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을 그린다면

2025년 12월 16일

by 리움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의 보는 나는,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전시회에 갔다 사 온 엽서들을 정리했다. 화가들의 자화상이 담긴 엽서들. 그들은 자신의 얼굴을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실제로 그들을 알던 사람들은, 그들이 그린 자화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내 얼굴을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거울을 보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다른 것을 통해 보는 나는, 언제나 조금씩, 이상하다. 그럴 때면 가끔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 거울을 통해 보는 내 모습이,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은 맞는 것일까? 거울을 통해 보는 내가 완전히 객관적일 수 있을까?


어릴 때 아버지께서 처음 전축을 사 오셨다. 마이크를 연결해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처음으로 녹음해서 들은 내 목소리는, 꽤 충격적이었다. 내가 듣던 내 목소리랑은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어릴 때, 목소리가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뭐, 스스로도 목소리가 예쁜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청소년기를 보내며, 목소리 톤이 조금 낮아져서, 지금은 아니지만) 그런데 녹음이 된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내가 나라고 믿던 것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별로일 수 있다고. 그리고 알고 싶어졌다. 나에서 벗어나서 보는 나를. 밖에서 보는 나를.


사람은 왜 항상 일부밖에 볼 수 없는 것일까? 전체를 보면 안 되는 걸일까?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 많은 한계와 제약이 있는 것일까?


그냥, 그런 답답함이 있는 하루다. 더 많은 면을 볼 수 있다면, 이런 답답함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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