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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효 Feb 17. 2023

농구... 좋아하세요? 1

슬램덩크 덕질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왔다.


 시작부터 설레었는데 북산의 다섯 멤버들의 스케치가 완성되고 한 명씩 화면에서 걸어 나올 때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영화 내내 그야말로 오열을 했다.


 첫 번째는 자막판으로 보고 두 번째는 더빙판으로 봤다. 살면서 영화관에서 두 번 본 영화는 슬램덩크가 처음이다. 두 번째 볼 때는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또 오열을 했다. 


 슬퍼서 운 게 아니다. 연재 종료 후 26년, 사랑해 마지않던 만화가 원화 느낌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보니 감격에 겨웠던 것이다.  



   

 슬램덩크와의 첫 만남은 동네 미용실에서 이루어졌다.


 어느 주말 파마를 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미용실에 놓인 잡지를 뒤적이다가 슬램덩크를 발견했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내가 만화책을 처음 접한 순간이었다.


 멋진 주인공들이 작은 캐릭터 형태로 나오면 귀엽고 웃겨서 엄마의 머리가 늦게 끝나길 바라며 정신없이 만화에 빠져들었다. 만화책 양이 꽤 되어서 한 번에 읽지는 못했고, 엄마가 미용실에 갈 때마다 따라가서 몇 번에 걸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 비디오로 나온 슬램덩크 애니메이션도 빌려보고 당시 문구점에서 팔았던 조악한 굿즈들도 샀다. 애니메이션을 불법 인쇄한 사진, 원작자의 그림인지 따라 그린 것인지 모를 엽서, 캐릭터 배지, 다이어리 등을 모았고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족자가 붙어있는 큰 슬램덩크 브로마이드를 사달라고 졸라 내 방 침대 옆 벽에 걸어두었다.


 심지어 슬램덩크를 모르는 친구와의 교환일기장을 마음대로 슬램덩크 주인공이 그려진 노트로 정해버리고는 일기장 이름도 “슬램이”라고 붙였다(이 친구와 더빙판 영화를 같이 보러 갔는데 슬램덩크를 알려주어 고맙다며 영화 티켓을 사주었다. “슬램이”도 아직 친구 집에 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북산고를 신성고로 바꿔 방영한 SBS판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시청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다.     




 본격적으로 만화 책방을 제집 드나들 듯 다니게 될 때쯤, 슬램덩크 완전판이 출간되었다. 표지를 바꾸고 판형을 키우고 종이 질을 변경하면서 기존 31권짜리 전집이 24권으로 나왔다. 용돈이 생길 때마다 혹은 친구들의 생일선물로 한 권씩 소중하게 모아갔다.

 

 이렇게 모은 슬램덩크를 보며 나도 직접 농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체육대회 때 반 대항으로 농구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강백호가 공원의 빈 코트에서 풋내기 슛을 연마한 것처럼 저녁마다 농구공을 튕기며 학교에 갔다. 운동장의 모래바닥 농구장에서 하나 둘 셋에 점프하여 오른손으로 림에 공을 두고 오는 레이업 연습을 열심히 한 결과, 예선 경기를 통과하여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체육대회 당일 열리는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는데, 드리블을 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입어 경기 중간에 나와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패배하여 결승에 진출할 수 없었다. 이것마저 전국대회에서 산왕공고를 이긴 뒤, 참패한 북산 같다며 슬램덩크를 생각했던 나였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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