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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효 Mar 05. 2023

농구... 좋아하세요? 3

슬램덩크 덕질기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원작자가 감독, 각본을 직접 맡은 슬램덩크 극장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다시 가슴이 뛰었다.  


 손꼽아 기다려 본 영화는 당연히 대만족이었다.


 강백호가 허슬 플레이로 부상을 당한 뒤에도 계속 몸은 던져 경기하는 장면, 한나가 송태섭의 손바닥에 써준 ‘NO1. 가드’를 보는 장면, 강백호가 안 선생님께 출전 기회를 달라며 “감독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라고 외치는 대사, 서태웅의 패스로 왼손은 거들뿐인 점프 슛을 쏘아 버저비터로 역전 승리를 만든 강백호, 그리고 그 둘의 하이파이브.


 영화를 보며 눈물, 콧물이 마스크 사이로 주룩주룩 흘렀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이없게 눈물이 난다. 

    

 뿐만 아니라 경기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가는 장면은 무음 상태에서 엄청난 스피드 감이 느껴지게 연출하여 영화관 내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관객 모두 팝콘 하나 씹지 않은 채 숨죽이고 영화에 몰입한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골이 터질 때마다 소리 지르며 응원하고 싶었고 마지막 버저비터 후에는 기립하여 손이 터져라 손뼉 치고 싶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아니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슬램덩크 생각을 하다가 외장하드에 넣어둔 덕분에 처분하지 않은 TV 애니메이션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만화책은 다시 주문했다.

 

 만화책만으로는 아쉬워서 일러스트집도, 이번에 새로 출간된 슬램덩크 관련된 책들도 전부 장바구니에 담았다.


 어느새 돈 버는 직장인이 된 나는 용돈으로 한 권, 두 권 사 모을 필요 없이 단번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미니멀리스트고 뭐고 고이고이 평생 간직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슬램덩크의 마지막은 고교 최강 산왕공고를 이긴 뒤 다음 경기는 완패하였다는 한 줄의 문장과 강백호의 재활치료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보통 스포츠 만화나 성장물은 좌절을 겪은 주인공이 최종 우승 혹은 목표달성을 한 뒤 끝나기 때문에 어릴 적에는 슬램덩크의 결말이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사실을 아직도 아쉽다. 하지만 그건 슬램덩크 속 인물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내 욕심일 뿐, 산왕공고와의 명승부 후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경기를 그릴 수 없을 것 같아 끝냈다는 작가의 말이 이제는 백번 이해된다.

 

 인기 때문에 뒷이야기를 더 그렸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흔한 스토리가 되었을 것이고 슬램덩크가 지금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그들이 궁금하고 그립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한 나의 학창 시절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작가님,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편만 더 만들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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