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조명만 꺼진 무대 위에 서 있는 듯한

2025년 12월 10일

by 리움

시간이 붕 떠 버렸다. 예상치 못하게 일과 일 사이에 빈 시간이 생겨 버렸다. 배도 고프고 커피도 고파, 바로 보이는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샌드위치와 커피. 점심은 본격적으로 먹을 예정이었기에, 애피타이저라고나 할까. 묘하게 7프로 정도 부족한 듯한 커피숍이었다. 샌드위치의 빵이 정말 맛있는.


한때, 메뚜기처럼 하루에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일해야 했을 때, 일과 일 사이에 붕 뜨는 애매란 시간은 늘 고역이었다. 많아야 30분 적게는 10분. 한 시간 정도 텀이 있으면 어디 자리라도 잡고 앉아 있을 텐데. 애매하게 남은 시간들은, 그저 길에서 버티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운전도 못 하던 때라, 더 그랬다.


길에 혼자 버티고 서 있으면, 가끔, 거리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세상에서 유리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를 비추는 조명만 꺼진 무대에 있는 듯한 느낌. 내가 서 있는 자리만 세상 밖이 된 듯한 느낌.


화면 밖에서, 화면 속 세상을 구경하는, 아니, 화면 속에서 화면 밖의 세상을 구경하는 듯한.


그렇게 멍하게 있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다음 일을 위해 이동하면, 무음의 세상에 소음이 돌아오는 듯한 느낌.


매우 이질적인 그런 느낌.


그때, 조금, 스스로를 불쌍하다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불행하다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그렇게 나쁘던 날들도 아닌데, 시간의 틈틈 사이사이에 그늘이 존재한다. 그늘 속에 주눅이 들어, 웅크리고 있는, 조바심에 안절부절못하는, 젊은 날의 내가 있다.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던 때도 그때였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생각하고. 조금 더 최선이 되기 위해 노력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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