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그렇게 오르막만 있는 줄 모르고

2025년 11월 3일

by 리움

남해에 놀러 가 노도에 간 적이 있다. 김만중이 유배 와서 살았던 집과 허묘가 있다 해서, 그걸 보러 간 것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십 년도 훌쩍 지난 그때의 노도는 김만중 문학관도 다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인적도 거의 없는, 작은 섬. 배를 탄 사람도 나 혼자, 여행온 사람도 나 혼자. 약간의 두려움이 동반된 고생길이 그렇게 열렸다.


작은 섬이고, 이미 볼 것을 정해 두었고, 여기저기 모두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예뻐서, 산책하듯 구경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오르막길만 있을 줄은 모르고.


허묘를 찾아 산(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지만)을 올랐다. 아주 잘 가꿔지지는 않았지만, 계단으로 만든 길이 놓여 있고, 고개를 들고 보니, 그리 높지 않아서,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런 짧은 계단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고, 정상에 오르면 또 계단이 놓여 있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갈까,라는 생각이 수십 번도 더 들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내려갔을 법도 한데, 무슨 오기인지, 계속 올라갔다.


숨은 차고 다리를 후들거리고, 귀는 윙윙 눈앞도 먹먹, 어지러워 발을 헛디딘다 싶을 때쯤,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빼곡한 나무와 풀들 사이에, 풀과 나무가 없는 아주 작은 공간과 비석도 아닌 조금 큰 돌멩이 하나가 다였다.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말 그게 다였다. 허무함을 안고 뒤 돌아 터덜터덜 내려왔다. 후들거리며 곧 풀려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다리를, 잘 다독이며.


꺾인 계단으로 진정한 끝이 보이지 않다는 건, 얼마나 더 가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건, 포기를 부르기도 하지만, 오기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 그 끝이 너무 허무해도 기억에 쾅하고 박혀버린다는 것. 허무함도 결국 끝은 끝이라는 것.


정상에 오르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 다시 내려오는 것 까지가, 그 여정의 끝이라는 것.


아니, 사실 끝은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나는 아직도 꺾인 계단을 오르고 있는 걸 수도 있다는 것. 포기를 비우고 오기를 채워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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