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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01. 2024

가족공동체부 정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가족공동체부 정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한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운영해 왔고 최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발표했다. 인구전략기획부와 함께 고려한 이름이 '저출산대응기획부'라고 알려졌다.  


정부가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시급성에 관계없이 표면적인 현상과 그 근본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면적인 현상에 대한 대응이 근본적인 원인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사회의 위기다. 사회의 어떤 위기인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일부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일부 계층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는 일반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인식한다.


사회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은 가족과 공동체의 위기다. 전통적으로 육아와 노인 부양을 담당해 온 가족과 공동체(가족을 지원하는 대가족, 학교, 종교, 마을 등)가 약화되면서, 출산과 노인 부양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가족과 공동체는 사회에 다양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인간 사회의 근간으로, 이들의 약화는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중대한 위기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가족과 공동체의 위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육아와 부양 문제에 대한 해법도 가족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과 공동체를 강화하지 않고 개인, 기업, 국가에만 의존하는 육아와 부양 지원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더불어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을 암시하는 '기획부'라는 표현도 재고해야 한다. 사회 전체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한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기획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족공동체부'와 같은 가족과 공동체를 강조하는 명칭을 제안한다. '가족공동체부'는 현 위기의 본질이 가족과 공동체에 있음을 인식하고, 동시에 해결책 또한 가족을 중심으로 하되 공동체의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가족공동체부는 가족 친화적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과 육아 및 노인 부양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가족을 지원하는 공동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육아와 노인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가족의 부담을 경감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가족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가족의 중요성, 세대 간 연대의 가치 등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가족을 지원하는 균형 잡힌 협력 체계도 중요하다. 육아와 노인 부양 문제를 개인이나 정부의 책임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접근 방식이다.


육아와 노인 부양에 있어 가족공동체부의 주요 역할은 가족과 기업, 마을, 종교 단체 등 가족을 지원하는 다양한 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는 구별되는 접근이다.


구체적으로, 대가족, 종교단체, 학교, 병원, 주민자치회 등이 가족 지원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이는 미국이 1990년대에 추진했던 'Faith-Based Initiative'와 유사한 접근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지역 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이 가족 지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족 지원의 다양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동시에 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 


가족공동체부도 아동, 육아자, 노인, 노인 부양자 등 육아와 부양을 담당하는 개인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지원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소득 수준에 연계된 복지 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역할 구분을 통해 가족공동체부는 가족 단위와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개인과 공동체 지원의 명확한 구분은 가족공동체부 설립의 핵심 근거가 된다. 이를 통해 기존 정부 부처와의 역할 중복을 최소화하고, 가족과 공동체 중심의 새로운 정책 접근 방식을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가족공동체부'의 설립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단순히 인구 통계의 관점이 아닌, 사회 구조와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에서 벗어나, 가족을 중심으로 하되 공동체의 지원을 받는 균형 잡힌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명칭 변경과 정책 방향 전환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가족의 회복, 공동체의 강화를 통해 우리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난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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