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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n 08. 2024

정원단지에서 정원타운으로: 순천 로컬 콘텐츠 타운 구상

*어제 올린 글이 수정 과정에서 유실되어 새로 작성했습니다.


정원단지에서 정원타운으로: 순천 로컬 콘텐츠 타운 구상


순천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 지정되었고, 이는 순천시민의 자긍심은 물론 관광객 유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정원과 정원박람회는 순천 도시 브랜드로 꽃 피워, 순천의 도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순천 정원도시의 다음 단계는 정원산업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문화적, 물리적 자본을 바탕으로 정원문화를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정원산업으로 육성하는 일이다.


정원산업 육성 모델로는 정원 단지와 정원 타운,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정원 단지 모델은 도시 외곽의 넓은 부지에 다양한 정원 시설을 집약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모델은 정원 전시, 컨벤션, 연구, 생산 등 정원 관련 기능을 한 곳에 모아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도심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시민들의 일상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정원 타운 모델은 기존 시가지에 정원을 테마로 한 상업·문화·주거 시설이 밀집한 복합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로컬 콘텐츠 타운은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특색 있는 상권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끌어내는 복합 공간을 말한다. 정원을 콘텐츠로 상점, 전시관, 체험 시설, 공유 주거 등이 어우러진 정원 타운은 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 속에 정원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생활밀착형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심 내 입지는 유동인구를 기반으로 자생적인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전동 정원마을

정원 콘텐츠 타운은 새로운 모델이 아니다. 순천은 2018-2021년 저전동에서 이미 정원을 테마로 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저전동 정원마을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지역이나 원도심 전체에 정원 콘텐츠 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순천이 지향해야 할 로컬 콘텐츠 타운 비전이다.  


정원 타운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주민들의 정원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여야 한다. 주민 대상 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개인 정원 조성을 위한 DIY 키트를 보급하며, 주택과 상업시설의 정원화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대상지에 정원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산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를 앵커 시설로 삼아 식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공방과 스튜디오, 정원에서 즐기는 갤러리·카페·공연장 등 복합문화공간, 정원을 품은 게스트하우스·코리빙·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다. 특히 지역 청년들이 이러한 시설에 입주해 창업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지원하고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개인정원 개방 지원, 마을정원 조성 사업, 상업시설 정원화 컨설팅, 정원 해설사 양성 등 주민 참여형 사업을 통해 정원이 지역 공동체를 잇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상권 활성화를 촉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정원산업과 연관 산업

순천에 정원 콘텐츠 타운이 조성된다면 지역 자원인 정원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창업 아이템이 탄생하고, 이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활 속 정원 문화 확산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함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정원 콘텐츠 타운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정원 콘텐츠 타운과 연계된 정원산업은 '거대 산업'이다. 정원의 설계, 조성, 관리뿐 아니라 정원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산업을 말한다. 조경식물 재배에서 정원 시공, 원예 및 조경 서비스, 가든용품 제조, 관광·문화·교육 콘텐츠 개발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을 아우른다.


정원산업은 또한 농업, 제조업, 관광업, 서비스업 등 전후방으로 다양한 연관산업과 연결되어 있다. 전방산업으로는 부동산개발, 공공녹지 및 정원사업, 관광산업, 교육·의료서비스 등 정원 조성 수요처가 있으며, 원예·조경 농업, 가든용품 제조업, 건설자재산업, 조경기계장치산업 등은 정원 조성의 주요 투입요소를 공급하는 후방산업이라 할 수 있다.


정원 콘텐츠 타운에서 파생되는 비즈니스

정원 콘텐츠 타운은 정원문화를 도시 공간 곳곳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생활 속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정원이 일상 공간이 되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유주택이나 코리빙 주거 공간에 입주자를 위한 커뮤니티 정원을 조성하고, 이를 매개로 원예 클래스, 도시농부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상업시설이나 업무 공간에도 옥상정원, 수직정원, 실내정원 등을 도입해 근무자들의 쉼터이자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조경을 넘어 공간 콘텐츠로서의 정원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정원을 품은 카페, 레스토랑, 문화센터, 갤러리숍 등의 복합문화공간 역시 흥미로운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식물을 매개로 문화예술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서, 감성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가든 파티, 플라워 클래스, 식물 마켓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펼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비즈니스 영역은 가드닝, 원예 관련 전문 서비스와 상품이다.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은 정원 가꾸기 문화는 가드닝 서비스, 원예 자재와 용품, 원예 테라피 등 전문 비즈니스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려는 개인의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


이처럼 정원 콘텐츠 타운에서는 정원을 중심으로 일상과 산업을 잇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시가 정원 콘텐츠의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길 원한다면, 정원 창업자와 주민을 대상으로 정원 콘텐츠 개발 기술을 교육하고 이들의 타운 내 창업을 지원하는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의 운영을 건의한다.


정원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육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군으로는 식물 기반 제품 제조, 정원 디자인과 서비스, 정원 교육과 체험, 정원 기반 디지털 콘텐츠 개발 업체를 들 수 있다. 식물 소재 전문 기업 이브 로쉐, 조경 설계 기업 스탠텍, 영국 왕립원예협회의 가든 교육 프로그램, 가드너스 서플라이 컴퍼니의 원예 콘텐츠 커머스 등은 각 영역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다. 순천의 정원 기업들 역시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면밀히 분석하되, 지역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살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로컬 콘텐츠 타운 조성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순천시가 중앙 정부의 도시재생, 문화지구, 생활권 브랜딩, 상권활성화 등 다양한 소지역 활성화 사업에 지원하거나, 자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조성할 수 있다.  


순천 정원 콘텐츠 타운이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는 '생활 속 정원 문화의 확산'이다. 도시공간 전반에 정원 문화를 충만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일상에 자연을 가까이 하고, 함께 가꾸는 즐거움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원이 연결하는 자연과 일상, 문화와 산업의 선순환, 그 중심에 순천 정원 콘텐츠 타운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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