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해야지

2025년 12월 15일

by 리움

하루가 삭제됐다. 어제 일이 많아서 조금 무리하기는 했다. 어차피 오늘 쉬면 되니까,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잘 줄이야. 점심에 잠깐 깨서 라면 끓여 먹고 다시 잠들었다, 다시 깨보니, 낮이 사라졌다. 헛웃음이 나왔다. 와, 이렇게 정신 못 차리고 자다니, 꿈은 또 얼마나 많이 꿨는지, 정신없이 움직이며 보낸 하루보다, 더 정신없이 보낸 하루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원래 잠을 몰아잘 때가 있어서, 종종 하루를 잠으로 보낼 때도 있지만, 뭐랄까, 조금, 잠으로 보낸 하루가 이렇게까지 '정신없을' 수 있다는 게, 또 놀랍달까?


눈을 떠서, 일단 냉장고에 있는 커피를 하나 꺼내, 원샷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해가 진 후에 시작하는, 하루이다.


조금 늦게 시작하면, 조금 늦게 마무리하면 된다. 오늘 하루치의 몫이라면 어쨌든 오늘 하루 안에 '잘' 마무리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


문득, 방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을 하고자 할 때,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이미 늦어버린 것, 조금만 더 늦게 해 버려야지, 이미 늦어버린 것, 그만둬 버려야지, 때론 시작도 하기 전에, 때론 조금 해보다가, 때론 마무리 직전에. 내게 얼마나 시간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린 것도 아닌데, 마치 시간이 끝나버린 사람처럼.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맞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 일단 해보고 생각을 해,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닌가, 절실하지 않으니까, 자꾸 핑계만 찾는 거잖아' 내가 어릴 때 자주 하던 말이었다.


지금의 나를 제한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어쩌면 경험, 어쩌면 귀찮음, 어쩌면 불안, 어쩌면 쉬운 포기, 어쩌면 책임감, 어쩌면 안정된 생활. 무언가를 무턱대고 시작하기에는, 따질 것이 너무 많다는 것.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철 모르는 욕심쟁이처럼.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조금 늦었으면, 조금 늦게까지, '잘'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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