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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n 30. 2024

과연 공동체 없이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까?

과연 공동체 없이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육아가 위기에 빠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육아를 지원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개인, 기업, 국가만이 남아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상황은 인류 역사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의 역할이 축소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기술 발달, 복지국가의 확대 등 사회 구조의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제도적 변화 외에도 사상적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계몽주의 이후 서구 철학은 개인주의 중심으로 발전하여 공동체를 개인을 억압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이어졌다. 이러한 반공동체적 사상은 다양한 철학적 흐름에서 나타났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며 공동체의 제약을 경계했고, 실존주의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중시하며 공동체의 가치관이 개인의 진정성을 억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공동체가 주장하는 보편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신자유주의는 시장 중심의 사회를 주장하며 전통적 공동체의 역할을 축소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철학자 알랜 블룸은 '미국 정신의 종말(1987)'에서 철학과 교회, 즉 이성과 신앙 균형의 붕괴가 서구 문명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극단적 개인주의와 상대주의가 공동체의 가치를 해체하고, 도덕적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어 사회의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이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공동체의 약화는 단순한 사회 구조의 변화가 아닌, 더 근본적인 가치관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사상적 변화로 인해 발생한 공동체 쇠락은 개인, 기업, 국가의 육아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연대감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 사회는 공공, 민간, 시민사회의 3대 축으로 유지된다. 육아 문제를 정부와 경제의 영역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균형 잡힌 해결책 도출을 어렵게 한다. 시민사회의 역할을 복원하는 것이 육아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시민사회의 중심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있다. 이는 크게 대가족 공동체, 동네 공동체, 학교 공동체, 종교 공동체(교회 등)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공동체의 육아 지원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현 육아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각 공동체 유형은 육아 지원에 있어 고유한 역할을 해왔다. 대가족 공동체는 세대 간 지식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전수하고, 육아의 부담을 분담했다. 동네 공동체는 육아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학교 공동체는 지역 사회의 육아 지원 센터 역할을 했다. 종교 공동체, 특히 교회는 영적 지도와 더불어 실질적인 육아 지원을 제공했다.


이러한 다양한 공동체의 협력은 육아의 부담을 덜고,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역 사회 전체의 육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고, 출산과 가족의 가치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공동체 없이 출생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공동체는 경제적 지원, 심리적 지원, 실질적 도움, 가치관 형성 등 출산과 육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동체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 한, 공동체 없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육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개인, 기업,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대가족, 동네, 학교, 교회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 캐나다 경영학자 헨리 민츠버그가 '사회의 재균형(2015)'에서 강조하듯이 시민사회 중심의 인간 사회 구조조정이 인류의 과제다.


참고문헌:

Bloom, A. (1987). The Closing of the American Mind. New York: Simon & Schuster.

Mintzberg, H. (2015). Rebalancing Society: Radical Renewal Beyond Left, Right, and Center. Oakland: Berrett-Koehler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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