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일
몇 해 전 동생과 놀러를 갔다, 출렁다리를 보았다. 가파른 골짜기를 가르는 출렁다리를. 나는 건널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보고만 있다, 뒤돌아 왔다.
나는 한 발 디딜 엄두도 나지 않는 다리를, 웃으면서 건너는 사람들. 요즘 저런 다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 저렇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건너고 싶다는 마음도, 일말의 호기심도 없이, 나는 그 다리를 두고 돌아 내려왔다. '나는 절대 못 건너' '아니 저런 걸 어떻게 저렇게 건너는 거야'
포기라고, 회피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즐겁기 위해 놀러 가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굳이 불안과 두려움 속에 나를 밀어 넣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아주 가끔 그 출렁다리가 떠오를 때가 있다. 만약 내가 그 다리를 건너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그저 건너갔다,라는 사실이 한 줄 추가됐을 뿐이겠지만. 그 다리를 건너 간 사람들의 즐거움에 조금은 가까워졌을까?
나는 내가 너무 무겁고 어려워서, 나 외의 것들은 다 가볍고 단순한 것들이 좋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이미 너무 큰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고, 그것을 굳이 바깥에서까지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가볍고 단순하게, 즐겁고 유쾌하게, 나를 포장하고, 그런 것들로 나를 유인한다.
문득 그 출렁다리가 떠 오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불안을 직시해 본 적이 있는가. 불안을 인정하며 원래 있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건널 수 없다고, 눈 돌려 버린, 아직 그 자리에 있을 출렁다리 보며, 나는 내 불안을 비워낼 생각은 하지 않았나. 한 번쯤 그 출렁다리를 건너, 불안의 실체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