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소사이어티
1
빅테크 비판, '반자본'과 '반기술'을 넘어
오늘 중앙일보에 흥미로운 책이 소개되었다. 알렉 맥길리스 작가의 "아마존 디스토피아"다. 이 책은 아마존이라는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자본의 집중과 민주주의의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경고한다.
최근 거대 IT 기업, 이른바 빅테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사회 곳곳에서는 불평등과 양극화, 개인정보 침해, 노동자 처우 악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을 둘러싸고는 이견이 존재한다. 크게 보면 빅테크 견제 담론은 '반자본'과 '반기술'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반자본 진영은 빅테크의 문제를 자본주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거대 IT 기업들의 독점과 반경쟁적 행태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심화한다고 주장한다. '아마존 디스토피아'와 지난번 리뷰한 '권력과 진보'가 이 진영에 속한다.
반면 반기술 진영은 기술 그 자체가 가진 위험성에 주목한다. 이들은 거대 기술 시스템이 인간성을 억압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해친다고 본다. 20세기 사상가 루이스 멈퍼드가 제시한 '메가머신' 개념이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준다. 멈퍼드는 인간보다는 기술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거대한 기술 체계야말로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접근법 모두 한계가 있다. 반자본은 자본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변화의 측면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고, 반기술은 자칫 근거 없는 기술 공포증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반자본이 아닌 반기술", 즉 "반거대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기본 틀은 수용하되, 거대 기술 기업이 독점하는 '거대 기술'에는 제동을 거는 입장이다. 기술 혁신 자체를 경계하기보다는 그것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반자본 정책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과 대안이 축적되었으나, 반거대기술 정책은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분야다.
필자 역시 "인간 중심 AI 경제"라는 글에서 이와 유사한 취지의 주장을 펼친다. 필자는 AI 기술을 개인의 창의성 극대화와 자아실현의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모델을 제안한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란 개인과 크리에이터 중심의 사회로, 이들이 플랫폼 기술을 통해 창출한 사회적, 경제적 가치가 사회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이다. 개인과 기업, 사회 모두에게 유익한 과학기술,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빅테크에 대한 경계와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자본과 기술에 대한 전면부정으로 나아간다면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인간 중심적·생태 친화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빅테크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본과 기술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올곧은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