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도시냐, 창조도시냐: 양자 택일의 문제
어제 경주 로컬 브랜드 페어에서 기조강연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주제는 '로컬 브랜드와 ESG'입니다.
저는 이를 '로컬 브랜드 (지원이) ESG(다)'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는 제가 평소 기업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입니다.
로컬 없는 글로벌 ESG는 없습니다. 자신의 활동 지역을 위한 ESG에 소홀한 기업이 어찌 글로벌 ESG를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샙니다
한국 대기업이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브랜드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들을 통해 원도심을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마을을 로컬 브랜드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지역 소멸 문제의 핵심은 원도심 소멸입니다. 원도심이 쇠락한다면 지역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네, 저는 원도심 주도의 지역 발전을 주장합니다. 산업단지나 신도시 중심의 발전 모델은 믿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원도심은 3중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원도심 소멸, 오프라인 상권 소멸, 자영업 소멸. 이는 도시의 정체성과 활력을 위협하며, 궁극적으로 '택배도시'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택배도시란 아파트와 물류센터만 있는, 문화적 활력과 다양성과 사라진 도시를 말합니다.
대안은 '창조도시'입니다. 창조도시는 다양한 창조적 활동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이미 많은 원도심이 이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청년 창업가들이 모이고, 문화예술 공간이 생기며, 지역 특색을 살린 상권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면서 현대적 요구에 맞게 재구성해야 합니다. 둘째, 창조적 인재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셋째,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창조도시 조성 과정에서 로컬 브랜드 지원은 핵심 역할을 합니다. 로컬 브랜드는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창조적 인재들의 활동 무대가 됩니다. 이들은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경제의 다양성을 높입니다.
로컬 브랜드 육성을 통해 도시는 단순한 소비 공간에서 생산과 창조의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이는 지역 주민에게 자부심을, 관광객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일각에서는 원도심을 현재 그대로 두자는 일종의 '방치도시'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방치는 결국 택배도시로 가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택배도시냐, 창조도시냐. 이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창조도시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는 우리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의 터전을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에게는 창조도시를 향한 비전과 그것을 실현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창조도시 조성 방법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논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도심을 그대로 두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