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더 이상 보러 가지 않는 이유

by 리케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남쪽 지방은 이미 만개했고, 경기도는 다음 주쯤 절정을 맞이할 것 같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흩날리는 벚꽃잎이라도 된 듯 마음이 나풀나풀 설레고 행복하다.


벚꽃을 유난히 좋아해 시즌마다 명소를 찾아다녔다.

벚꽃 본고장이라는 일본까지 다녀왔으니, 사실 더 이상 여한이 없다.

게다가 시골집 마당에는 커다란 벚나무 네 그루가 있어, 이맘때면 다른 일정은 미뤄두고

그곳에서 머문다.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벚꽃이 가까운 어딘가에서 아름답게 존재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한 마음이 된다.

마음껏 누렸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꼭 직접 보거나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직접 봐야만', '내 것이어야만' 했던 관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걸까.

여행에 대한 갈망도 예전 같지 않아서, 티브이 속 다큐멘터리나 친구들의 여행담을 들어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


시골집에서 매일 보는 일상 속 자연에 더 깊은 평온과 자유를 느낀다.

어렸을 때는 이런 말들의 의미가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그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우주의 일부이듯 나는 바로 우주 자체다.

사랑이나 소유처럼 관념적인 것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멀리 찾아다닐 것도 없이 깨닫기만 하면 나 자신이 바로 그 자체인 것.

벚꽃이 눈앞에 없어도 어딘가에 피어 있다는 사실, 그 존재함으로 나는 이미 기쁜 마음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