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꼼꼼하게 하는 매일이 되면

2025년 12월 8일

by 리움

내년 다이어리를 사야 하는데, 선뜻 손이 가지를 않는다. 보통 올해가 가기 한두 달 전부터 내년 다이어리를 사두고, 내년에 대한 기대를 품고는 하는데, 왜 이렇게 손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열심히 쓸 때는, 나 역시도 열심히 살고 있다.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에, 기록도 꼼꼼하게 하는 것이다. 생활을 놓아버리면, 다이어리도 쓰지 않게 된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보면, 열심히 살고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올해 다이어리를 들쳐 보기가 힘들다. 나를 놓아버린 시간들이 너무 많다.


보기 싫은 것에서 눈을 돌리는 건 참 편하다. 보기 싫지만 외면하면 안 되는 일들은 참 힘들다. 언젠가 바라보야야 할 것들은, 미룬 만큼 더 어렵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안다. 미룬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면, 빨리 직면하는 게 더 낫다는 것도 안다.


올해의 나를 잘 돌아볼 수 있어야, 내년의 내가 또 잘 살 수 있을 텐데.


오늘, 아침 일찍부터 자잘한 일들을 해치웠다. 너무 자잘해서, 하면 금방 하지만, 또 너무 자잘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지금 딱히 안 해도 괜찮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자잘한 일들. 오늘은, 그것들을 모두 해치우는 날인가 보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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