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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Nov 10. 2023

3대가 행복한 도시

3대가 행복한 도시


일전에 한 영국 주간지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동아시아 사회를 훈계했다. 동아시아도 서양처럼 가족을 확장하라고. 가족의 개념을 동성커플, 비혼가구, 양부모로 확대해 ‘새로운’ 가족의 입양과 출생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제도에 대한 서구 지식인의 훈수, 솔직히 떨떠름하다. 적어도 가족에 대해서는 동양이 우월하지 않나? 그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한국의 해법을 주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한국의 가족은 약화됐고, 그 결과가 저출생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족의 육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제안 중 보호 대상 아동의 국내 입양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다. 지적 받은 대로 한국 사회가 아동의 국내 입양을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 동성커플 입양, 사실혼, 미혼모 출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예컨대, 동성커플 입양을 허용하려면 동성결혼을 먼저 허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확장을 한국식으로, 즉 한국의 가치와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하나의 가능성이 3대 가족 문화의 복원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3-4대 가족으로 구성된 대가족 제도를 통해 가족의 출생과 육아를 지원했다. 가족제도가 대가족에서 핵가족, 핵가족에서 1인가구로 진화하면서 육아를 가족보다는 사회의 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도 가족제도보다는 복지제도에서 출생률 제고 방안을 찾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가족의 ‘전통적’ 확장을 감지할 수 있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로 증가함에 따라, 가족제도가 핵가족에서 3대 가족의 느슨한 연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3대 육아 공동체는 주택과 주거지 선택에도 영향을 끼친다. 3대 같이 살 수 있는 주택을 찾거나 친정 부모 근처에 살면서 '육아 공동체'를 구축하는 자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유아를 지원하기 위한 조부모 동거 가족이 늘어난다고 한다. 일부 가족은 조부모의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마당에 별채를 짓는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끈 가족 드라마 ‘영 쉘든(Young Sheldon)'도 3대 가족 문화의 확산을 보여 준다. 길 건너 사는 외조모가 천재 아동 쉘든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딸 가족을 지원한다.


3대 육아 공동체가 바람직한 가족 확장 방식이라면 한국 사회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부모의 손자녀 육아 지원에 대한 보조금 확대가 좋은 시작이다. 조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MZ세대의 소설을 보면 기성세대와 다른 조부모 인식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을 키운 조부모에 대해 부모 이상의 애정을 보인다. 일부는 조부모 돌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공간적으로도 정부가 3대 가족을 지원할 수 있다. 3대 가족 주택과 동네를 공급하는 일이다. 핵가족, 1인가구 주택과 더불어 3대 가족 주택도 필요하다. 3대 가족이 한 집에 사는 주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조금과 공간 구성을 통해 3대 가족이 가까이 살 수 있는 구조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공간에서 해법을 찾다 보면 결국 도시 디자인 문제로 귀결된다. 3대가 함께 모여 행복한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3대를 만족할 수 있는 직주락 센터, ‘3대 가족 근접 도시’로 요약할 수 있다. 3대가 함께, 그리고 따로 일하고,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도시다.   



출처: 매일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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