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도 3촌, 사기를 당했습니다.

by 리케

도심과 다른 시골의 생활

시골은 도심과 생활환경이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도심의 아파트에서는 집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 통이면 해결이 된다. 반면 시골에서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이사할 때마다 기사님이 도시가스를 연결해 주던 도심과는 달리, 시골에서는 LPG 가스를 직접 주문해야 한다는 게 생소했다. 수도관이 터져 폭포처럼 물이 쏟아진 경험 이후로는 보일러실의 수도관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시골집에 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혼자 감당하기엔 벅차고 막막했다.


난방 기름을 주문하다

처음 이사 들어와서는 집주인이 난방에 필요한 기름을 소량 넣어주었다. 그러던 중 난방조절기에 에러가 뜨고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기름이 떨어진 거라고 했다.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검색해 뒀지만, 어떤 기름을 주문해야 하는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단위는 어떻게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집을 볼 때 부동산에서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2 드럼을 넣기로 했다.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알아들을 것 같아 무작정 기름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알아서 맞는 기름을 가져오겠지(등유였다).


무지상태인 것을 들키면 주유소에서 속일까 봐 전원주택에서 오래 살아온 것처럼 연기를 했지만, 아마도 눈치챘을 것이다. 눈치를 챘기에 두 번이나 사기를 쳤겠지.




수상한 기름과 석연찮은 변명

기름통 옆에는 투명한 관이 세로로 연결되어 있어 기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유소 사람들이 돌아간 후 관을 보니 하단의 10 센티가량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전화를 하여 상태를 설명하니, 부적합한 기름은 절대로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름통 내부가 녹슬어 섞였을 거라는 설명과 함께. 이틀 후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기름은 다시 맑아졌다.


알고 있는 주유소도 없고, 전에 받아둔 명함이 있기에 동일한 주유소에 두 번째 주문을 했다. 주유를 마친 후 카드 단말기에 문제가 있다면서 수기로 결제를 하자고 한다. 그들이 주유소로 돌아간 후 전화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대신 며칠 후 주유소로 찾아가 결제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 시간 후 전화가 오더니 단말기를 고쳤다며 결제를 하기 위해 방문하겠다고 한다. 결제를 마친 후, 연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홍삼 음료를 건네주고 돌아갔다. 일련의 과정들에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의심한 것 같아서 미안함에 자책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진실을 알게 되다

얼마 후 다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보기로 했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아저씨가 왔는데, 기름통이 녹이 슬기도 하는지, 기름에 녹이 섞이기도 하는지 물어봤다. 기름통 안쪽은 기름이 묻어있기 때문에 녹이 스는 일은 거의 없다고, 어느 주유소였냐고 되물어왔다. 주유소명을 밝히기가 꺼려져서 대답을 못하니, 아저씨가 혹시 ** 주유소가 아니냐고 한다. 망설이며 "맞다"라고 하자, 그곳은 기름으로 사기를 쳐서 지금은 교도소에 있다며, 벌써 두 번째라고 한다. 아저씨의 말은 들리지 않고, 머릿속이 새하애 졌다. 이번에는 투명관에 붉은 기운이 전혀 없이, 아래까지 맑게 보여 이상이 없었다.


사기를 당한 후, 씁쓸한 후회

몇 시간 후 이전 주유소 폰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결번이었다. 주유소 대표번호도 마찬가지였다.

시골 주유소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참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판매 금지된 불량 기름을 몇십 배 더 비싸게 산 것도 억울한데, 만약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까지 넘겼다면? 찜찜한 생각에 기분이 몹시 상했다.


문제없는 기름통을 집주인에게 교체해 달라고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다. 쉽게 교체해주지 않는 집주인을 원망하며 속으로 씩씩거렸었다. 괜히 집주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사안에 따라서는 의심이 많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무방비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거짓으로 속이고 사기 치는 사람들이 설마 주변에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고객들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을 투사하면서 누구든 믿고 싶어 했다. 그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믿어버렸다니...


4도 3촌을 꿈꾸는 분들에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르신들에게는 사기를 치기가 더 쉬울 것이다. 누군가가 시골 생활에 필요한 팁들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주유소 고르는 법, 텃밭 가꾸는 법, 겨울철 동파방지를 위한 준비, 벌집 제거하는 법 등등.

4도 3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내가 겪었던 경험과 정보를 열심히 공유해야겠다는 책임감마저 든다.


도심 생활만 경험해 본 사람들은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겪는 낯선 상황들이 많을 것이다.

기름보일러에 넣을 등유를 주문할 때는 여러 주유소를 경험해 보고 비교 판단해 볼 것을 권한다.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한 곳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지만, 주유소 사건만큼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될 전원생활을 살아간다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치겠지만,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경험이 쌓여, 결국 내 진짜 삶이 되어가리라.

계속될 나의 전원생활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