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슬램덩크가 완결된 지 어언 10년에 가까워지자 점차 슬램덩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슬램덩크를 좋아했고 그리워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행동반경이 넓어지자 만화, 애니메이션 동인 행사인 코믹월드나 ACA에 가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그린 슬램덩크 굿즈들을 샀다.
해마다 열기가 식어 점점 줄어드는 슬램덩크 부스들을 돌며 회지나 열쇠고리, 핸드폰 줄 등 슬램덩크 캐릭터가 그려져 있으면 무조건 쓸어 담았다.
직구에도 눈을 떠 슬램덩크 일러스트집을 일본에서 주문해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새로운 떡밥이 나오지 않는 슬램덩크를 닳도록 보다가 프로농구까지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농구 시즌만 되면 매주 주말은 물론 크리스마스, 신정, 설날도 농구장에서 보냈다. 학생인지라 지방 경기까지 원정은 못 갔지만 서울에 두 팀, 안양, 인천 총 네 팀의 경기만 챙겨도 항상 농구장에 있을 수 있었다. 농구 잡지인 점프볼도 구독해서 볼 만큼 농구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 온 힘을 다해 좋아하던 슬램덩크와 농구도, 대학생이 되자 점점 관심에서 멀어졌다. 성인이 되어서 나온 세상은 그야말로 신세계. 새로운 것과 재밌는 것, 자극적인 것들이 가득했다.
대략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농구 시즌이 되면 농구장에 갔었는데 점차 발길이 뜸해졌고 책장 속의 슬램덩크는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게 잊힌 채로 다시 10여 년. 그 사이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며 온 집안을 헤집어 버리거나 정리할 물건들을 찾아내기 바빴고, 중학생 때부터 내 방에 있었던 핑크색 책장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책장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꽂힌 책들을 정리하는데 만화책, 일러스트집, 각종 동인지, 농구잡지 등 슬램덩크와 관련된 물건들이 족히 책장의 5칸 정도는 차지하고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꺼낼까 말까 한 것들인데 처분해야 한다는 생각과 학창 시절 열정(?)과 추억이 담긴 책들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몇 년 동안 싸웠다.
그러다 결국 2년 전 이사를 앞두고 책들을 물론 캐릭터가 그려진 굿즈들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긁어모아 모두 입양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