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얻고 삶을 잃은 이야기

너무 리얼한 드라마

by Riley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소년이 있다. 그에게 누군가 책 한 권을 건네줬다. 그 책의 작가와 작품은 그의 정신적 기둥이 된다. 어느 시점부터 작가는 더 이상 작품을 출판하지 않는다. 미출간된 작품들은 작가 집에 꽁꽁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돈다.


소년은 성인이 되었고, 그는 원고를 훔치기 위해 작가의 집에 침입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로 작가를 살해한다. 원고를 훔쳐 도망치는 과정에서 원고를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원고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명을 살해한다. 마침내 원고를 찾았지만 눈앞에서 원고가 불타는 상황에 직면한다. 당황한 그는 손바닥으로 불을 끄려다 불이 자신의 몸까지 번진다. 온몸이 불타는 그는, 불타는 원고를 불타는 손으로 붙들고, 불타는 눈으로 읽으면서, 불에 타서 죽는다.


최근 본 드라마 줄거리다. 역시 드라마 같은 내용이다. 이렇게 소설 같은 소설이 있을까. 정말 그런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병적 집착이 된 남자의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지극히 리얼하다. 내 삶의 뼈대가 무엇인지, 뼈대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시작했던 긴 여정은 방향을 잃는다. 여정은 굽이굽이 돌다 미궁으로 빠진다. 결국 목표라고 생각했던 걸 얻었지만 그 목표로 인해 삶은 종결된다.


불로 일그러진 얼굴로 불타는 책을 읽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정작 인생에서 무엇이 중한지 모르면서 죽기 직전까지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과연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건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묻고, 잊지 말아야 한다. 방향은 보지 않고 땅에 떨어진 타인의 흠결만 찾는 자신을 뒤돌아본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에 백발 노인이 서 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멋진 코트를 입고 있다. 표정은 여유 있고 평온하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백발이 될 때까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지내길 바란다. 여러 갈래의 길을 거치겠지만 여정의 방향은 그 방향이기를. 친절과 평온한 표정으로 살기를. 그 평온한 마음이 늘 한결같기를. 망각과 다짐의 반복속에서도 늘 자신에게 상기시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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