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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24. 2024

크리에이터 경제, BBC 현상의 본질

#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윌리엄모리스의후예들


크리에이터 경제, BBC 현상의 본질


언론이 연일 BBC(Bookstore, Bakery, Coffee) 현상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주목하는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거대 산업과 단지가 아닌 작은 기업과 동네가 지역재생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바람직한 트렌드다.


BBC 현상을 단순한 트렌드나 일반적인 창업 기회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BBC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첫째, BBC 창업자와 운영자는 크리에이터다. 둘째, 그들이 생산하는 결과물은 문화콘텐츠다. 셋째, 공간과 동네가 BBC의 플랫폼이다.


한마디로 BBC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라면, BBC도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의 3가지 조건을 만족한다.


우리가 BBC 공간에서 운영자가 만든 감성, 가치, 개성, 다양성을 소비한다고 말할 때 BBC 운영자가 크리에이터고, 그가 만든 것은 콘텐츠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BBC가 크리에이터 경제의 새로운 형태임을 보여주는 것은 플랫폼 요소다. BBC 운영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플랫폼 조건을 만족한다.


더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디지털 플랫폼과 더불어 BBC가 의존하는 플랫폼은 '공간'과 '동네'다. 공간과 동네가 BBC의 활력을 결정하는 핵심 환경이며, BBC는 이 환경 속에서 지역 특색을 반영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한다.


이 글은 BBC 현상의 역사, 본질, 동학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자와 정부에 주는 교훈을 도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 시각에서 BBC를 접근해야, BBC의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와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BBC의 역사

BBC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BBC 주도 지역활성화는 2000년대 후반에 이미 시작되었다. 2000년대에 홍대 거리에 독립서점, 아티장 베이커리,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땡스북, 유어마인드, 폴앤폴리나, 앤트러사이트, 빈브라더스 등의 앵커기업들이 2010년대 홍대 BBC 문화를 주도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커피프린스 1호점(2007)과 제빵왕 김탁구(2010)는 2010년대 BBC 붐의 토대를 마련했다. 독립서점 관련 영화인 노팅힐(1999)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중문화 역사적 관점에서 BBC는 1990년대 인디문화의 산물이며, 이는 2000년대를 거쳐 BBC를 포함한 2010년대 힙스터문화로 진화했다.


문화콘텐츠라는 콘텐츠

BBC의 핵심 생산물은 문화콘텐츠다. BBC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독특한 문화적 경험과 가치를 제공한다. 독립서점은 큐레이션을 통해 개성 있는 책의 세계를 소개한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문화와 지식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행위다.


아티장 베이커리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의 빵과 디저트를 제공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장인의 철학과 예술성이 담긴 문화 상품으로 인식된다. 스페셜티 커피숍은 원산지 스토리와 함께 고품질 커피를 제공하여, 커피 한 잔을 통해 세계 각지의 문화와 연결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BBC 공간은 현대의 문화 살롱 역할을 수행한다.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만남, 대화, 창작 활동에 참여한다. 소비자는 수동적 구매자에서 능동적인 문화 생산의 공동 창작자로 변모한다. BBC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문화 생산과 공유의 장으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BBC의 특성은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 모델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가치와 감성, 그리고 문화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된다. 더 나아가 BBC는 현대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느림의 미학, 소소한 행복(소확행), 일상 속 작은 사치 등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BBC를 통해 구현된다. BBC는 이제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현대 도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BBC 경제학

BBC와 같은 인디 리테일 콘텐츠의 인기는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소비자 취향이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 등 탈물질주의로 변화하면서 BB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BBC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BBC와 같은 크리에이티브 리테일 매장 운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고급 장비와 재료가 소상공인에게도 저렴하게 공급되고, 인터넷을 통해 생산기술을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BBC와 지역발전

지역발전과 고용창출 측면에서 BBC가 주목받는 이유는 슈퍼스타 시스템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BBC는 동네마다 주목받는 브랜드가 활동하는 분산형 시장이다. 이러한 분산성은 BBC 콘텐츠의 개인성과 지역성에서 비롯된다.


BBC 콘텐츠는 운영자의 취향에 크게 좌우되며, 각 가게마다 서로 다른 콘텐츠를 생산한다. 한 포틀랜드 커피 장인의 말처럼, 레시피를 공유해도 그대로 복제할 수 없는 것이 커피의 특성이다. 북큐레이션과 베이커리도 복제가 어려운 유니크한 콘텐츠다.


BBC의 로컬성은 분산성을 더욱 강화한다. BBC는 본질적으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로컬 비즈니스이며,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특히, 커피와 베이커리가 신선제품이라는 점에서 그 로컬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역사회와의 연결 과정에서 브랜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소비자는 문화 생산에 참여하는 공동 창작자가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BBC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세계적인 문화 흐름을 반영하는 글로컬(Glocal)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BBC 창업자와 정부를 위한 교훈

BBC 창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문화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개인성과 지역성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 브랜드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 넷째, 지속적인 학습과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다섯째, 글로컬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정부가 각 동네의 특색을 살리려면 로컬 콘텐츠와 더불어 BBC에 주목해야 한다. BBC 역시 동네 문화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BBC를 로컬 콘텐츠로 인식하고, BBC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며, BBC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된 BBC 현상은 여전히 지역 발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역 고유의 자원뿐만 아니라 BBC도 로컬 콘텐츠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칼럼에서 제안한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 특히 콘텐츠의 타운화 지원이 BBC의 문화콘텐츠로서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BBC 현상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크리에이터 경제의 새로운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 BBC 운영자들은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이며, 그들의 공간과 동네는 중요한 오프라인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BBC는 지역 발전과 문화 창출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창업자들은 문화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부는 BBC를 로컬 콘텐츠로 인식하여 적절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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