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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n 21. 2024

개인의 행복: 3중 소멸 위기의 숨겨진 해법

개인의 행복: 3중 소멸 위기의 숨겨진 해법


지난 수요일, 인구 위기에 관한 포럼에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세션에서는 지역 소멸의 해법을 논의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지만,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남았다.


현재 한국의 지역들은 심각한 3중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인구 소멸, 출산 소멸, 그리고 지역 소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위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어 속담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이 연결성을 잘 드러낸다. 지역을 살리지 않으면 출산 문제나 인구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주로 일자리 창출, 의료 환경 개선, 문화 시설 확충과 같은 물질적 지원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물질적 수단만으로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고 3중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은 물질에만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행복, 자아 실현, 그리고 삶의 의미에도 강하게 반응한다.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일자리나 환경 문제는 사실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의 행복과 자존감의 문제다. 지역을 떠나야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를 거부할 만큼 주체적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실은 암담하다. 지역에 남아 행복하게 사는 청년의 모습을 그린 대중문화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드라마, 영화, 노래 어디에서도 지역 청년의 삶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그려진다.


이 모든 것은 문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나라면 교육계와 문화예술계와 협력하여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겠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을 배경으로 한 긍정적인 서사의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투자할 것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고향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곳에서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패가 뻔한 국가 지원 중심의 육아, 인구, 지역 지원 정책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문화적, 정신적 변화다.


지역 소멸 문제의 해법은 결국 개인의 행복과 정체성에서 찾아야 한다. 청년들이 자신의 고향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곳에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3중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요인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개인의 행복, 삶의 질, 그리고 정체성에도 주목해야 할 때다.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은 단순히 물질적 요인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정체성과 자아실현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 형성을 촉진하고, 이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나다움'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MZ세대에게 지역 정체성은 새로운 자아 발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들에게 지역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자신의 가치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가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Fatherhood transforms men's brains and bodies"(아버지가 되는 것이 남성의 뇌와 신체를 변화시킨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아버지됨이 남성의 성장과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가 된 남성들의 뇌에서 회백질 부피가 감소하는데, 이는 뇌의 효율성을 높이는 변화로 해석된다. 특히 아이와의 유대감이 강하고 육아에 더 많이 참여하는 아버지일수록 이러한 뇌의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사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현대의 아버지들은 어머니들만큼이나 부모됨이 자신의 정체성의 중심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으며,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자녀가 자신의 웰빙을 향상시킨다고 더 자주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지역 발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남성이 육아를 통해 더 성숙한 자아와 행복을 실현하는 것처럼, 지역에서의 삶도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 


학계에서 유사한 연구를 진행한다면, "지역애가 지역민의 뇌와 신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라는 결론의 연구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지역에서의 삶이 개인의 행복과 웰빙을 높인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청년들의 지역 이탈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 언론, 정부, 학계가 할 일은 명확해졌다. 지역에서의 삶이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와 홍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개인과 가정의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지역에서 행복한 기성세대는 '지역 생활 행복 바이러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남는 것이 단순히 고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지역 활성화는 단순히 향수나 애향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행복, 삶의 질, 그리고 지역의 발전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이야말로 3중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이루는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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