 보는지를 드러낸다. 중요한 점은 언론이나 학계의 시각이 아니라, 로컬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자기 일과 열정을 직접 설명한다는 것이다.


박경아 대표가 하는 일은 공예마을 조성이다. 대학에서 전통 공예를 공부하고 사회에서 오랜 기간 공예품 유통 사업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예 작가들이 공간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유 있게 만날 수 있는 공예마을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다.


그가 선택한 마을은 과거 금강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포구마을 규암리다. 규암리에 남겨진 오래된 건물을 무려 30채 구입해 하나하나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개조했다.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부동산과 투자 시장 경험이 부족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을 고려하는 창업자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만한 내용이다.    

 

이창길 대표는 자신의 일을 로컬 기획 전문가, 더 정확히 말하면 로컬 공간 기획자로 정의한다. 사람을 모으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다른 공간 창업 책과 다른 점은 그의 기술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공식화된 기술이 아닌 온전히 기획자 자신에게 나오는 기술이라는 데 있다.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 만들고 싶은 공간을 만들면 된다는 심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다고 모든 일은 혼자 하라는 말은 아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목표가 같은 사람끼리 모여 크루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자신의 취향을 사업화하고 이를 라이프스타일로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이창길 대표는 유리가게, 국수공장, 간판 장인 등 동네 노포와 협업해 다른 지역이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로컬 혁명』에서 소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은 총 여섯 개다. 공주의 제민천 풍경을 변화시킨 권오상 퍼즐램 대표는 마을 상권을 기획한다. 그의 계획은 마을 호텔에서 시작해 전체 마을 상권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군산 영화동에서 여러 핫플레이스를 만든 조권능 ㈜지방 대표는 군산의 청주 산업을 복원한다. 그는 사케바 수복에서 시작해 양조장 흑화양조를 거쳐, 청주 콘텐츠가 모인 청주 타운을 준비 중이다.


부산 영도 봉래동을 로컬 콘텐츠 타운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김철우 RTPT 대표는 소규모 도시를 기획하고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는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잊힌 제주 브랜드를 되살리는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궁금한 점은 지속 가능성이다. 로컬 선구자들이 만든 비즈니스 모델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문제다. 이들이 지역에 뿌리내리며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계속 창출할 수 있을지 질문하게 된다. 두 번째 문제는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이들의 모델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 가능할지, 아니면 단지 그들의 재능과 기술에 의존하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2016년에 시작된 소규모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전국 단위의 생태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생태계에서 핵심은 로컬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공간 기획과 콘텐츠 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로컬 스쿨의 운영이다.


대규모 투자를 고려하기 전, 정부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콘텐츠 사업화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 이 조사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경험과 기록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와 분석을 토대로, 정부가 지속가능한 로컬 산업과 상권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것을 기대한다.


출처: 동네 책방 동네 도서관,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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